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교사도 함께 성장합니다"

■ 인성교육의 현장 '전통음악의 향연'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은 올바른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인 인재로 자라야합니다. 그래서 학문적인 접근방법으로 인문학이 대두되듯이, 예술적으로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아이들 몸속에 체득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체계적인 전통음악교육이 필요한 것이지요.”

 매주 토요일 1시가 되면 가야금, 대금, 장구, 해금 등 국악기를 든 학생들이 평택시 죽백초등학교에 모인다. 이어서 들려오는 악기 연주 소리가 교정에 울려 퍼지며, 숲속의 작은 학교에 전통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9월 21일(금) 오후 6시 평택청소년문화센터에서 창단식 및 제1회 정기공연을 갖게 될 평택 청소년 국악관현악단은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열정을 갖고 노력해 오고 있는 청소년 단체다.

 이재명 선생님(46세)은 이 단체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선생님은 교사가 된 이후 20여년이 넘는 세월을 학생들의 국악교육을 위해 헌신해 왔다. 매년 담임을 맡은 학급의 어린이들에게 단소, 민요, 판소리, 사물놀이 등을 지도해 주었고, 전통음악을 배워야하는 당위성을 학생들 스스로 찾게 하여 학생들이 우리의 전통음악에 대해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새 학년이 되면 또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어 아이들과 음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이 항상 안타깝고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청소년 국악관현악단을 만들어서 초·중·고까지 연계하여 지도하면 아이들이 우리음악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음악활동을 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고운 심성을 길러 인성교육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 판단을 한 것이다.

 현재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은 60명의 단원이 가야금, 해금, 아쟁, 대금, 피리, 타악의 6개 파트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생 35명, 중학생 15명, 고등학생 10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단원들은 이재명 선생님이 가르쳤던 제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아울러 매주 토요일마다 관현악단 학생들을 지도해 주시는 여러 선생님들의 재능기부도 아름답다.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각자 악단활동이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선생님들이 귀중한 토요일에 특별히 시간을 내서 무료로 6개 파트의 악기를 지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악관현악단 학부모들이 자치적으로 국악관현악단 지원단을 조직하여 매주 단원들 간식을 준비하고, 연습이 끝난 후에는 함께 교실 뒷정리를 하면서 물심양면으로 관현악단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선생님은 현재 죽백초등학교에서 전교생(1~6학년, 8개반)에게 주 1회 전통음악 수업을 하고 있다. 1~2학년은 전래놀이와 강강술래 지도, 3~6학년은 월별로 주제를 정하여 소금(단소)지도, 민요지도, 장단지도, 음악감상 등 전통음악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이 선생님과 청소년국악관현악단 구성원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평택의 국악교육,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악교육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 죽백초등학교 이재명 선생님 인터뷰

- 우리의 전통음악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이유는

 학생들은 자기가 경험한 세상이 생각을 지배하고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라도 그것이 피부에 와 닿지 않거나, 다른 영향력이 큰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 금방 전통문화의 중요성은 잊게 됩니다. 긴 설명보다는 실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음악을 경험하게 되면 몸속에 잠재되어 있던 5천년을 이어온 우리민족의 혼과 얼이 그대로 발현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전통음악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어릴 적에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피아노는 물론 우리의 소리와 가야금, 대금 등을 배울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 우리의 음악을 경험하는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정서가 뒷받침되고 있는 우리음악을 접하지 못하거나 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국악이 발전하지 못하고 특정한 사람이 하는 음악으로 인식되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교육에 힘쓰는 것입니다. 전통음악을 배우고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생활 속의 음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청소년국악관현악단 예술총감독을 맡고 계신데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인 면입니다. 악기나 의상구입, 공연이나 대회, 기타 운영비 등 경제적으로 필요한 사용처가 많지만, 현재 지원기관이 없이 학부모와 운영진의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고, 강사님들은 보수 없이 봉사하고 있습니다.

