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새 학년이 시작된 따뜻한 봄날 아침. 죽백초등학교 교문 앞에는 어린이들이 등교하느라 분주하다. 여느 학교의 아침 등교시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은 교장선생님이 교문 앞에서 직접 아이들을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인사말로 맞아준다는 것이다.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야, 오늘은 예쁜 분홍색치마와 머리 모양이 잘 어울리는구나.” 아이들은 어제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고 칭찬해주시는 교장선생님의 덕담을 들으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편집자 말>

■ 공교육의 질적 회복...학생, 교사가 행복한 학교

 올해로 혁신학교 4년차에 접어든 죽백초등학교. 학급수가 전체 12학급에 전교생이 2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4년 전인 2010년의 죽백초의 모습은 평택의 변두리 시골학교로 전교생이 60명이 채 안되고 그나마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폐교위기에 있던 학교였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교를 안타까워하며, 공교육의 신뢰회복과 아이들이 행복하고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고자 2010년 9월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혁신학교 예비 지정교가 되었다. 2011년부터는 혁신학교 지정교가 되면서 교직원 모두 발로 뛰어다니며 혁신학교에 대한 홍보와 아이들 교육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으로 전교생이 100여명으로 증가하였다. 이후 학생 수 증가라는 양적인 성장이 아닌 공교육의 질적인 회복을 위해 학생중심의 교육으로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하였다. 그 결과 학생이 행복해하고, 교사는 보람을 느끼며, 학부모는 학교교육을 신뢰하고 만족해하는 교육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더욱 뜻 깊은 일은 혁신학교의 성공사례로 평택은 물론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죽백초등학교의 오늘의 모습을 일구어낸 주역인 박미연 선생님이 2014년 3월에 공모제를 통해 교장선생님으로 부임한 것이다.

■ 죽백초등학교 박미연 교장 인터뷰

 - 교장공모제에 응모한 취지는?

  ‘참 삶을 가꾸는 사랑과 믿음의 교실’ 교사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과 함께 실천한 문구입니다. 큰 스승이신 ‘이오덕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참 삶을 가꾸는 교사가 되고자 늘 노력해왔습니다. 2010년 죽백초등학교에 와서 행복한 만남으로 시작된 죽백의 생활은 ‘혁신학교’라는 거인을 만나면서 제 교직생활에 큰 전환의 꼭지점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교육과 삶’을 두고 뜻이 맞는 선생님들과 밤새워 이야기를 나눠도 모자랐던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혁신학교를 만들었던 선생님들과 행복한 학교만들기에 열정을 쏟으면서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손잡고 함께 할 수 있는 동료교사들이 있었고, 선생님들의 노력을 믿고 함께 지지해주는 학부모들이 있었고, 그 결과로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이라는 열매를 맺었으니까요.

  교장공모제에 응모한 취지는 혁신학교 철학위에 집단지성으로 더 확장된 사고를 공유하여 공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일부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응모하였습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 즉 학교장의 리더십은 ‘포용력과 추진력’,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학교장의 솔선수범과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공동의 학교가치 규범을 확립하고 학교구성원들의 자발성을 발현하게 하여 민주적인 학교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혁신학교 4년차에 접어든 우리학교가 향후에도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혁신학교의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고 함께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교육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죽백초등학교에 아이들이 모여드는 까닭은?

 아이들이 죽백초등학교에 모이는 것은 학교가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겠죠. 그 이면에는 선생님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학교교육에 믿음으로 참여하는 학부모님들의 숨은 노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실 본교의 교육환경은 열악하고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학생 수 증가와 교실부족으로 올해도 2학년의 한 반이 도서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실, 음악실 등 특별실은 상상할 수도 없고, 전담교사실도 없어서 교실 반 칸의 좁은 수석교사실에서 전담교사와 원어민교사 등 3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회의실도 없어서 과학실에서 교무회의를 하는 실정이고 교사휴게실이나 탈의실이 없어서 숙직실이나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돌봄교실도 부족해 1학년 교실을 방과후에 돌봄교실로 이용하고 있고, 방과후 특기적성시간에는 담임교사들이 갈 곳이 없어 교무실로 수석교사실로 옮겨 다니며 업무를 보는 실정입니다. 교육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최악인 상황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계속 찾아오는 것은 즐거운 학교, 행복한 학교를 갈망하는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바로 읽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여건과 최첨단시설을 갖추었다고 하여도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물적자원이 아닌 인적자원, 즉 아이들을 사랑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자발적인 집단지성의 발현으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힘입니다.

- 죽백초등학교만의 차별화된 교육과정이 있다면?

