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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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탁상달력의 잔여 분량이 한두 장 남아 겨울로 다가섬에 따라 새롭게 피어나는 풀꽃은 줄어들고, 제한되었던 곤충의 종과 개체수마저도 바닥을 치고 있다. 쓴풀, 참취, 용담, 미역취, 이고들빼기, 꽃며느리밥풀 등이 인근 산지 풀숲에서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곤 하지만 자주 대하기엔 거리감이 있어 사데풀과 뚱딴지, 도깨비바늘, 미국쑥부쟁이 같은 편한 풀꽃을 의지하여 찾아드는 작은 생명들을 만나본다.


꽃등에, 양봉꿀벌, 네발나비 등 이른 봄, 성체로 겨울을 난 곤충들에게 서둘러 꽃을 내는 풀꽃과 나무꽃의 존재가 그러하듯이 겨울을 앞두고 들과 도심지에서 꽃을 이어가는 풀꽃의 역할과 아름다움 또한 조금도 처짐이 없다. 은은한 향기로 늦가을 숲속을 가득 채우는 산국이나 신이 내린 가장 향기로운 가을꽃, 구절초가 아닐지라도 깊은 가을이 되어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되는 미국쑥부쟁이로 시작하여 사데풀과 왕고들빼기 등 가을에 깊숙이 빠져들어 꽃을 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세상에서 하찮거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음을 다시금 새겨본다.


1. 비행 능력이 탁월한 작은검은꼬리박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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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충에게 잘 알려진 버들마편초를 찾은 작은검은꼬리박각시(2024.10.16 평택농업생태원)

 

비행 능력이 뛰어난 박각시나방은 나비와는 전혀 다른 탁월한 비행 능력을 지녔다. 특히 낮에 꽃을 따라 활동하는 꼬리박각시류는 정지비행(Hovering)을 하며 꽃의 꿀을 따먹을 수 있어 이 곤충을 처음 보는 사람은 벌새를 봤다고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나방에 속하는 박각시는 밤에 피는 박꽃을 찾아 박의 각시 역할을 해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2. 오래된 기와지붕 위에서도 꽃을 내는 바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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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나 기와지붕에 사는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바위솔(2024.10.20 진위향교)

 

바위나 오래된 기와지붕 위에서도 자라기 때문에 와송(瓦松) 혹은 기와버섯이라는 별명을 지닌 바위솔은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다육질 식물로 9~10월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지상부는 마른다. 지상에서 일정한 높이를 지닌 곳에서 꽃을 내지만 꿀벌이 무리 지어 날아들고, 돌나물과는 먹부전나비의 기주식물로 유충이 잎에 들어가 산다.


3. 늦가을 곤충 다양성을 돕는 사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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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가지똥과 큰방가지똥의 사촌격인 사데풀을 찾은 별넓적꽃등에(2024.10.19 배다리마을)

 

사데풀은 씨앗과 뿌리줄기로 번식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잡초로, 바닷가 가까이에 자라지만 양지바른 곳 특히 도심지 빈터에서도 무리를 지어 잘 자란다. 방가지똥과 같이 사데풀은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다. 어원은 정확지 않지만, 씨앗이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아주 흔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늦가을에 네발나비를 중심으로 많은 곤충을 불러들인다.


4.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운 네발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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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올라온 미국가막사리 꽃에서 주린 배를 채우는 네발나비(2024.10.17 배다리마을)

 

네발나비는 뿔나비, 들신선나비, 청띠신선나비, 큰멋쟁이나비 등 성체로 겨울을 나는 나비 중 도심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비이다. 이들은 눈바람을 맞으면서 겨울을 나야 하는데 온도 변화가 적은 장소를 찾아 추위를 피한다. 네발나비 무리가 혹독한 추위가 오기 전 겨울을 나야 하는 꿀벌, 꽃등에 등과 함께 최대한의 꽃꿀을 따고 있다.


