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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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옛날 어르신들은 “빨간 나비’가 날아다니면 아직 봄이 안 온 것이고, ‘흰 나비’가 날면 진짜 봄이 온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성체로 혹독한 겨울을 난 네발나비와 뿔나비가 아닌 배추흰나비, 갈구리나비 같은 ‘흰 나비’가 날아야 완연한 봄이 왔다는 뜻인데, 옛 어르신들의 눈썰미와 통찰력에 감탄해 마지않을 뿐이다.


이른 봄에 출현하는 나비 중 멧팔랑나비, 애호랑나비, 갈구리나비, 쇳빛부전나비 등은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는 나비로 연 1회 봄에만 만날 수 있는 나비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배추흰나비가 연 4~5회, 네발나비가 연 3~4회인 것을 고려한다면 그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지만 기후변화로 인하여 “나비가 사라진다”는 자연의 경고 앞에서 꽃가루받이를 넘어 벌과 함께 나비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1. 진달래를 좋아하는 ‘애호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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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 철쭉 등 진달랫과의 꽃을 즐겨 찾는 애호랑나비(2016.4.23 수레의산)

 

진달래가 필 무렵인 4월 초순에 나타나는 나비로 암수 모두 진달래와 얼레지의 꽃꿀을 무척 좋아한다. 애벌레를 위한 먹이식물(식초)은 쥐방울덩굴과의 족도리풀로 작은 크기의 애벌레이지만 엄청난 대식가로 알려져 있다. 모시나비와 함께 암컷은 짝짓기 후 배 끝에 다른 수컷의 유전자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수태낭이 있어 구별된다.

 

2. 제비꽃을 즐겨 찾는 ‘멧팔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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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꽃에서 꽃꿀을 따고 있는 멧팔랑나비(2024.4.18 고성산)

 

초봄에 산지에서 볼 수 있는 나비로, 숲이 우거진 곳보다 산길같이 탁 트인 곳에 더 많은 편이다. 볕이 좋은 날, 제비꽃, 줄딸기 등의 꽃에서 꿀을 따며, 산길에 내려앉아 햇볕을 쬔다. 갈색 바탕에 흰점이 박혀있어 땅바닥에 앉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암컷은 참나뭇과의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어린잎에 공 모양의 알을 한 개씩 낳는다.


3. 황새냉이를 좋아하는 ‘갈구리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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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갈구리나비(2013.4.8 무봉산청소년수련원)

 

날개 끝이 갈구리처럼 구부러져 있어 이름이 붙여졌으며, 배다리마을숲의 가장자리에서도 만날 수 있는 나비로 무릎 높이 정도에서 부산스럽게 날아다니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성체는 민들레, 유채 등의 꽃에서 꽃꿀을 따고, 애벌레는 십자화과의 황새냉이 잎을 잘 먹는다. 수컷은 앞날개 윗면의 날개 끝이 등황색이고, 아랫면은 낡은 그물망과 같은 무늬가 있다.


4. 날개에 녹슨 쇳빛이 나는 ‘쇳빛부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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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를 접으면 녹슨 쇳빛이 나타나는 쇳빛부전나비(2012.4.15 고성산)

 

진달래가 필 때 잠깐 나타났다가 진달래가 지면 사라질 정도로 성충의 활동기간이 매우 짧다. 10mm 전후의 작은 크기로 날개를 접으면 녹슨 쇳빛이 나고 매우 빠르게 날아다니는 것이 특징이며, 번데기 기간이 매우 긴 산림성 나비이다. 수컷은 점유행동을 크게 하며, 암컷은 진달래와 조팝나무와 같은 먹이식물의 가지 사이에 알을 한 개씩 낳는다.