 본교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교장, 교감, 교사가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며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입니다. 일반적인 학교의 교육과정 만들기가 교장, 교감, 몇몇 부장교사에 의해 만들어져 일반교사들이 추진하는 하향식 방법이라면, 본교는 구성원 모두가 집단지성의 발현으로 함께 의견을 모으고, 학부모님들과도 매월 1회 교육과정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해 갑니다. 물론 학부모는 설문지를 통해 교육과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도 하지만, 각 학년 학부모 대표들과 본교 교사들이 매월 교육과정협의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그 내용을 반영하여 교육공동체가 함께 구성해가는 교육과정을 추구합니다.

 특색 있는 활동이라면 ‘아침 해맞이 활동’이 있습니다. ‘아침 해맞이 활동’은 학교에 등교하여 운동장의 곳곳에서 아이들, 선생님, 학부모님들이 함께 긴 줄넘기, 사방치기, 산책하기, 전통놀이 등으로 함께 소통하며 즐거운 아침시간을 맞는 활동입니다. 그 외 ‘마중물 학습’, ‘대나무 숲 이야기’, ‘자기계발의 날’, ‘다모임’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마다 표정이 밝은 이유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 후 운동장에서 아침 해맞이 활동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공부는 신나게 노는 것입니다. 아침에 선생님, 학부모님,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며 즐겁게 활동을 한 후에 교실에 들어가면 공부도 잘 됩니다. 아침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열면 하루 종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당연히 얼굴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지요.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관계형성이 잘 되니 교실에서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이 됩니다. 신뢰관계로 형성된 사이는 갈등상황에서도 금방 해결방법을 찾게 됩니다.

- 교사일 때의 입장과 교장일 때의 입장 차이는?

 저는 교사로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죽백초등학교의 교장이 되었습니다. 교사로서의 작년 모습이나 교장으로서의 올해 모습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모제를 응모하면서 ‘교장은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자리가 아니라 수평적인 자리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뜻을 같이 하는 동료 선생님들과도 평소 나눈 이야기가 교장은 승진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자리가 아니라 ‘집단지성’을 발현하는 상황에서 각자 구성원들이 자기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평교사 교장으로서 누구보다 교사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고, 저 또한 부족한 사람으로서 배운다는 자세로 낮은 곳에서 흐르는 물처럼 자신을 겸손하게 내려놓고 동료들과 함께 학교를 경영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차기에 혁신학교 재지정 여부와 미지정 되었을 때의 대안은?

 올해는 본교가 혁신학교가 지정된 지 4년이 되는 해입니다. 올해 말에 혁신학교 평가를 통해 재지정 여부가 결정이 되는 것이지요. 이미 2012년에 혁신학교 중간평가에서 ‘우수학교’로 판정받은 바 있고, 2010년 9월 예비지정때부터 꾸준히 혁신학교의 철학과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에 올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지정이 안된다고 해도 이미 기존의 학교철학이 확립되었고, 선생님들의 혁신철학이 흔들림 없이 확고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학교는 혁신학교의 재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올해 중점추진과제를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한 배움중심수업의 안정된 확립’에 두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배움중심수업을 통해 ‘창의성과 문제해결력’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육성에 힘써 기존의 교육방법에 대한 대안으로 공교육의 롤모델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공모제가 끝난 후의 계획은?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동료교사들 대신에 권한을 위임받아 잠시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즉 수직적인 승진이 아니라 수평적인 자리이동이지요. 4년 뒤에는 다시 아이들이 기다리는 교실로 돌아가야겠지요. 다만 이 자리에 있는 동안은 공교육의 대안으로 일반학교의 롤모델로서 죽백교육이 안정적인 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알의 씨앗이 되고 싶습니다. 

■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

 敎學相長(교학상장). 이 말은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라는 뜻으로 스승은 제자에게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진보함을 이르는, 중국 한나라 때 편찬된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이다.

 배우고 나서야 자기의 지덕이 모자람을 알게 되는 것이며, 가르치고 나서야 자기가 아직 지덕이 미숙하여 곤란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지덕이 모자람을 알고 나서야 능히 스스로 반성하여 면학하게 되고, 곤란함을 알고 나서야 능히 힘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더불어 성장한다(敎學相長).’ 라고 하였다.

  ‘교학상장’은 이 구절의 마지막에 나오는 말로, 학문이 아무리 깊은 사람도 남을 가르치다 보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니, 스승과 제자는 한쪽을 가르치기만 하고 다른 한쪽은 배우기만 하는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처럼 ‘교학상장’은 ‘스승은 제자에게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진보한다.’ 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죽백초등학교는 늘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그 속에는 아이들이 있고, 선생님이 있고, 학부형들이 있다. 학교를 구성하는 공동체들이 늘 다양한 모습으로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실천하고 있다. 죽백은 교육의 공동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교학상장’의 의미를 잘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철학이 미래지향적이고, 비전이 앞서가는 선진학교로서, 공교육의 롤모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안연영 김선우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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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백초 혁신학교의 주역’ 박미연 교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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