5. 뒷다리 허벅지가 굵은 알통다리꽃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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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다리 허벅지가 굵고 정지비행이 가능한 알통다리꽃등에(2024.10.13 배다리실개천)

 

찔레꽃을 즐겨 찾는 알통다리꽃하늘소, 초록색 금속광택을 내는 알통다리잎벌레 등과 함께 이름에 ‘알통다리’가 들어간 친구들은 그런대로 두꺼운 허벅지의 덕을 보고 있다. 화려한 색상과 달콤한 향기에 끌려 꽃가루받이에 참여하는 알통다리꽃등에는 꼬마꽃등에, 호리꽃등에처럼 정지비행에 능숙하다. 특별한 넓적다리를 지닌 알통다리꽃등에가 물가의 고마리 꽃을 찾았다.


6. 먹이를 위해 꽃을 찾은 두눈박이쌍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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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처럼 꽃을 찾은 먹이를 기다리는 두눈박이쌍살벌(2024.10.16 배다리마을)

 

다리가 길어 비행할 때 다리를 늘어뜨리는 모습에서 두 화살을 들고 나는 것 같다 하여 ‘쌍살벌’, 배에 노란 점 두 개가 있어 이름이 붙여진 두눈박이쌍살벌이 박주가리 꽃을 찾았다. 보통 말벌과에 속하는 말벌, 두눈박이쌍살벌, 왕바다리, 장수말벌 등이 꽃 주변에서 관찰되는 이유는 먹이활동의 일환으로 꽃을 찾아온 곤충을 잡아가기 위함이다.


7. 볼수록 눈에 띄는 오줄루리꽃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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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눈과 다섯 개의 갈색 줄무늬가 특징인 오줄루리꽃등에(2024.10.24 배다리마을)

 

가을이 되어야 눈에 들어오지만 이름에 들어가는 ‘루리’와 통통한 몸매 그리고 수없이 많은 검은 점으로 디자인된 겹눈 등 스쳐 지나가기가 쉽지 않은 오줄루리꽃등에 여럿이 무리 지어 유혹하는 미국쑥부쟁이를 찾았다. 몸에 금칠한 루리꽃등에와는 달리 앞가슴 등판에 다섯 개의 갈색 줄무늬가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8. 방방곡곡 꿀을 찾는 양봉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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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과의 왕고들빼기에서 꿀과 꽃가루를 옮기는 양봉꿀벌(2024.10.10 배다리마을)

 

‘꿀벌집단 실종’, ‘꿀벌군집 붕괴현상’ 등 오래전부터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던 꿀벌 관련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꿀벌응애와 같은 기생해충과 농약 등의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 전염병,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등이 꿀벌이 소멸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중에도 꽃을 찾아다니는 꿀벌의 간절함이 몸에 배어 있다.


9. 초겨울까지 풀꽃을 찾는 줄점팔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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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위천변 풀밭의 미국나팔꽃을 찾은 줄점팔랑나비(2024.10.20 진위천)

 

요란스럽게 날아다니는 모습 때문에 이름이 붙은 ‘수풀떠들썩팔랑나비’,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 등은 팔랑나비과에 속한 나비의 특징이기도 한데, 나방과 비슷하게 생긴 줄점팔랑나비는 흑갈색 바탕에 날개의 흰색 점무늬가 여럿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뒷날개에 흰 점무늬 4개가 나란한 줄점팔랑나비가 방문객이 드문 메꽃과의 미국나팔꽃을 찾았다. 


10. 배추흰나비의 사랑을 듬뿍 받는 털부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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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색 계열 꽃 색의 털부처꽃을 찾은 배추흰나비(2024.10.15 배다리실개천)

 

「꽃과 곤충,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이란 책을 보면 배추흰나비는 특정 색에 대한 선호도가 있으며, 녹색과 흰색보다는 빨강과 노랑의 꽃을 즐겨 방문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덕동산 맹꽁이연못, 웃다리문화촌 나비정원, 배다리실개천에서 공통으로 확인된 것은 배추흰나비가 붉은색 계열의 털부처꽃을 즐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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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늦가을 풀꽃과 함께하는 작은 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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