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겨울에 만나는 산새들의 소중한 이야기 시민들이 오랫동안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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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자연생태계를 바라보며 건강한 생물다양성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새를 만나는 계절이다. 자연 상태에 있는 새들을 훼손하거나 놀라게 하지 않고 그들 자체의 아름다운 모습과 울음소리를 관찰하면서 즐기는 행위를 탐조(探鳥)라 한다. 새들의 생활사를 관찰하는 이 활동은 자연과 함께하는 공존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써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끽할 유익한 기회이기도 하다. 


◆ 배다리마을숲 특별한 탐조활동


 2024년 1월 10일부터 3월 현재까지 배다리마을숲 가장자리의 샘물을 찾는 산새 중심의 특별한 탐조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관찰일지에 이름을 올린 야생조류는 박새, 딱새, 쑥새, 쇠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유리딱새, 오목눈이, 상모솔새, 직박구리, 되지빠귀, 노랑턱멧새, 노랑지빠귀, 검은머리방울새 등 모두 14종으로, 되지빠귀(23cm)와 직박구리(28cm)를 제외하고는 모두 박새(14cm) 정도 크기의 작은 산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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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숲 샘물을 찾는 산새 중 출석률이 높은 곤줄박이의 물 목욕(2024.1.29)

 

배다리마을숲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러한 환경에 익숙한 몇 종의 새를 제외하고는 일상적인 활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까치, 딱새, 어치, 박새, 때까치, 멧비둘기, 직박구리 등의 주변 환경변화에 익숙한 산새들은 상황이 바뀌어도, 야생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의 선택 등 큰 제약을 받지 않지만, 되새, 굴뚝새, 상모솔새, 밀화부리, 노랑지빠귀, 되지빠귀 등 다수의 산새들은 서식지 주변에 가까이 다가서는 사람들로 인해 먹이활동은 물론이고 물을 먹고 목욕하며, 번식 둥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배다리마을숲 샘물을 찾는 산새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탐조활동은 3월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한 시간 이상을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샘물을 찾아오는 새의 종류를 알아내고 물을 먹고자 함인지 혹은 목욕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물가 주변에서 먹이활동을 이어가고자 함인지를 저마다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기록하고, 물을 먹는 횟수와 물 목욕을 하는 시간 그리고 목욕 후에 몸을 털고 깃털을 정리하는 모습을 정리하다 보면 한 시간이란 시간은 상황에 따라 짧거나 길기도 하지만 즐거우면서도 고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배다리마을숲을 찾는 새들의 종류와 그들만의 행동 특성을 꼼꼼히 기록하여 정리하는 것은 배다리생태공원의 생물다양성을 이해하고 주변 시민을 대상으로 홍보하는데 너무도 소중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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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새들에게 잘 알려진 배다리마을숲 가장자리의 샘물 주변(2024.2.5)

 

◆ 새들의 목욕문화


새들이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물과 먹이이다. 조류학자에 의하면 새들은 깃 단장을 하는데 깨어 있는 시간의 10%를 할애하는데 이 깃 단장이 목욕이며, 깃 고르기이다. 몸을 깨끗이 하고 건강을 챙기면서 외모를 단장하는 목욕문화는 우리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함양지에서 배다리습지까지 이르는 실개천과 마을숲 가장자리의 샘물 등 배다리생태공원 전역에서 새들이 물에 몸을 담근 뒤 빠른 속도로 물을 뒤집어쓰고 깃털을 요란스럽게 턴 후 부리로 빗질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목욕은 새들에게 가장 중요한 깃털의 상태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함인데, 구체적으로는 체온이 높은 새들이 체온을 조절할 수 있고, 각질화된 피부와 깃털에 묻어 있는 오물이나 외부기생충 등을 제거하기 위해 목욕을 한다. 물이 있는 곳에 물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산새 또한 저만의 단골 목욕탕을 이용해 소중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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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숲 샘물을 찾은 박새류 중 가장 작은 진박새의 무리(2024.1.28)

 

◆ 알아야 지킬 수 있다


우리의 건강과 역사가 그러하듯이 자연 또한 알아야 지킬 수 있다. 자연생태계에 대한 바른 이해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접근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생명에 대한 관심과 존중을 바탕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2016년 이후, 해마다 배다리습지에서 건강하게 겨울을 나고 있는 큰부리큰기러기 이야기, 올해 들어 꾸준하게 이곳을 찾고 있는 노랑부리저어새 이야기, 한순간도 잊지 않고 마을숲 샘물을 찾아 물을 먹고 목욕하고 가는 작은 산새들 이야기,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숲 이장을 한 웅덩이에서 번식하는 맹꽁이 이야기, 마을숲에서 붉은빛이 도는 갈색으로 날개가 돋아 수액을 놓고 경쟁을 부리던 톱사슴벌레의 이야기 등 이들을 찾아내고 꼼꼼하게 관찰하는 이유가 있다면 많은 생태학자들이 한결같이 전하고 있는 “알아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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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숲에서 유독 빛나는 푸른 보석의 숲새, 유리딱새 암컷(2024.1.22)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진 조사활동에서 출석부에 가장 높은 빈도의 이름을 올린 산새는 박새와 곤줄박이였으며, 딱새, 진박새, 쑥새, 쇠박새가 그 뒤를 잇고 유리딱새와 노랑턱멧새가 이름을 잊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2022년 4월 3일, 산책로 주변의 배롱나무에서 묵은 열매를 열심히 까먹던 검은머리방울새를 이곳에서 그것도 네 차례나 관찰할 수 있었고, 겨울철 침엽수를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라 짐작만 했던 상모솔새 또한 집단으로 이곳을 찾아 목욕하는 모습까지 동영상으로 담을 수 있었다. 1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에서 산새들 각각의 크기와 색상 등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샘물’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며, 관찰자에게는 너무도 큰 행복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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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보다는 수서곤충 먹이를 위해 샘물을 찾은 딱새 수컷(2024.2.25)

 

50일간의 관찰일기를 써 내려가면서, 9cm의 작은 크기에 바쁜 움직임으로 예쁜 정수리를 보기 어려운 상모솔새, 마을숲에서 유독 빛나는 푸른 보석의 유리딱새, 울음소리가 아름다워 애완조류로 곁에 두고 싶은 검은머리방울새 등의 아름다움과 그들만의 소중한 이야기를 배다리의 자연에서 오랫동안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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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작은 샘물을 찾아온 배다리의 산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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