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30(토)
 

 민주통합당 3선 의원이자 사무총장이었던 정장선 의원은 지난 2011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장선 전 의원은 이날 가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4대강 사업 예산문제로 국회가 난장판이 되었을 때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보완장치 등 쇄신의 노력을 다해보고 그래도 또 이런 일이 생기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비준안이) 단독 처리되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까지 터지는 일이 있었다"고 불출마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4선에 무난하리라는 지역정가와 지역구의 주민들 역시 정장선 전 의원의 불출마 소식은 다소 충격적이며,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정장선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정무과장으로 근무하다가 1995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경기도의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0년 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해 17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18대 민주당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국회 한국-몽골친선협회장,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3선 의원이다.

■ 정장선 전 국회의원 인터뷰

 지난 17일(일) 정장선 전 의원을 만나 그간의 근황, 불출마 선언 이유, 대한민국 정치, 평택시 중요 현안, 지역 갈등, 앞으로의 정치적 진로 등에 대해 물었다. 정장선 전 의원과 인터뷰 하는 동안 그의 웃음은 어린아이 같이 맑았고, 소시민의 모습 그대로였다.

-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요즘 여전히 바쁜 생활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와 다른 것은 제가 일정을 정해서 활동한다고 할까요. 생각할 시간이 많고 또 많은 분들로부터 세상사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듣고 과거에 몰랐던 삶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요즘 신문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고 방송 출연요청이 많아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갑니다.

 책을 읽고 많은 분들을 만납니다. 특히 자영업자, 농민, 노동자 등 각계각층 사람들을 만나고 이분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또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합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특히 서울을 가면 전철을 많이 이용하는데 아주 편리하고 운동도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많은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보기도 합니다.

- 공직에서 물러난 지 오래된 느낌이며 많이 허전해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왜 불출마하셨습니까

 시민들께서 아직도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당선될 수 있는데 왜 그랬냐고요. 그래서 제 불출마를 두고 여러 해석들이 있었고 유언비어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국회의원을 했던 지난 12년은 평택에서 가장 혼란했던 시기였습니다. 미군이전과 그에 따른 대규모 개발, 쌍용자동차 사건 등 앞만 보고 달려왔지요. 심신이 많이 지쳤습니다. 그리고 국회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몸싸움을 했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져 국민은 살기 어려워지는데 정치는 싸우기만 하고, 절망의 정치가 계속 되었습니다.

 4대강 문제로 국회가 난투극을 벌인 후 제도적으로 싸움을 못하도록 막아보고 그래도 개선이 안 되면 잠시 정지하고 시간을 가져보자 생각했지요. 민주당은 당시 통합 문제로 매일 시끄러웠고 국회에서는 한미FTA로 본회의 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때 불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국민의 어려운 삶을 현장에서 좀 더 피부로 느껴보고 많은 분들을 만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려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 그래서 무엇을 느꼈습니까

 제가 만나는 많은 분들은 정말 사는 것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자영업하시는 분들은 IMF 때 보다 더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입니다.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젊은이나 장년이나 노인이나 모두 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장사도 안 되고, 취직도 안 되고, 미래는 불안해 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동안 제가 서민처럼 산다고 했지만 ‘서민들의 삶의 어려움을 제대로 알았는가’ 하는 아쉬움과 함께 송구스러움도 많이 느낍니다. 이런 서민들의 어려운 삶의 현장을 정치가 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이 저런 모습일까 생각합니다.

- 지금 정치에 대해 국민의 걱정이 큽니다. 왜 이리 꼬여 간다고 생각하시는지

  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안 됩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면 정권 초기의 희망과 기대는 사라지고 벌써 정치 걱정입니다. 제가 봐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우리 정치가 서로 불신해서 그렇습니다. 지금 정부 조직법이 타결되었습니다만, 진심으로 대화를 했더라면 그리고 조금씩 양보를 했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싸울 사안이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에 벼랑 끝에 밀려 타협한 것입니다.

