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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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영 평택YMCA 사무총장, 경기남부하나센터장

북한이탈주민들은 남북한 분단과 갈등의 희생자이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은 남북한 통일사회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며, 북한이탈주민들은 우리 모두와 함께 따뜻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더욱 힘든 것은 명절이 되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가슴속에 맺힌 부모님과 형제, 친지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혀야만 하는 그들의 아픔은 늘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다.


매년 한가위가 되면 그들과 함께 파주 임진각 망배단을 찾게 된다. 망배단을 찾은 북한이탈주민들은 “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네”, “헤엄쳐 바로 갈 수 있겠어요” 등 저마다 북한을 보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표현하고는 한다. 

 

또한 망원경을 통해 고향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지나가는 것을 혹시 볼 수는 없는지, 누이동생을 혹시 볼 수는 없는지 바라는 간절한 그들의 눈을 보고 있자면 안타깝기만 하다. 전망대에서 지척에 있는 고향 땅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인 그들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보면서 필자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평택에는 1,200명이라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경험한 사람은 알겠지만 낯선 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북한이탈주민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새로운 지역사회에서 정착한다는 것은 지역의 정서와 학연과 지연으로 얽히고설켜 있는 인맥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타향에서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주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은 목숨을 걸고 부모, 형제, 고향을 뒤로하고 북한을 탈출해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내려왔지만 이들의 삶은 편안하지 못하다. 물론 한국사회에 잘 적응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북한이탈주민들은 다른 체제와 사회적 분위기, 경제적 곤란, 문화적 이질감, 취업 곤란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겪는 심리적 건강 악화, 그리고 차별에 시달리면서 현재도 이방인으로 고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이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하고, 한미 군사훈련과 한미일 안보방위협력 강화, 남중국해 진영대결로 인한 긴장 등 신냉전주의 구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남북한 관계는 극도로 악화되면서 한반도 위기감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남한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심정은 더 복잡하고 착잡할 것이다. 최근 일부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이념에 따라 북한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남한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을 향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고, 우리 삶 속에서 지역사회 구성원이자 우리의 이웃인 북한이탈주민들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물론 분위기 조성이 지역사회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단지 복지지원의 수혜 대상, 취약계층일 뿐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이들이 우리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구성원이며, ‘통일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은 더 이상 지역사회의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정겨운 이웃이다. 올해에도 임진각 망배단을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찾을 것이며, 또 그들의 깊은 한숨과 눈물을 접하게 될 것이다. 분단국가라는 비극이 새삼 더 깊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가 그토록 염원하는 통일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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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영의 세상보기] 망배단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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