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30(화)
 

배다리생태공원 조성 이후 처음으로 물상추가 습지 전체 덮을 정도로 세력 넓혀

평택호물줄기 전역, 수생태계 다양성에 치명적인 큰입배스·파랑볼우럭 개체수 많아


김만제 소장.png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생태계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에 관한 연구 자료집을 2021년 3월에 공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야생동식물 5,700여 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물인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 피해 예측자료집’을 열어 보면 생물종 부적응에 따라 멸종될 수 있는 생물종의 증가를 먼저 언급했고, 특별히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상승이 습지나 수생태계에서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했다.


◆ 수생태계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


인류는 ‘현대적인 삶’을 영위하려고 온실가스를 배출해왔고, 현재 온난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는 지구 온도상승 이외에도, 강력하면서 빈번한 기상이변과 자연재해, 해수면 상승, 야생동물 개체수와 서식지의 변화 등 다양한 곳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평택의 자연 메인.jpg

▲ 마름밭 위에 새로운 물상추밭이 조성된 배다리저수지(2023.9.17)

 

국립생태원의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 피해 예측자료집’에 따르면 “온도상승은 아열대·열대지방에 원서식지를 둔 뉴트리아와 큰입배스, 파랑볼우럭 등 외래종의 서식지가 확산될 수 있는 기후환경을 제공하게 되었다”라고 하지만, 전체 면적의 상당수가 습지인 평택시의 경우는 아직 뉴트리아까지는 아니어도 평택호물줄기 전역에서 생태계 교란성이 매우 높고 수생태계 다양성에 치명적인 큰입배스와 파랑볼우럭(블루길)으로 인하여 사람의 능력으로 더는 손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꽃여뀌바늘(물앵초), 물상추, 앵무새깃 등 생각지도 못했던 외래종 수생식물로 인해 새로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평택의 자연2.JPG

▲ 배다리저수지에서 번식줄기와 새끼포기로 폭발적인 속도로 퍼져나가는 물상추(2013.9.15)

 

◆ 외래생물과 생태계교란 생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에 의하면 외래생물이란 “외국으로부터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유입돼 그 본래의 원산지 또는 서식지를 벗어나 존재하게 된 생물”을 말한다. 즉 사람에 의해 원래의 서식지를 벗어나 별개의 장소로 옮겨져 적절히 관리되지 않는 생물종을 통틀어 의미한다. 이런 외국에서 유입된 외래생물 중에서 혹은 외래생물에 해당하지 않는 자생생물 중에서도 주변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을 생태계교란 생물이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래생물이 우리 생태계에 미친 악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외래생물의 유입에는 각자 나름의 근거가 있다. 1983년 식용으로 국내에 처음 들어와 1990년대 초부터 논 잡초를 먹이로 뜯어 먹는 습성이 알려지면서 오리농법과 함께 제초제를 대신하는 친환경농법 수단으로 활용됐으나 어린 벼 잎을 갉아 먹는 등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왕우렁이가 남아메리카에서 유입된 외래생물이며, 평택호물줄기 전역에서 수생태계를 교란하고 내수면어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큰입배스와 블루길 또한 어류양식을 위해 북아메리카에서 국내에 유입된 대표적인 외래생물이다.

 

평택의 자연3.jpg

▲ 기하급수적인 번식으로 안성천 석봉리 배터 주변을 가득 채운 침입외래식물 ‘물상추’(2018.9.30)

 

이외에도 남부지방에서 농민들이 오이 재배를 위한 대목 작물로 북아메리카에서 유입된 가시박, 모피를 얻기 위해 농가에서 사육하던 개체가 야생화한 남아메리카의 뉴트리아,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국제화물에 묻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돼지풀 등 이 모두가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우리나라에 유입되었지만, ‘토종식물의 저승사자’ 혹은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로 이름을 떨친 가시박은 본연의 역할을 넘어 주변 식물을 뒤덮어 전체를 고사시키고, 뉴트리아는 경작지에서 재배 중인 농작물을 가해하거나 하천 수생식물을 포식하고 있으며,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유해식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평택의 자연4.jpg

▲ 진위천변 자생식물을 고사시키고 있는 ‘식물계의 저승사자’ 가시박(2018.9.21)

 

◆ 배다리저수지를 뒤덮은 ‘물상추’


오래전 평택시에서 배다리저수지에 부레옥잠을 띄워 습지경관과 수질정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했다가 거둬들인 적이 있다. 그리고 배다리생태공원이 조성된 이후 처음으로 물상추가 습지 전체를 덮을 정도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자연 발생한 것인지, 지자체에서 배다리의 수질개선을 위해 물 위에 띄운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몇 년 전 안성천 수계 석봉리 배터 주변을 가득 채웠던 침입 외래식물 물상추를 보는 것 같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수많은 외래종이 친환경농법을 위해, 어류양식을 위해, 식용 또는 모피용으로 혹은 관상용 등 적합한 의도로 유입되었지만 결국은 처음 의도보다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전락하면서 생태계 다양성을 무너트리는 것은 물론이고 예상하지 않았던 곳에서 유전자 교란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도출하거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를 날리기도 한다.

 

평택의 자연5.jpg

▲ 평택호물줄기 전역에서 자리를 잡은 생태계교란생물 황소개구리(2014.5.9)

 

평택지역의 자연생태계에서 외래종·교란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은 매우 넓게 퍼져 일어나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만으로 이들의 확산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평택의 소중한 자연환경 또한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는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며, 대다수가 원상태로의 복원이 어려운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생명력으로 넘쳐나는 아름다운 평택의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외래종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관심과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물상추 한 포기가 평택호물줄기와 배다리습지 생태계 전체를 무너트릴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외래생물의 유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서식지의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수질정화가 목적일지라도 이 하나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하면서 신중해야 할 것이다.


태그

전체댓글 0

  • 18265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상추밭’ 돼버린 배다리저수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