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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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깊은 가을로 접어드는 11월은 늦은 단풍의 계절이다. 진정한 생태공원으로의 재탄생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지닌 선포식이 있고 난 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배다리생태공원의 늦가을 단풍을 한껏 즐기게 된다.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등의 단풍이 아름답게 드는 나무가 배다리의 전경을 끌어가는 모양새는 아니어도 최근 들어 조경수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백합나무와 칠엽수 그리고 산책로를 따라 별개의 조각들을 붙여 만든 듯한 콜라주 단풍잎으로 옷을 갈아입은 왕벚나무가 생태공원 선포식을 마친 배다리를 환한 미소로 축하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을에 붉은 단풍잎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 성분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식물의 생장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붉은색 단풍에 한정했지만, 단풍의 그 화려한 아름다움 속에 자기방어의 메커니즘과 종족 보존을 위한 숨겨진 이면이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1. 겨울을 이겨내는 나무만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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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나기를 위한 과정에서 붉은색의 단풍이 든 단풍나무(2024.11.18 배다리산책로)

 

동·식물의 겨울나기 중 야생의 동물들이 혹 털갈이를 통해 겨울을 대비한다면 나무는 나뭇잎에서부터 시작한다. 일교차가 심한 계절에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잎자루 아래에 떨켜(낙엽이 질 무렵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한 세포층)가 생겨 물질이동이 단절되고, 그로 인해 잎에 단풍이 들며 낙엽으로 이어진다. 단풍은 나무가 거뜬한 겨울나기를 위해 ‘낙엽 만들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산물인 것이다.


2. 다양한 색으로 나타나는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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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록소가 사라지면서 발현된 노란색 단풍의 아카시나무(2024.11.18 배다리산책로)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나무는 나뭇잎으로 가는 물과 양분을 차단하게 된다. 이 때문에 나뭇잎에 들어있던 엽록소는 햇빛에 파괴되면서 녹색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대신 평상시 녹색의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다른 색의 색소가 더 두드러져 나뭇잎이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 등의 다양한 색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3. 잘 알려지지 않은 느티나무의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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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도드라지는 느티나무 단풍 (2024.11.18 배다리산책로)

 

많은 사람이 즐기는 단풍은 계절이 바뀌면서 대기의 기온이 떨어져 나뭇잎 속의 엽록소가 합성을 중지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데, 평소에는 노거수로 혹은 그늘을 만들어 주기에 정자나무 정도로만 여겼던 느티나무에 스며든 짙은 노란색의 잎이 마치 단풍잎의 대명사인 은행나무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4. 단풍이 비단처럼 곱다 하여 ‘금목(金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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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처럼 고운 자태를 뽐내는 빨간색 단풍의 화살나무(2024.11.13 함박산중앙공원)

 

줄기에 발달한 코르크가 마치 화살촉의 날개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화살나무는 줄기에 달린 날개 모양이 머리를 빗던 참빗과도 같다고 하여 ‘참빗나무’라 부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을에 열매와 함께 드는 단풍이 비단처럼 고운 자태를 뽐낸다고 하여 ‘금목(金木)’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낙엽 관목 중 최고의 단풍이 드는 나무이다.


5. 가을이면 노랗게 불타는 나무, 칠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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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큼직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칠엽수의 황금빛 단풍(2024.11.18 배다리산책로)

 

배다리실개천을 따라 자리를 잡은 복자기의 붉은 단풍은 사람의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올해는 주변 나무에게 양보하고 오히려 칠엽수, 왕벚나무, 튤립나무 등이 전체 단풍의 분위기를 끌어간다. 긴 여름 동안 손바닥 모양의 넓은 잎으로 푸르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칠엽수가 오랫동안 단풍나무의 향연을 끌어가고 있다.


6. 꽃과 열매, 단풍 3요소를 갖춘 팥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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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게 드나드는 직박구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팥배나무 단풍잎(2024.11.18 배다리산책로)

 

콩만 한 열매가 배를 닮은 콩배나무는 배다리마을숲에, 배나무와 닮은 꽃이 피며 팥알만 한 열매가 달리는 팥배나무는 배다리산책로에 자리를 잡았다. 산수유나무, 아그배나무, 꽃사과나무, 팥배나무, 좀작살나무 등은 열매를 즐기기 위해 심지만 팥배나무는 흰색의 꽃동산을 이루는 꽃과 붉은빛의 열매 그리고 주황빛의 단풍이 아름다운 조경수이기도 하다.


7. 짙은 노란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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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습지를 중심으로 짙은 노란빛의 단풍을 뽐내는 버드나무(2024.11.18 배다리습지)

 

많은 사람이 단풍과 관련해 버드나무를 생각하지 않지만, 낙엽활엽수인 버드나무도 봄에 푸른빛의 새잎이 나오고, 가을이면 노란색의 단풍이 든 후 잎을 떨구면서 겨울을 준비한다. 배다리습지를 돌아가며 길게 늘어진 가지가 특징인 능수버들과 배다리마을숲의 습한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버드나무 모두 짙은 노란색의 단풍을 자랑하고 있다.


8. 특별한 단풍을 연출하는 왕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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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한창일 때만큼 단풍 또한 충분히 예쁜 왕벚나무(2024.11.18 배다리산책로)

 

나무마다 서로 다른 단풍 빛깔을 내는 것은 서로 다른 색소의 종류와 함량 그리고 붉은빛을 띠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산철쭉은 단풍 초기부터 화살나무는 단풍 막바지에 안토시아닌이 합성되며 증가하는 반면에 왕벚나무는 느리게 증가하여 노랑과 주황, 빨강의 조화 속에 저만의 특색있는 단풍을 연출한다.


9. 수피만큼이나 아름다운 자작나무의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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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작나무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더하는 단풍(2024.11.18 배다리산책로)

 

기름기가 많아 습기에 강하고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불에 잘 타는 나무껍질, 처음에는 갈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흰색으로 바뀌고, 하얗게 윤이 나며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 나무껍질 등 자작나무의 주요 특징이 수피(樹皮)에 집중되었지만, 겨울을 앞두고 노란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잎 또한 자작나무의 큰 아름다움이다.


10. 빨간색으로 단풍 드는 침엽수, 메타세쿼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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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색으로 단풍이 든 배다리산책로의 메타세쿼이아(2024.11.18 배다리산책로)

 

메타세쿼이아, 낙우송, 낙엽송은 바늘잎나무이면서 낙엽이 지는 나무에 속하는 대표나무로 메타세쿼이아와 낙우송이 빨간색으로 물이 든다면, 낙엽송은 황금색으로 단풍이 들어 구별된다. 대전 장태산휴양림, 서울 상암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 가평 남이선 메타세쿼이아길 등이 단풍 명소로 이름을 내고 있지만 배다리생태공원의 아름다움 또한 이에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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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도심 속에서 느끼는 배다리의 가을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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