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8(토)
 

권혁재 시인

숭어가 슬어 놓은
알알이 하얀 집
시렁 위에 앉아
들락거리는 물을 본다
물항아리 속에 아른거리는
얼굴들을 보면서

개펄에서 물때를 만난
아버지의 횃불
활활 타오르다
여명 무렵 잦아드는데

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밤 새 바다를 열망하던
물항아리,
그 속에 아버지도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썰물 뒤의 텅 빈 회한

숭어떼가 펄쩍펄쩍
물살을 차고 뛰어 올라
개펄에 고인 물웅덩이를
타고 넘는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숭어알 같은 물의 집.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토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잠의 나이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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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물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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