 선거 때 말한 새 정치는 벌써 사라진 셈입니다. 지금 우리 정치권의 이 모습은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어려워진다는 자존심 싸움입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논의하면 그리고 불신의 벽을 털면 쉽게 풀 수 있습니다. 지금 자존심 싸움할 때인지 많은 국민들은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담보로 하는 자존심 싸움, 과연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 대한민국의 정치 앞으로도 계속 이럴까요, 해법은 없습니까

   제 경험으로 본다면 국회나 정부 출범 후 6개월이 정말 중요합니다. 초기 6개월 모습이 계속 가기 때문입니다. 노무현대통령 때에도 여야가 다투다 결국 탄핵으로 가고 5년 내내 시끄러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때에도 미국과의 쇠고기 비밀 협상 문제로 시작된 촛불시위로 시끄러웠는데 역시 임기 내내 여야는 싸움만 했습니다.

 지금 정권 초기 모습 정말 걱정이 큽니다. 정부조직법 문제가 가까스로 해결됐지만 앞으로 경제 위기와 어려워진 국제정세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우려를 많이 합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10년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정치, 경제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큰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지금과 같은 정치 모습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의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 10년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왜 그렇습니까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부 들어와 빈부의 격차가 커졌고 지역 간 갈등, 세대 간 갈등 등 불안요소가 커졌습니다. 거기다 경제 성장 잠재력 약화, 남북문제, 일본의 우경화 등 주변 정세 악화로 인해 지금은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경제 문제도 경제 민주화뿐만 아니라 생명, 환경, 정보통신 분야에서 혁신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수년 내 이런 문제를 해결하거나 성장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우리는 전진은 커녕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정치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얼마 전 일본 경제 전문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이 중요한 고비에 와 있는데 정치가 뒷받침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 정치 상황을 보면 앞으로 국가적 중요한 합의나 정책적 뒷받침을 할 통합 능력이나 통찰력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가고 그게 안타까운 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정치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 향후 남북문제나 외교 문제,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하는 큰 정치를 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 평택의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국회의원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면 무엇입니까

  제가 국회의원 할 때는 평택이 가장 어려울 때였습니다. 평택항 개발뿐만 아니라 미군이전과 그에 따른 대규모 개발, 쌍용 사태 등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미군이전에 따른 평택지원 특별법을 대표 발의해서 통과시켰고, 지금 가시화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브레인시티가 내려올 산업용 부지 430만평을 확보한 일이나 삼성전자 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아낸 일 등입니다.

 그리고 2002년 큰 홍수가 났을 때 평택을 지나는 안성천 정비 사업을 시작케 해 홍수대책을 마련했고, 고속전철 평택 설치를 미군이전 조건으로 걸어 백방으로 뛰어 다녔던 일입니다.

- 아쉬웠던 일은 무엇입니까

 경제위기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정부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무리한 통합으로 인해 토지공사의 엄청난 부채 증가로 황해경제자유구역 사업이 대폭 축소된 것이나, 미군이전이 늦어지고 다른 사업들도 축소되거나 늦어지는 것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평택에 미군이 내려올 때 지원을 약속한 사안들이 제대로 지켜져야 시민들도 불안감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와 관련해서는 무급휴직자를 다시 받아준 것은 잘한 일입니다만 아직도 철탑 농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 브레인시티 등 평택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브레인시티 사업은 처음 시작할 때 무리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조성원가가 200만원이 넘는 산업용지 35만평을 평당 20만원에 공급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약한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에 금융위기가 오고 부동산이 침체되면서 더 어려워졌습니다. 성균관대학이 내려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나 당사자들의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부동산 경기침체 등 어려워진 여건에 맞추어 서로 노력해서 해결하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뢰와 대화로 풀어가야 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잘 알리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서로 싸우고 다투는 모습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 향후 정치적 진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요

 불출마 할 때 절박한 심정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느껴보고 국가의 진로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것이 없으며 민생 현장을 더 다니고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생각해 볼 계획입니다.

서태호 안연영 기자
ptlnews@hanmail.net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32269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지역정가 탐방 ② 정장선 전 국회의원에게 듣는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