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0(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덕동산 맹꽁이연못 최근 몇 년 동안 맹꽁이 소리 들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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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한마디의 짧은 말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우리 고장 생태계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식물이 있다면 무엇이며, 평택지역 생태계의 대표성을 띠는 깃대종을 정했을 때 최종 선택은 누구누구에게 기회가 주어질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곤 한다. ‘한 지역의 생태계를 특징적으로 잘 나타낸다’라는 것이 언뜻 생각하면 희귀 및 멸종위기 동식물 혹은 천연기념물 중 하나로 생각하기 쉬우나 깃대종의 의미는 그렇지 않다. 


1993년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생물다양성 국가 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방안으로 제시된 깃대종은 특정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생태계의 여러 종 가운데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생물종을 통틀어 일컫는다. 평상시에는 늘 잊히고 있다가 장마가 시작되면서부터 관심도가 급부상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면 바로 ‘맹꽁이’일 것이다. 국가보호종의 의미를 떠나서라도 들과 습지의 고장 평택에 가장 잘 어울리는 깃대종 후보 중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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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주변의 배수로 집수정에서 우렁찬 구애의 소리를 내는 맹꽁이(2023.6.29)

 

◆ 잘 알려진 개구리, 맹꽁이 이야기


장마철에 울음소리를 내는 맹꽁이는 맹꽁이과에 속하는 양서류이다. 울음소리가 ‘맹꽁, 맹꽁’ 하여 맹꽁이라고 하였지만 사실 맹꽁이는 ‘맹꽁, 맹꽁’하고 울지 않는다. 장맛비가 내린 날 밤 암컷을 부르는 수컷의 ‘맹~꽁’하는 소리는 한 마리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 한 마리가 ‘맹(웽)’하고 운 후 옆에 있는 수컷이 ‘꽁’하고 내는 소리가 합쳐져 ‘맹~꽁, 맹~꽁’하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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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꽁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비전동 덕동산 맹꽁이연못 전경(2023.6.29)

 

지금처럼 일기 예보가 정확하지 않았을 때, 개미가 이사를 하고, 거미가 새집을 짓고, 제비가 나는 것 등을 보면서 일기를 알아보고자 했는데, 맹꽁이만큼 날씨 예측에 정확한 정보를 주는 동물은 흔치 않았다. 기상캐스터 맹꽁이가 장마를 대비해 서식지 근처로 자리를 옮기고 이어 짝짓기를 위한 노래, ‘맹~꽁, 맹~꽁’을 시작하면 농부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논의 물꼬를 단속하러 나갔다고 한다. 실제 평택 소사벌택지지구의 경우도 장마가 시작되기 전 며칠 전부터 두세 개체의 맹꽁이가 밤마다 짝을 찾기 위한 노래(Call)로 장마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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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사벌지구 평택세무서 주변의 맹꽁이 집단 서식지 전경(2023.7.7)

 

◆ 2023년 평택 맹꽁이의 현주소


평택지역에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 29일, 장맛비를 학수고대하던 맹꽁이의 서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평택소사벌지역을 중심으로 배다리마을숲, 평택세무서 주변, 배다리초중통합학교 주변, 우미린센트럴파크 아파트와 이화초등학교 주변, 비전동 덕동산 맹꽁이연못 등 맹꽁이와 관련된 지역을 밤새 둘러보았다.


2009년 비전동 소재 덕동산 잔디밭 가장자리의 고인 물에서 시작된 맹꽁이와의 인연은 청소년 환경동아리의 도움을 받아 평택 전역의 맹꽁이는 물론이고 멸종위기 양서류에 관한 관심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상징적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덕동산 맹꽁이연못이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한 음절의 맹꽁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맹꽁이 없는 맹꽁이연못으로 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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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미린센트럴파크 아파트 주변의 집수정에 모인 맹꽁이(2023.6.29)

 

우미린센트럴파크 아파트와 이화초등학교 산책로에 길게 자리 잡은 배수로와 집수정에서는 원서식지에서 쫓겨난 적지 않은 수의 맹꽁이가 장맛비가 내린 후부터 쉼 없이 번식과정을 밟지만, 상당수의 올챙이는 여전히 배수로를 통해 하수라인으로 쓸려가고 있으며 살아남은 몇 개체의 맹꽁이만이 집수정에 쌓인 퇴적물과 배수로 주변의 흙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배다리도서관 주변과 평택세무소 주변에서 살아남은 개체들과 평택세무서 건너편의 LH에서 아직 매각되지 않은 연립주택부지에서는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백여 개체 이상의 맹꽁이가 장맛비가 시작되는 날 밤에 엄청난 소리로 생명을 노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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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을 맞아 배다리도서관 앞 도로변에서 배회하는 맹꽁이(2023.7.15)

 

◆ 생명을 노래하는 맹꽁이의 소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세상일에는 때가 있듯이 맹꽁이도 때가 있다. 봄이 오기 전 2월 하순쯤, 북방산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의 출현을 시작으로 3월 초순에는 두꺼비의 등장과 번식으로 이어지고, 참개구리와 청개구리, 금개구리를 거쳐 모내기가 끝날 즈음에는 벼 이삭을 양손으로 잡고 구애의 소리를 내는 수원청개구리가 넓은 논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크게 나타낸다. 그리고 난 후 우리 고장 개구리는 맹꽁이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이클로 돌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 멸종위기 양서류의 서식지가 빠르게 파괴되었고 심지어는 그렇게 흔했던 장마철 맹꽁이의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인간의 더 나은 삶이란 명목하에 개발이 최고의 선이고 개구리는 그냥 개구리일 뿐이었다.


창세기 11장 28절에 나오는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라는 땅에 대한 이 ‘문화명령’은 사람을 중심으로 소중한 생명과 자연환경을 마음껏 파괴하라는 의미가 아님은 물론이고, 더욱 무거운 사명감을 가지고 창조주의 사랑으로 주변을 보살피라는 당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자연생태와 관련해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주변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실천에 옮겨야 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며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름다운 삶임을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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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평택 맹꽁이의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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