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11(토)
 

“매화는 복숭아꽃과 봄날을 다투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많은 봄꽃나무 혼란한 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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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북방산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로 시작하여 이내 두꺼비로 이어진 후 참개구리와 청개구리 그리고 장마를 신호로 웅덩이에 모이는 맹꽁이까지 주변 개구리의 번식 시기가 있듯이 4월을 전후하여 꽃을 내는 봄꽃나무 또한 그들만의 미묘한 차례가 있다.


회양목으로 시작하여 산수유와 매화, 개나리, 백목련, 살구나무 등 왕벚나무의 개화까지 하루가 다른 배다리 봄꽃나무들의 경쟁이 있었고, 소나무와 단풍나무에 이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왕벚나무를 기점으로 조팝나무, 자엽자두, 벚나무, 앵두나무, 복사나무, 콩배나무, 박태기나무, 꽃사과나무, 팥배나무를 거쳐 5월을 대표하는 아까시나무의 개화로까지 이어진다. 


봄에 꽃이 피는 순서를 ‘춘서(春序)’라고 한다. “매화는 복숭아꽃과 봄날을 다투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봄꽃에도 나름의 차례가 있다. 서식 장소와 주변 환경에 따라 혹 꽃이 피는 순서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로 배다리의 봄꽃나무는 혼란한 봄을 맞고 있다.


1. 제주왕벚나무와 일본왕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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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명한 가로무늬의 껍질눈을 배경으로 핀 왕벚나무 꽃(2025.4.11 배다리산책로)

 

배다리생태공원 기준으로 작년 왕벚나무가 4월 1일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면, 올해는 그보다 늦은 4일부터 주변의 자엽자두와 함께 피기 시작해 평택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몰이를 거쳐 지금은 지고 있다. 이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로, 제주도 산지에서 볼 수 있는 벚나무를 부계로 한 자연 교잡종 제주왕벚나무보다는 모계만 같은 일본왕벚나무의 혈통으로 추정된다.


2. 산벚나무가 아닌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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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함께 잎을 내며, 마을숲에 흔한 벚나무(2025.4.11 배다리마을숲)

 

필자도 최근까지 배다리마을숲에서 자생하며, 꽃과 함께 잎을 내는 벚나무를 산벚나무로 동정했지만, 사실은 모두 벚나무로 확인되었다. 왕벚나무와는 달리 산벚나무는 백두산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벚나무 종류로, 평택과 같은 낮은 산지에서 만나는 야생 벚나무는 주로 벚나무이거나 잎 뒷면과 잎자루에 잔털이 있는 잔털벚나무이다.


3. 향기 좋은 조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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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향기로 주변을 끌어당기는 조팝나무의 꽃(2025.4.7. 배다리산책로)

 

조팝나무와 이팝나무는 우리의 식생활과 관련된 것에서 명명 기반을 삼은 것으로, 밥상에 오르는 곡식의 모양을 본떠서 흰색의 꽃이 좁쌀을 튀겨 놓은 듯하다 하여 조팝나무, 밥그릇에 담긴 쌀밥(이밥)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 이팝나무이다. 주변에 황금조팝, 삼색조팝, 꼬리조팝나무 등이 있지만 조팝나무만큼의 진한 향기는 흔치 않다.


4. 뜰이나 담 옆에 심었던 앵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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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한 꽃과 함께 붉게 익는 열매도 특별한 앵두나무(2008.4.12. 덕동산)

 

앵두나무는 꾀꼬리가 먹으며 생김새가 복숭아를 닮아 붙여진 이름 앵도(鶯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겨울에 잎지는 떨기나무로 배나무, 사과나무, 복숭아나무는 밭에, 매실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는 집 가까이에 심지만 앵두나무는 다 같은 과일나무이면서도 아름다운 꽃과 붉게 익은 열매를 보려고 뜰이나 담 옆에 흔히 심어 길렀다.