5. 우리 고장 생태계를 대표하는 ‘꼬리명주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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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컷을 찾아다니다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꼬리명주나비♂ 봄형(2023.4.28 진위천)

 

쥐방울덩굴이 자라고 있는 진위천 냇가 주변의 풀밭에서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은 나비이며, 우리 고장의 자연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깃대종’ 중 하나이다. 연 3회 이상 출현하고 있으며, 4월 초순에 나오는 봄형 나비는 여름형보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고 미상돌기의 길이가 여름형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하천 정비 등의 개발사업 여파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6. 콩과식물을 즐겨 찾는 ‘노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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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밭에서 점나도나물을 붙잡고 짝짓기 중인 노랑나비(2024.4.8 배다리마을숲)

 

갈구리나비와 함께 흰나빗과에 속하며, 나는 모습은 여느 흰나빗과에 비해 빠르고 직선적이다. 황색형밖에 없는 수컷과는 달리 암컷은 백색과 황색의 두 유형이 나타나며 토끼풀, 아까시나무, 돌콩, 고삼 등 콩과식물의 어린잎 앞면에 한 개씩 알을 낳는다. 주변 풀밭에서 자라는 서양민들레, 개망초 등의 흰색과 노란색 계열의 꽃에 자주 모인다. 


7. 아랫입술수염이 뿔 모양인 ‘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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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뿔 모양의 아랫입술수염과 함께 보호색을 띤 뿔나비(2014.2.16 백운산)

 

네발나빗과에 속한 나비로 연 1회 발생하지만, 가을까지 관찰할 수 있고, 한창 무더운 7~8월경에는 여름잠을 잔다. 어른벌레 상태로 바위나 낙엽에 붙어서 겨울을 나며, 봄이 오면 팽나무, 풍게나무 등 느릅나뭇과의 가지나 어린잎에 알을 한 개씩 낳는다. 뿔나비라는 이름은 아랫입술수염이 뿔 모양으로 앞으로 돌출되어 있어 유래됐다.


8. 암컷의 날개 윗면이 먹처럼 검은 ‘암먹부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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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까치꽃에서 꿀을 빨고 있는 암먹부전나비♀(2023.4.24 배다리산책로)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나비로 암수 모두 꽃에 잘 모이며 애벌레를 위한 먹이식물은 매듭풀, 갈퀴나물 등의 콩과식물이다. 먹부전나비와 함께 뒷날개에는 아주 작은 미상돌기가 있고, 돌기물이 나 있는 하단부에 붉은색의 무늬가 있다. 날개를 접었을 때 뒷날개를 앞날개와 비비는 독특한 행동특성을 가지고 있다.


9. 푸른색 줄무늬가 선명한 ‘청띠신선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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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색 줄무늬의 숲속 신선을 떠올리는 청띠신선나비(2012.4.8 덕동산)

 

뿔나비, 네발나비, 큰멋쟁이나비 등과 함께 어른벌레 상태로 혹독한 영하 25℃ 겨울을 견디며, 암컷은 청미래덩굴, 청가시덩굴 등 백합과 식물의 어린잎 앞면이나 줄기에 알을 한 개씩 낳는다. 네발나비과 나비 중 ‘신선나비’ 종류가 몇 있는데 청띠신선나비는 뒷날개의 푸른색 줄무늬가 신선의 도포자락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0. 꽃을 즐겨 찾아다니는 ‘푸른부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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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지 풀밭에서 양지꽃의 꿀을 빨고 있는 푸른부전나비(2024.4.18 고성산)

 

3월 하순부터 늦은 가을까지 여러 번 발생하는 나비로 평지의 초원이나 공원, 들과 산 등 비교적 서식지의 범위가 넓은 편이다. 싸리, 토끼풀, 양지꽃 등의 꽃에 모여 꿀을 빨고, 암컷은 싸리, 땅비싸리, 고삼 등의 콩과식물 꽃봉오리에 알을 한 개씩 낳고, 부화한 애벌레는 주로 꽃을 먹는다. 수컷의 날개 윗면은 청람색 바탕에, 외연부의 흑갈색 테두리는 넓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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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봄을 알리는 우리고장 나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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