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9(일)
 

나비정원의 꽃과 나비·곤충의 세계 둘러보며 작은 비오톱 즐기는 기회 갖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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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6월에 접어들면서 웃다리문화촌 나비정원은 이런저런 나비로 넘쳐나고 있다. 누구보다도 봄을 기다렸던 네발나비의 깨어남은 배추흰나비와 노랑나비의 우화로 이어지고, 4월을 전후하여 쥐방울덩굴의 새싹이 올라오면서부터 나비정원은 꼬리명주나비의 출현과 산란 그리고 꼬물꼬물 애벌레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여름을 맞아 꼬리명주나비와 함께 시작한 웃다리문화촌의 나비정원은 버들마편초와 붓들레아, 에키네시아 등의 꽃꿀 유혹에 이끌린 호랑나비과 친구들로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웃다리문화촌 나비정원의 특별한 화단


식물의 꽃과 잎은 나비에게는 흡밀식물로 나비의 애벌레에게는 먹이식물이 되기에 그 자체가 나비를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지만 이 기본적인 사실을 알지 못해 다수의 경우는 나비가 보여주는 몇 가지의 단순한 행동을 모른 채 넘어가거나 나비마다 보여주는 저마다의 특성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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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꽃’으로 알려진 붓들레아를 찾은 산호랑나비(2023.6.22)

 

나비가 보여주는 행동의 핵심은 엄마·아빠 나비는 꽃꿀을 찾아 이꽃 저꽃을 찾아다니지만, 나비의 애벌레는 그들만의 먹이식물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즉 엄마·아빠 나비는 어느 한 꽃꿀에 연연함이 없이 두루 찾아다니는 ‘잡식’이라면 애벌레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의 잎이 제한된 ‘편식’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웃다리문화촌의 나비정원은 엄마·아빠 나비의 꽃꿀을 위한 흡밀식물 화단과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호랑나비 애벌레, 산호랑나비 애벌레 그리고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 애벌레를 위한 화단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


성충인 엄마·아빠 나비를 위한 식탁으로는 향기와 함께 꿀샘이 넉넉해 만족도를 높여줄 풀꽃·나무꽃들이 저마다 방문객을 기다리는데 채송화와 백일홍, 봉선화, 풍접초, 털부처꽃, 접시꽃으로부터 에키네시아와 붓들레아, 버들마편초 등에 이르기까지 한창 꽃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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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 성체를 위한 흡밀식물 화단의 에키네시아 군락지(2023.6.22)

 

나비 애벌레를 위한 배추흰나비 화단은 관목만큼 자란 십자화과의 케일이 오랫동안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먹이터가 되었고, 산호랑나비 화단은 우산꽃차례의 구릿대를 제외한 당귀와 갯방풍 그리고 당근까지 가세하여 무리 지은 꽃을 연출함으로써 애벌레는 물론이고 성충인 나비와 홍줄노린재, 꽃등에 등 주변의 다양한 곤충들에게도 관심을 끌고 있으며, 호랑나비 화단 또한 운향과의 탱자나무와 초피나무, 황벽나무 그리고 초본인 루타에 이르기까지 호랑나비 애벌레의 요구를 넉넉히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를 위한 육묘장과 바깥 화단의 경우 쥐방울덩굴의 세력이 예전 같지 않아 애벌레 및 성체의 개체수가 다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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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꽃 중에서 털부처꽃에 무리 지어 모이는 배추흰나비(2021.6.28)

 

◆ 나비를 불러들이는 대표 흡밀식물


붓들레아는 한두 그루만 심어도 꽃의 향기가 매우 진하고 꿀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나비가 즐겨 찾는 ‘나비꽃’으로도 불린다. 개화기에 많은 나비가 즐겨 찾는다고 하여 영명을 ‘Butterfly bush’, 꽃향기가 좋고 꽃 모양이 라일락을 닮아 ‘Summer lilac’이라고도 한다. 언 듯 보면 원뿔 모양으로 꽃을 내는 주변의 꼬리조팝나무로 여길 만도 하지만 여러 개의 꽃이 긴 이삭 모양으로 피는 꽃차례를 갖고 있어 어렵지 않게 구별되며, 무엇보다도 보라색, 분홍색, 빨간색, 흰색 등의 꽃색이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분홍색의 꼬리조팝나무와는 크게 다르다. 그렇지만 나무 전체가 자극성의 정유 및 사포닌을 함유하는 유독식물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버들마편초 또한 나비정원에서 붓들레아와 함께 많은 나비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배추흰나비와 노랑나비는 물론이고 네발나비와 작은멋쟁이나비 등의 네발나비과 그리고 호랑나비와 산호랑나비, 사향제비나비 등의 호랑나비과에 이르기까지 나비정원에 나타나면 이 꽃을 찾아와 꽃꿀을 빨고 가는 가성비 높은 흡밀식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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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들마편초(숙근버베나)를 찾은 산호랑나비(2023.6.24)

 

버들마편초는 한번 심어놓으면 여러 해에 걸쳐 돋아나는 여러해살이풀 중에서 월동 후에 알뿌리에서 다시 줄기가 돋아나는 뿌리 조직 즉 숙근이 있는 식물로 숙근버베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원산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열대 남아메리카 지역이며 우리나라 따뜻한 남부지역에 들어와 씨앗에 의한 번식력으로 경남 마산과 주변 항구를 중심으로 자리 잡아 귀화식물 목록에도 올랐다. 6월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꽃줄기 끝에 작은 보라색 꽃이 함께 뭉쳐서 피는 모습이 매력적이어서 정원식물로 인기가 많은 품종이기도 하지만 붓들레아 만큼이나 꿀을 쫓아다니는 벌과 나비에게 사랑받는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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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다리문화촌 나비정원 흡밀식물 화단의 털부처꽃(2023.6.24)

 

◆ 나비정원이 주는 관찰의 즐거움


애벌레가 좋아하는 우산꽃차례의 먹이식물이지만 당귀와 방풍 그리고 당근의 꽃에서도 꽃꿀을 따는 산호랑나비, 쥐방울덩굴과에 속한 쥐방울덩굴과 등칡 이 둘은 한 가족이지만 등칡보다는 쥐방울덩굴에만 알을 낳아 애벌레의 먹이식물로 이용하는 꼬리명주나비, 주변에 개화 중인 여러 흡밀식물이 있지만 유독 털부처꽃에 모이는 배추흰나비 등 웃다리문화촌의 나비정원은 규모에 비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듬뿍 지니고 있다. 


꽃과 곤충의 생태와 공생관계, 이들의 서로 속고 속이는 생존 게임의 재미있는 일면을 소개한 다나카 하지메의 ‘서로 속고 속이는 그들만의 게임 <꽃과 곤충>’의 내용이 아닐지라도 연중 가장 많은 나비가 출현하는 계절에 나비정원의 다양한 꽃들이 나비와 벌을 부르는 색, 향기, 형태를 관찰하고 곤충의 시각으로 살펴보는 꽃의 세계가 어떠한지 꽃과 나비, 꽃과 곤충의 세계를 둘러보며 관계를 이어가는 작은 비오톱을 즐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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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꽃과 나비의 세계’ 웃다리문화촌 나비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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