5. 매화와 봄날을 다투지 않는 복숭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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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숲에 버려진 핵과 열매를 통해 넉넉하게 자란 복사꽃(2025.4.13. 배다리마을숲)

 

‘매화는 복숭아꽃과 봄날을 다투지 않는다’라는 구전을 통해 복사나무의 꽃이 매우 늦으리라 생각되지만, 배다리 전역에서 서둘러 꽃을 내는 콩배나무, 박태기나무, 꽃사과나무, 팥배나무보다도 개화순서가 앞에 있다. 심었다기보다는 누군가를 통해 마을숲에 버려진 핵과 열매를 통해 넉넉하게 자란 복사꽃은 맨발 걷기 길에서도 눈에 들어올 위치에 있다.


6. 열매가 콩알만 한 배를 닮은 콩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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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화를 시작하면서 수술의 붉은 꽃밥이 선명한 콩배나무(2025.4.13 배다리마을숲)

 

콩배나무는 찔레꽃, 산딸기, 조팝나무, 노린재나무 등과 함께 주변 마을숲에서도 만날 수 있는 흰색의 꽃을 피우는 작은키나무이며, 성체로 겨울을 난 꿀벌과 꽃등에, 나비 등 작은 곤충들을 즐겨 불러들인다. 잎이 배나무 속의 돌배나무와 비슷하지만, 가장자리에 뾰족한 작은 톱니가 무딘 점이 다르고 4월 10일을 전후해 개화가 시작되면 무엇보다 수술대의 붉은색 꽃밥이 시선을 끈다.


7. 꽃 모양이 밥알, 밥티기를 닮은 박태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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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의 모양이 밥알, 밥티기를 닮아서 이름 붙여진 박태기나무(2014.4.10 덕동산)

 

박태기나무는 꽃봉오리가 달린 모양이 마치 밥알, 밥티기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본디 중국에서 자라던 나무이다. 중국 이름은 자형(紫荊), 북한에서는 꽃의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이 구슬꽃나무다. 산수유, 매화, 목련을 거쳐 개나리, 왕벚나무, 벚나무의 꽃이 한창일 무렵에 짙은 홍자색 꽃으로 배다리산책로를 핑크빛으로 꾸며준다.


8. 연분홍으로 피는 꽃사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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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 전역에 넓게 퍼져 자라고 있는 꽃사과나무(2008.4.19 비전동)

 

올해는 작년보다 전체적으로 개화 시기가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삼사일씩 늦어지고 있다. 봄꽃 축제의 대명사로 알려진 왕벚나무의 경우 배다리 기준으로 작년보다 3일 늦었고, 콩배나무는 4일, 꽃사과나무는 작년보다도 개화가 4일 이상 늦어지고 있다. 사과나무와 비슷한 아그배나무, 야광나무, 서부해당화 등 모두가 구분이 쉽지 않아 잎과 열매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9. 과일전 망신의 장본인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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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함께 열매의 향기가 특별한 모과나무(2012.5.1 덕동산)

 

속담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라는 말이 있는데, 모과의 열매는 울퉁불퉁 못생겼지만 연분홍색 꽃과 함께 열매에서 나오는 그윽한 향기는 못생긴 생김새를 훨씬 뛰어넘는다. 향기와 함께 나무껍질이 아름다운 나무에 속한 모과나무가 작년에는 4월 19일 화살나무와 함께 꽃봉오리를 열었지만, 올해는 그보다 조금 늦어지고 있다.


10. 산새들이 즐겨 찾는 팥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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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색 열매로 가을에 많은 산새를 불러들이는 팥배나무(2024.4.25 배다리마을숲)

 

콩배나무의 열매가 콩알만 한 배를 닮았다면 팥배나무는 열매의 크기가 팥과 비슷하고 모양이 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 열매를 새들이 매우 즐긴다. 배다리에서 자라는 붉나무, 산딸나무, 좀작살나무, 팥배나무는 가을에 익는 열매를 통하여 박새, 직박구리, 홍여새 등의 다양한 새를 불러들일 수 있는 나무로 정원이나 생태공원을 조성할 때 알아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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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왕벚나무 이후 하루가 다른 봄꽃들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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