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죽백동 배다리마을숲’, ‘비전동 덕동산마을숲’보다 야생조류 종 풍부도 낮지 않아

건강한 야생동물 개체군 유지에 필요한 안정된 물 공급으로 자연생태계 다양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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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가리는 동물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물이 고여있거나 흐르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물을 먹고 있는 새들을 볼 때마다 ‘물은 생명이다’라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문구가 떠오른다.


‘물은 생명이다’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공간이자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원인 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물 자원과 인간의 생태환경을 지키는 방안을 고민해 보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다. 2001년 1월 12일부터 SBS가 ‘대국민 약속’으로 시작하여 지금도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위기! 도심 속 습지의 미래’, ‘야생동물과 인류의 공존을 그리다’, ‘생태계 적색경보, 외래종의 습격’ 등 물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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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실개천에서 무리와 함께 물 목욕을 한 후 자리를 옮기는 직박구리(2023.1.6)

 

◆ 생각보다 가까운, 새와 사람의 거리


이름만 들어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박새와 딱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오목눈이, 쇠딱따구리, 노랑턱멧새 등 이들 모두는 사실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산새들이지만 눈에 들어올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이들의 실제 모습과 그들만의 행동 특성을 관찰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새를 관찰할 때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자세는 자연에서 사는 새들의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새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절대적으로 삼가는 것이 새를 관찰할 때 지켜야 할 첫 원칙이다.


야생의 새들은 근본적으로 주변 상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본능적인 것과 관련해 먹이를 구하고 있거나 먹고 있을 때 혹은 물을 먹고 있거나 물에서 목욕하고 있을 때만큼은 다소의 틈새를 보여 이 기회를 잘 이용하는 것이 탐조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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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사벌 상가지역에 터 잡고 사는 집비둘기가 실개천으로 물을 찾아왔다. (2023.12.30)

 

도심에 살거나 도심을 끼고 있는 삶의 주변에서 가장 떠들썩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산새를 꼽으라면 주저함 없이 직박구리일 텐데, 이 경우는 봄부터 겨울까지 무엇인가를 먹고 있을 때 좀 더 가깝게 다가설 기회가 주어진다. 매화나무와 벚나무에서 꽃꿀을 따는 이른 봄부터 곤충을 따라다니는 여름과 가을을 거쳐 아그배나무, 산수유나무, 꽃사과나무에 무리를 지어 열매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봄이 오기 전 복자기나무의 나무껍질을 부리로 쪼아 수피(나무의 껍질)를 타고 흘러내리는 수액을 받아먹을 때 평상시보다는 새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그렇지만 박새, 쇠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유리딱새 등 상당수 야생의 소조류는 먹이활동도 가능하지만 물을 먹거나 목욕을 위해 물을 찾을 때 경쾌한 모습은 물론이고 나름의 아름다운 색상 등 여러 가지 행복 조건으로 기나긴 시간의 탐조 활동에서 오는 피로감을 한 번에 날리게 되는 것이다. 물을 먹거나 물 목욕을 하기 위해 물을 찾는 것은 방울새가 수확을 위해 널어놓은 들깨 더미나 해바라기 열매를 찾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본능에 가깝다고는 해도 몸에 밴 정도가 다르기에 야생조류가 물을 찾는 것은 원천적인 욕구를 넘어 생명 그 자체에 가깝다. 물은 생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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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위 땅콩을 물고갈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곤줄박이가 먹을 물을 찾았다. (2024.1.4)

 

배다리저수지의 수생식물 뿌리를 찾아 날아드는 큰부리큰기러기 또한 위 경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팽성읍과 오성면의 너른 들에서 만나게 되는 큰기러기 무리의 경우 사람의 접근을 절대 허락하지 않지만 예민하기로 소문난 큰기러기 무리를 배다리습지를 찾는 사람들이 가깝게는 10~20m의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며, 배다리마을숲 산새들이 숲속 샘물을 찾아 이용하는 것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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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배다리마을숲 샘물을 찾아 나선 유리딱새(2023.12.30.)

 

◆ 배다리마을숲 샘물에서 만나는 산새


평택시 비전동에 위치한 덕동산마을숲과 죽백동에 속한 배다리마을숲 두 곳만을 놓고 야생조류의 서식 현황을 정리해 보면 도심 속 마을숲이라고는 해도 숲 면적이 좁은 배다리마을숲이 덕동산에 비해 야생조류의 종 풍부도가 낮지 않다는 것이다. 종 풍부도는 종다양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몇 종의 조류가 서식 가능한 곳인가를 나타내는데, 덕동산이 배다리마을숲보다 조류의 종 풍부도가 높을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숲 면적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배다리마을숲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산새의 종수는 덕동산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덕동산마을숲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인 물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덕동산 체육시설과 소나무 군락지 주변에 작은 약수터가 있긴 해도 이는 주변 주민을 위한 것이지 오래전부터 사람의 관심사에서 벗어난 이름 모를 산새와는 큰 거리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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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에도 얼지 않아 산새들이 즐겨 찾는 배다리마을숲의 샘물(2024.1.5)

 

참새, 딱새, 후투티, 밀화부리, 멧비둘기, 집비둘기, 노랑지빠귀 등이 배다리실개천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산새에 속한다면 그곳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마을숲에는 박새와 쇠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등의 박새류를 중심으로 되지빠귀, 유리딱새, 호랑지빠귀, 오색딱따구리 등이 나름의 서식지를 형성하고 있다. 


물이 있다는 것은 야생조류가 즐겨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주변 야생동물의 먹이섭식, 놀이장소, 피난처는 물론이고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이동통로로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야생의 새일지라도 늘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으며 야생조류의 먹이가 부족한 겨울은 더더욱 그러하다. 2024년에는 건강한 야생동물 개체군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안정된 물 공급을 시작으로 자연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는 고민과 함께 모두가 행복한 노력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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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생각보다 가까운 새와 사람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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