 저희 국악관현악단은 단장님과 지휘자님 그리고 저 세 사람이 처음 창단의 취지를 이야기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말고 청소년국악교육을 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국악교육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평택시정책이나 문화·교육정책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한다는 생각으로 평택시 문예관광과나 교육지원청, 문화원을 찾아다니며 창단 취지를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올해는 우리 관현악단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예산책정도 되어있지 않아 지원을 받지는 못했지만, 창단연주회를 통해서 국악관현악단 창단의 의의와 가치를 알린다면 2013년에는 국악관현악단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 국악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전국대회나 도대회에 출전해서 입상한 실적은

 1991년 경기도 양주시에 소재한 송추초등학교에 첫 발령이 나면서 아이들에게 단소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악기를 가르쳐주면 국악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국악이 아이들 생활 속에 녹아들기 때문입니다.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에게 국악을 지도하면서 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생예능대회에 참가하여 입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학생예능대회나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것은 2003년부터입니다. 2003년 가사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10월에 있었던 제23회 경기도교육청 학생예능대회 국악합주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최우수지도교사상을 받았고, 2004년에는 제24회 경기도교육청 학생예능대회 국악독주부문에서 은상 수상, 전주교육대학교에서 주최한 전국초등학생국악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성동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2009년 제1회 경기교육가족음악회에서 판소리동아리가 참가하여 대상을 수상하였고, 2010년에 전국초등학생국악경연대회 초등관악부문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 2011년 죽백초등학교에서는 8월 인천에서 개최한 전국 청소년동아리경연대회에서 판소리동아리가 참가하여 전국동아리연합회총재상을, 10월에는 전국초등학생국악경연대회 초등관악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올해에는 경기도청소년동아리문화축제에서 판소리동아리가 단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판소리동아리를 지도하여 평택시청소년종합예술제에서 판소리 제창부문에서 5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혁신학교로 지정받은 죽백초의 학생 수가 증가한 이유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죽백초등학교는 지난 2010년 9월에 경기도교육청에서 혁신학교로 예비지정을 받았습니다. 손정기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교육에 열정이 넘치시는 선생님들이 아름다운 숲속의 작은 학교를 ‘행복한 배움의 터전’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힘을 모은 결과입니다.

 그래서 2010년에 전교생이 60여명으로 계속 줄어들었던 학생수가,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 설명회 및 언론홍보나 현수막 게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노력한 결과 2011년 3월에는 학생수가 120명으로 늘었습니다.

 작년에는 혁신학교 원년으로 교육구성원(학생, 교사, 학부모)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전통적인 수업방식이 아닌 주제통합수업, 프로젝트학습, 다양한 체험학습 등 학생들이 배움을 선택하고 자발적인 학습이 일어나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학교 구성원인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만족하는 교육의 성과를 거두었고, 2012년에는 전교생이 160명에 8학급으로 거듭 발전하였습니다.

 현재 3학년의 경우 2개의 학급으로 분리해야하는데 교실이 부족하여 학급증설을 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기적적인 결과는 죽백초 선생님들이 항상 교육의 초점을 ‘아이들’에게 맞추고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교사도 함께 성장한다는 혁신학교의 정신을 실천한 결과입니다.

- 학생과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교육은 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 아닙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이끌어주고 동반 성장하는 행복한 길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늘 외롭고 힘든 생활에 지쳐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들어주려는 부모님의 관심이 정말 필요한 시대입니다.

 청소년들은 가장 꿈이 많은 시기에 ‘공부’라는 적과 싸우고 있습니다. 성적, 석차, 명문대 이런 것들이 정말 중요한 것일까요? 진짜로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거기에 정열을 쏟게 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교과서나 문제집만으로 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통해 산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머리로만 문자를 기억하게 하지 말고, 오감으로 사물의 현상을 받아들이게 해야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알고 바람직한 가치관이 형성됩니다.

 얼굴에서 코가 하는 일은 냄새를 맡고 숨을 쉬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에 귀에게 냄새를 맡으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절대 안되는 일이겠지요. 학원을 다녀도 개인교습을 받아도 안되는 일입니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도 저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다양합니다. 그 재능을 살리는 공부를 해야 학교에서 낙오자도 사라지고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옵니다. 우리 아이들을 행복한 길로 이끌어주세요.

- 평택자치신문 독자와 평택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가의 미래는 자라나는 청소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생각이 건전하며 꿈을 향해 도전하고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가 희망이 있는 사회입니다. 평택 소사벌청소년국악관현악단은 이제 갓 출발한 새내기지만 건강한 청소년단체로서 앞으로 평택의 전통문화는 물론 청소년문화를 밝혀주는 등불이 되고자합니다.

 9월 21일(금) 6시부터 9시까지 평택청소년문화센터에서 청소년국악관현악단 창단식 및 제1회 정기공연을 합니다. 많은 평택시민 분들이 오셔서 공연을 관람해주시고 용기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정기공연이 끝나면 국악관현악단 단원을 공개모집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지원을 부탁드리고,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는데 가정형편상 접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나 다문화 가정 청소년도 악기 지원을 통해서 단원으로 선발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원승식 서형래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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