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0-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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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봄은 봄다워야 하고, 여름은 여름다워야 하며, 가을은 가을다워야 하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배다리의 계절다움이 예전 같지 않다. 생태공원 배다리의 봄은 매화나무의 꽃으로 시작하여 회양목과 왕벚나무에 꿀벌과 직박구리가 날아들면서 이내 개망초의 흐드러진 꽃으로 이어지고, 장마는 땅속 맹꽁이를 속히 불러내며 애매미, 참매미, 말매미의 출현으로 길고 무더운 여름을 맞게 된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의 연장에서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는 ‘얼추 가을이 왔건만 도무지 가을 같지 않다’라는 뜻으로, 기록적인 올 무더위를 빗대어 나온 말이다. 자연은 항상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다. 언제까지 자연다움을 이어갈지 모르는 일이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계절다움을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겨울 초입에서 변함이 없는 배다리 조경수의 열매를 통해 계절다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1. 꽃과 함께 열매가 일품인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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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난 산수유의 넉넉한 열매를 찾은 물까치(2023.3.16 배다리산책로)

 

주변서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대표적 나무를 들라면 노란색 꽃을 피우는 산수유와 생강나무일 것이다. 산에서 생강나무가 봄을 알리는 전령사라면 마을에선 산수유가 개나리나 벚나무보다도 앞에 나서서 오는 봄을 재촉한다. 다양한 목적과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되는 조경수 중 산수유는 꽃과 함께 결실하여 익어가는 열매가 일품이다.


2. 과일전 망신을 시킨다는 모과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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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에서 노란색으로 익는 짙은 향기의 모과나무 열매(2024.11.29 배다리산책로)

 

속담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라는 말이 있다. 모과는 분홍빛의 꽃이 예쁘고 잘 익은 열매의 향기도 좋지만 제멋대로 생긴 울퉁불퉁한 모양 때문에 못생긴 과일의 대명사가 되었다. 울퉁불퉁하게 생긴 타원형 열매는 초록에서 짙은 노란색으로 익으며, 은은하고 기분 좋은 향기는 못생긴 생김새를 훨씬 뛰어넘는다. 


3. 콩만 한 배가 열리는 콩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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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매가 콩만 하지만 즐겨 먹는 배를 닮은 콩배나무의 열매(2013.12.6 덕동산)

 

조경에서 사용되는 조경수의 일반적인 범위는 재배종과 원예종 그리고 자생종으로 구분되며, 콩배나무는 주변의 산딸기, 찔레꽃 등과 함께 평택 전역의 야트막한 산과 들에 널리 퍼져 자라는 자생종이다. 덕동산마을숲, 배다리마을숲 등 도심지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작은키나무로 돌배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의 톱니가 무디고 콩만 한 열매는 작고 떫은맛이 있다. 


4. 꽃과 열매가 튤립을 닮은 튤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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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을 향해 튤립꽃 모양의 열매를 연 튤립나무(2023.1.2 배다리산책로)

 

튤립나무는 꽃과 함께 열매의 모양이 원예 식물인 튤립을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백합나무라고도 부른다. 경제수종인 잣나무, 낙엽송에 비해 생장이 좋으며, 밀원수종 아카시나무보다도 개화기간이 길어 꿀 생산에는 더욱 유리하다. 탄소를 먹는 착한 조경수 ‘튤립나무’가 튤립꽃 모양을 닮은 열매를 파란 하늘을 향해 열고 있다.


5. 팥알만 한 열매가 달리는 팥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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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눈과 함께 매달린 팥배나무 열매(2024.11.29 배다리산책로)

 

마가목, 산딸나무, 좀작살나무, 팥배나무, 가막살나무 등은 가을에 익는 열매를 통하여 박새, 물까치, 직박구리 등의 다양한 새를 불러들일 수 있는 나무로 조경수를 선정할 때 알아두면 좋다. 콩배나무와 함께 배나무와 닮은 꽃이 피며 팥알만 한 열매가 달리는 팥배나무는 함양지 가는 길 좌측의 가내초등학교 쪽으로 참느릅나무와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6. 아기처럼 조그만 배가 달리는 아그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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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색 열매에 꽃받침이 없어 구별되는 아그배나무(2023.8.7 배다리산책로)

 

아그배나무는 ‘아기처럼 조그만 배가 달린다’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야광나무, 꽃사과나무와 함께 가을이 되면 공 모양의 붉은색으로 열매를 맺으며, 겨울에도 열매가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어 이것을 통해 종을 구별할 수 있다. 아그배나무는 햇가지 잎의 결각으로도 알지만, 열매에 꽃받침이 일찍 떨어져 눈에 쉽게 들어온다.


7. 영구 꽃받침조각이 남아있는 꽃사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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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그배나무와는 달리 꽃받침조각이 선명한 꽃사과나무열매(2024.10.21 배다리산책로)

 

2024년 4월 9일, 배다리 전역에서 살구나무와 왕벚나무에 이어 개화를 시작한 꽃사과나무는 붉은색을 지나 지금은 다소 어두운색의 열매이지만 직박구리의 관심권 안에서 여전히 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장미과에 속하는 꽃사과나무는 봄에 화사한 꽃을 보기 위한 나무인데 적응력이 뛰어나고 병충해가 적어 배다리 전역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8. 참새 방앗간보다 달콤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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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넉넉한 먹이로 산새를 불러들이는 감나무 열매(2024.11.29 배다리산책로)

 

배다리마을숲의 고욤나무와는 달리 함양지 입구의 감나무는 제대로 된 감이 열려 주변 산새들의 겨울나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보통 감나무는 해거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곳 까치밥은 까치에게만 주어진 선물이기보다는 직박구리를 중심으로 참새, 물까치, 청딱따구리 등 주변의 여러 친구에게 넉넉할 정도로 ‘참새 방앗간’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9. 단풍과 열매가 아름다운 화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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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색 껍질이 벌어져 주홍색 씨를 드러낸 화살나무 열매(2005.11.9 덕동산)

 

줄기 모양이 남다르고 단풍이 아름다워 학교와 공원, 아파트 화단의 조경수로 즐겨 심는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 식물로 단풍이 고와 금목, 이른 봄나물로 먹는 홑잎나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앞에 나왔던 산수유나무, 팥배나무, 꽃사과나무, 아그배나무 등의 나무가 꽃과 열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화살나무는 전적으로 단풍과 열매가 아름다운 조경수이다.


10. 마을숲에 심어 기르는 상수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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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마을숲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상수리나무의 열매(2022.10.10 배다리마을숲)

 

도토리가 달리는 모든 나무를 참나무라 부르며,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 갈참나무와 졸참나무,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등이 주변의 들과 산에서 자란다. 먹거리가 넉넉지 못했던 민초들은 상수리나무를 마을숲 주변에 심어서 구황식물로 이용했으며, 해를 걸러서 열매가 많이 열리기도 한다. 비늘 모양의 포로 된 도토리 깍정이는 열매의 절반 정도를 덮고 끝이 뒤로 젖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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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열매만으로 알아가는 배다리의 조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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