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우체국에서 사랑을 택배로 보낸다
사연도 쓰지 못한 빈칸의 여백들
번지 없이 떠돈 그대의 계절에서
피고 진 꽃과 낯선 이름을 적는다
사소한 투정으로 거리가 멀어지고
열정을 잃어버린 시간들이 밀려와
수취인 불명의 사랑은
한결같이 가엾다
한마디 변명 없이 사랑을 반환한다
사랑은 도둑맞고 훔치는 것이어서
한곳에 머물 수 없도록 살이 낀다
하나의 사랑이 메시지로 왔다가
메타포로 떠나가는 우체국 안에서
그대의 주소가 없는
미등기로 사랑을 반환한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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