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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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4월이 시작되면서 봄을 기다리는 봄꽃들의 성화가 차고 넘칠 정도이다.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일찍 꽃을 낼 수 없음은 식물의 개화 시기는 보통 기온과 낮의 길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나리와 목련같이 낮의 길이가 길어질 때 꽃을 내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국화나 코스모스와 같이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가을에 꽃을 피우기도 하며, 무엇보다 낮 동안의 빛에 노출되는 시간으로 식물이 받은 온기가 얼마나 되는지의 가온량에 따라 봄꽃마다 꽃피는 시기가 다른 것이다.


봄꽃마다 개화 호르몬이 활성화되는 온도가 다르다는 것이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봄꽃들의 개화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변화로 배다리생태공원의 봄꽃 또한 개화 순서를 예측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1. 꿀벌이 먼저 알아채는 회양목의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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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난 곤충에게 가장 먼저 꽃꿀을 제공하는 회양목(2023.3.10 배다리산책로)

 

꿀벌과 꽃등에, 나비 등의 성체로 겨울을 난 곤충에게 초봄은 꽃꿀을 얻기가 가장 어려울 때이다.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부터 그윽하고 부드러운 꽃향기로 잠에서 깨어난 곤충에게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회양목은 생태계에서 그만의 소중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꿀벌에게는 회양목을 시작으로 산수유와 매화, 살구꽃 등의 밀원식물로 이어진다.


2. 매화보다 꽃이 먼저 피는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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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꽃을 앞질러 꽃을 내는 봄의 전령사 산수유(2023.3.15 배다리실개천)

 

봄꽃은 일조 시간이 길고 기온이 높으면 개화 시기가 빨라진다. 매화와 개나리, 진달래 등 봄의 앞자락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는 봄꽃들을 ‘봄의 전령사’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산수유가 개나리와 진달래를 넘어 매화보다도 개화 시기를 앞서고 있다. 마을의 전령사가 산수유라면 주변 마을숲에는 산수유꽃을 닮은 생강나무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3. 春風先發苑中梅(춘풍선발원중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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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가장 빨리 피는 꽃으로 널리 알려진 매화꽃(2020.3.20. 배다리마을숲)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의 春風(춘풍)에서 “봄바람에 정원 매화꽃 먼저 피고 앵두꽃, 살구꽃, 복사꽃, 배꽃이 차례로 핀다”라고 하였듯이 기후 및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인 봄꽃 개화 순서를 살펴보면 매화가 늘 봄꽃의 앞에 자리를 잡는다. 매화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봄꽃이면서 봄에 가장 빨리 피는 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4. 암나무와 수나무가 다른 버드나무의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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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계수나무와 같이 암수딴그루인 버드나무의 수꽃(2008.4.6 안성천)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 유채 등 주변 다수의 사람이 알고 있는 가장 빨리 꽃을 피우는 봄꽃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배다리에서 자라는 버드나무는 산수유와 매화를 이어받을 정도로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다. 버드나무는 은행나무와 함께 암수딴그루로, 꽃이 핀 후 봄바람에 떠다니는 것은 꽃가루가 아닌 암그루의 열매를 싸고 있는 솜털이다. 


5. 열매를 잘 맺지 못하는 도심의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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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술이 수술 위로 솟아오른 장주화의 개나리(2025.3.25 배다리마을숲)

 

산수유, 히어리, 영춘화, 개나리, 죽단화 등 봄에 노란색으로 꽃을 내는 나무 중에서 밝은 노란빛으로 풍성하게 모여 피며, 대중성을 띠는 개나리가 으뜸이다. 2024년 배다리 전역에서 개나리는 3월 23일 개화를 시작했고, 올해는 그보다 이틀 느린 3월 25일에 꽃을 내면서 매화와 산수유, 버드나무보다는 늦었지만, 목련과 살구나무, 벚나무보다는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6. 꽃눈과 잎눈이 섞여 있는 복자기의 겨울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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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눈과 잎눈을 함께 지닌 섞임눈의 복자기 개화(2023.3.27 배다리실개천)

 

겨울눈은 자라서 무엇이 되느냐에 따라 꽃눈과 잎눈으로 나누며, 꽃눈과 잎눈이 섞여 있는 겨울눈을 섞임눈이라 한다. 겨울을 난 산수유와 왕벚나무의 통통한 겨울눈이 꽃눈, 찔레의 붉은색 겨울눈이 잎눈이라면 복자기의 겨울눈은 섞임눈으로 작년에는 3월 23일에 잎과 함께 꽃이 나왔던 복자기는 지난 3월 26일, 개나리와 백목련의 개화와 비슷한 시기에 껍질눈을 벗게 되었다.


7. 꽃받침이 없는 백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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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마을숲에서 크게 자라고 있는 백목련의 개화 모습(2025.3.28 배다리마을숲)

 

4월이 오기 전에 배다리생태공원의 산책로와 마을숲에서 꽃을 내는 목련은 흰색의 목련과 백목련 그리고 자주색의 자주목련이 있다. 꽃을 내는 순서는 백목련이 조금 빠르고 목련과 자주목련이 그 뒤를 따른다. 목련은 가는 꽃받침이 작게 있지만, 백목련은 꽃받침이 없어 구별되며, 자주목련은 꽃잎 안쪽이 흰색이고 밖은 자주색을 띤다.


8. 벚나무 친척 중 개화가 빠른 살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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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와 비슷하지만 5장의 꽃받침이 빨간색인 살구나무(2025.3.28 배다리산책로)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산책객을 맞는 벚나무의 다양한 친척 중에서 꽃을 내는 순서를 적어보면 매화가 제일 먼저고 살구나무, 자두나무, 자엽자두, 왕벚나무, 산벚나무, 복사나무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전체적으로 보면 개나리와 백목련보다는 느리지만, 많이 알려진 왕벚나무보다 개화가 며칠 빨라서 관심을 두는 순간부터 어렵지 않게 살구꽃을 구별할 수 있다.


9. 자엽꽃자두 ‘아트로푸르푸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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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용으로 널리 이용되고, 피자두가 달리는 자엽꽃자두(2024.3.31 배다리산책로)

 

학명에 ‘Atropurpurea’가 들어가면 ‘자주색 잎을 가진 나무’라는 것을 나타내며, 4월의 시작을 전후하여 왕벚나무와 개화 시기가 비슷하다. 자두나무와 서양자두의 꽃색이 흰색인 것에 반하여 자엽꽃자두는 연한 분홍색을 띤다. 꽃이 먼저 나오는 자두나무와는 달리 서양자두나무와 자엽꽃자두나무는 꽃과 잎이 동시에 나온다. 개화가 빨라 정원과 조경용으로 널리 심고 있다.


10.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봄꽃,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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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일을 전후하여 배다리산책로에서 꽃을 내는 왕벚나무(2024.4.1 배다리산책로)

 

에버랜드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통해 국내 SNS 이용자 1,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봄꽃은 벚꽃이었다. 언 듯 생각하면 왕벚나무, 산벚나무, 벚나무 등 벚나무속의 나무들이 빠른 개화를 할 것 같지만,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이보다 먼저 봄꽃을 내는 나무가 10종이 넘을 정도로 경쟁에서 늦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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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왕벚나무 개화까지 하루가 다른 봄꽃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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