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1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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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조류는 속이 빈 뼈와 함께 가벼운 깃털로 이루어진 날개가 있어 육상 척추동물 중에서 누구보다도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면에서 소수의 텃새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동성 조류는 새끼를 키우는 번식지에서 겨울을 나는 월동지를 오가며 분포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국가보호종이면서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천연기념물 제201-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겨울 진객 큰고니가 북쪽 먼 곳에서 배다리습지를 찾아 작년 12월부터 이곳에서 머무는 큰부리큰기러기와 함께 휴식과 먹이활동을 이어가며 열흘 이상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5년 들어 도심 속 배다리습지를 찾은 국가보호종은 큰부리큰기러기,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황조롱이 등 4종으로 배다리생태공원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척도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의 가치가 겨울 진객 큰고니로 인하여 더욱 돋보이고 있다.


1.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국가보호종 고니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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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고니류 중 가장 많은 무리의 큰고니(2025.1.29 배다리저수지)

 

우리나라에 도래하여 겨울을 나는 고니류는 기러기목 오릿과에 속하며, 고니, 큰고니, 혹고니 3종류가 있다. 이중 고니와 큰고니는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혹고니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에 지정·보호를 받고 있으며,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제201호, 생물 종의 멸종위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적색목록(IUCN)에는 관심대상(LC)에 속한다.


2. 우리나라 철새 중 몸집이 가장 큰 고니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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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보다 큰 기러기보다도 2배 정도 크고 무거운 큰고니(2022.1.29 배다리저수지)

 

고니는 추운 겨울이 와야만 만날 수 있는 우아한 자태의 철새이다. 다수의 사람이 시원하고 얼큰한 동태찌개의 동태알과 함께 들어가는 ‘고니’는 익숙해도 백조(白鳥)로 알고 있는 우리말의 고니는 다소 생소한 편이다. 고니는 우리나라의 철새 중 몸집이 가장 크고 무거우며, 길고 가는 목을 가진 대형 수조류로 가족군을 기본으로 무리를 이룬다. 


3. 가족 단위를 기본으로 무리 짓는 고니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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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아빠와 함께 월동지인 안성천을 찾은 큰고니 유조(2022.3.4 현덕면 덕목제)

 

큰고니와 고니는 가족 간에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가족 단위를 기본으로 무리를 이루는 특징을 보인다. 월동지인 안성천, 덕목제 등에서 관찰하면 부부와 새끼 한두 마리 정도 함께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몽골 같은 번식지에서는 큰고니 부부는 둥지에 3~8개의 알을 낳는다. 황새, 두루미, 기러기 등과 함께 고니 또한 부부의 연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한다.


4. 도심을 찾는 야생조류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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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 생물종으로 도심 속 배다리를 찾은 동박새(2023.12.22 배다리마을숲)

 

관상조류가 아닌 야생조류일지라도 무리 지음이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와 선율적인 울음소리로 도심의 숲과 습지를 찾아들고 있다. 동박새와 곤줄박이는 물론이고 언제부터인가 개활지나 산림지대에 살던 황조롱이와 참매 등의 맹금류들까지도 먹이터를 바꾸고 있다. 그리고 원앙,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큰부리큰기러기 등도 도심 속 습지인 배다리로 날아들고 있다.


5. 먹이와 커버(Cover)가 안정적인 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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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목을 물속에 넣어 수생식물의 뿌리를 캐고 있는 큰고니(2025.1.23 배다리저수지)

 

도심 속 조류의 서식 환경을 돌아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먹이, 커버, 번식 등이다. 배다리 습지를 찾는 수조류는 수서곤충, 어류, 양서류, 파충류, 수생식물 등의 먹이를 이용하지만, 먹이자원은 넉넉할수록 좋다. 커버(Cover)는 휴식과 잠자리터와 같은 공간인데 겨울을 나기 위해 배다리를 찾는 고니와 큰부리큰기러기에겐 위 두 요소가 우선하여 눈에 띈다.


6. 배다리습지를 찾는 겨울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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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도래해 이듬해 봄에 돌아가는 겨울철새 청둥오리(2025.1.23 배다리습지)

 

배다리를 찾는 중대백로와 큰고니처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종마다 적합한 기온, 먹이, 번식 등의 요소를 따라 이동하는 조류를 철새라고 지칭한다. 여름철새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 번식하고 가을에 돌아가는 새이며, 겨울철새는 반대로 추운 겨울을 피해 월동지인 우리나라에 오는 새로 배다리습지의 청둥오리, 큰부리큰기러기, 큰고니 등이 이에 해당한다.


7. 배다리를 찾았던 큰고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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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닷새 동안의 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설경 속의 큰고니(2022.2.1 배다리습지)

 

배다리에서 연중 만날 수 있는 흰뺨검둥오리에 비해 물닭, 쇠오리, 대백로, 큰고니, 청둥오리, 큰부리큰기러기는 겨울이 되어서야 관찰이 가능한 수조류이다. 특히 방문객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는 큰고니는 발레리나를 떠올리게 하는 우아한 모습으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인데, 2022년 1월 28일 7개체가 이곳을 찾아 닷새 동안의 짧은 여정을 끝으로 귀향길에 오른 적이 있다. 

 

8. 현덕면 덕목제의 큰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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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겨울이면 큰기러기와 함께 덕목제를 찾는 큰고니 무리(2024.12.14 현덕면 덕목제)

 

덕목제 습지는 2017년 훼손 방치된 지역을 자연생태 공간으로 복원하여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생태계보전부담금 반환사업의 목적으로 ‘덕목제 멸종위기양서류 대체서식지 보전·복원사업’이 시행된 곳이다. 사업의 주 내용은 멸종위기Ⅱ급 금개구리의 대체서식지 조성을 통한 생물다양성 증진이었지만 해마다 큰고니의 도래지로서도 소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9. 고니와 큰고니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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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리 기부의 노란색 부분이 앞으로 뾰족하게 나온 큰고니(2012.10.25 에버랜드)

 

고니(Tundra swan)는 영어 이름처럼 툰드라에서 번식하는 고니로 지역이 좁아서 개체수가 많지 않았지만, 큰고니(Whooper swan)는 고니보다 번식 지역이 넓어서 훨씬 많은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두 고니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동정키는 부리다. 큰고니의 경우 부리 기부의 노란색 부분이 앞으로 뾰족하게 나와 있어 끝이 둥근 고니와 구별된다.


10. 평택시농업생태원의 흑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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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농업생태원 미르내 연못에서 관상용으로 사육되던 흑고니(2024.8.17 농업생태원)

 

2020년 제주도 골프장에 날아든 고니로 한진그룹과 골프장의 소유권 분쟁으로 이어진 고니는 휘파람고니라고도 부르는 울음고니(trumpeter swan)로 북아메리카와 알래스카주에 분포하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인 CITES에 해당하지 않듯이 호주와 뉴질랜드가 원산지인 흑고니 또한 평택시농업생태원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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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새해에 배다리를 찾은 겨울 진객, 큰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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