•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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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수필가·시조시인

정보화 사회에서 독서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영역이다. 독서는 어떤 일을 하거나 연구할 때 이미 머릿속에 들어 있거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배경 지식(schema)은 물론 사물의 이치나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그것에 현명하게 대처할 방도를 생각해 내는 정신적 능력, 즉 지혜를 얻는 데 필수적이다. 오늘날과 같은 격동하는 시대 상황일수록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자료를 섭렵함으로써 간접 경험의 장(場)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시행착오를 예방하기 어렵다. 번득이는 문제의식을 갖고 순발력 있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분석력과 종합력을 향상시켜야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 효능감 있는 독서는 사안을 푸는 해결력, 사람을 보는 안목, 사물에 대한 분별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독서를 권장할 때마다 시공을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닌 고전(古典)을 추천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높이 평가되는 고전은 best seller, million seller, steady seller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실 멀리 내다보면 일시적으로 잘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보통 10만 권 이상)나 꿈의 숫자인 백만 권을 넘겨 팔린 밀리언셀러보다는 꾸준히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가 훨씬 나은 경우다. 그만큼 오랫동안 철저히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잘 아시다시피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무려 4억 권의 판매 부수를 기록했고,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중국의 <마오쩌둥 선집>은 그 두 배인 8억 2천만 권이 팔렸단다. 그러나 놀랍게도 출판업계에 숨겨진 실적은 따로 있다. 지구촌에서 해마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책은 바로 성경이다. 작년 11월 6일 현재 39억 권을 넘어섰다는 나무위키의 통계를 보니 올해 40억 권에 이르는 건 시간문제다. 왜 그럴까? 성경은 감히 누구도 제시하지 못한 영혼 구원에 관한 정답을 죄인들에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종의 불편한 진실이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그것을 복음(福音, Good News)이라고 부른다. 그 연장 선상에서 독서 전문가들이 신중하게 선정한 필독도서목록에 적힌 책들을 단계별로 완독해내는 일은 각자에게 주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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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깔끔한 뒤처리가 따라야 하듯이 책을 읽은 뒤에는 독후감을 쓰는 과제가 우리 앞에 가로놓여있다. 그런데 이번 특강의 주제는 한 걸음 더 나간 서평 작성법이다. 서평과 독후감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전자와 후자를 대비해보면 보다 선명해진다. 서평은 객관적인 성향을 띠는 데 비해 독후감은 주관적인 경향을 띤다. 전자가 논리적이라면 후자는 정서적이다. 서평은 이성적이고 독후감은 감성적이다. 앞엣것은 관계적인 데 비해 뒤엣것은 일방적이다. 서평은 외향적이고 독후감은 내향적이다. 전자는 설명적인 데 비해 후자는 감동적인 서술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서평(書評, a book review)은 책의 내용과 가치를 평가한 글, 즉 객관적인 정보를 말하고, 독후감(讀後感, impressions of a book)은 책을 읽고 난 뒤 느낌, 즉 주관적인 감상을 가리킨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둘의 사이를 멀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굳이 의인법으로 비유하자면 성격이 다른 형제자매간이나 사이가 좋은 이웃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좋은 서평을 쓰는 데 필요충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일목요연하게 요약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줄거리를 파악할 때 밑줄을 그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군데군데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면 여러모로 유리하다. 응당 책을 너무 아끼면 곤란하다. 장별, 단원별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기록장은 필수다. 인간의 망각곡선은 생각보다 금세 바닥을 치는 법이니까. 따라서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아이디어를 저장하지 않은 채 훌륭한 글을 남기기는 매우 어렵다. 흔히들 던지는 질문 가운데 독서법에 관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정독이 힘드니 속독을 어떻게 하냐고 캐물어 봐야 그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다. 내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요한 곳을 골라 읽는 발췌독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느냐부터 소리 없이 묵독할 때가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자 낭독할 때가 있다. 그중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으나 이 또한 이해력, 즉 글을 행간까지 읽어내고 쓸 줄 아는 문해력(文解力)에 달려있다고 본다. 공들여 정성껏 쓴 서평을 호평이나 혹평이냐에 관계없이 공론화할 것이냐의 여부는 최종적으로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3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29호)에는 ‘독서와 서평의 관계성 - 서평의 작성법’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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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독서와 서평의 관계성 ‘독서의 중요성’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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