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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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언젠가 식당에서 본 광경이다. 한 가족 네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교회를 다니는 가족이라 기도하는 줄 알았다. 마침 옆자리가 비어서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그 가족은 기도를 드리는 게 아니었다. 열심히 각자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구도 어떤 소리도 없이 휴대폰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며, 식탁을 중심으로 대화의 꽃을 피우는 게 아니라 각자의 세계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가족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가족은 공유한 추억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가족과 함께하며 삶을 나눈 시간만큼 가족 관계는 든든해진다. 가족과 공유하는 추억이 많을수록 가족은 끈끈한 정으로 하나가 된다. 때론 기쁨과 슬픔도, 보람과 상처도, 용서와 미움까지 약이 된다. 사랑의 묘약이 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멀리에서 오셨을 때 우리 형제들은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때 이야기를 평생 잊을 수 없었다. 바보 삼형제가 협력해 떡을 상으로 받아먹은 이야기, 일본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든 명기 논개 이야기, 할아버지의 진주 3.1만세운동 주동 역할과 옥고를 치르신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은근히 지혜와 용기와 애국심을 배우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가족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가리라 결심했다. 훗날 할머니 말씀을 기억하며 할아버지의 유골을 대전 현충원 국립 묘원 유공자 묘역에 모시며 가족으로서 자긍심을 가졌다.


가족은 이야기 속에 가족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한다. 대화 속에 친밀감이 깊어 간다. 상상 속에서 선조의 흔적을 이어받는다. 그래서 지금도 잠자리에서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 좋겠다.


필자의 부모님은 우리가 어릴 적에 진해 군항제 축제장으로 온 가족 나들이를 매년 하셨다. 회전목마 타기, 빙고 게임, 스피커가 있는 마이크로 노래 부르기, 부푼 풍선을 화살로 터트리기 등 신나고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오래도록 기억하는 행복한 시간이다.


그리고 꼭 가족사진을 찍었다. 지금도 희미한 흑백사진을 보며 추억을 떠올린다. 여름방학에는 온 가족이 해수욕장을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진해 앞바다가 청정해역이라 헤엄치며 해삼도 잡고 조개도 캐고 낚시도 했었다. 아버지는 헤엄을 얼마나 잘 치시는지 보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셨다.


필자도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정서가 있어서 결혼 후 아이들을 시골에서 키우며 추억 쌓기를 많이 했다. 뒷동산에 올라가서 자리를 펴고 그림 그리기와 동시 쓰기를 자주 했다. 사방치기와 미니 축구, 마당에 구멍을 파고 미니 골프 놀이도 했다. 여름방학에는 친척 세 가정이 함께 서해안 해수욕장으로 해마다 가족 캠핑을 갔다. 섬에서 태풍을 만난 적도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다.


지금은 딸과 아들이 결혼해 손주들이 초등학생 1년~고등학생 1년까지 5명이나 있다. 그들도 틈만 나면 가족 나들이와 가족여행을 잘 다니고 있다. 보기에 흐뭇하다. 가족 추억 만들기를 참 많이 하고 있어 고맙다.


올해도 평택시의 요청으로 가족행복학교 우리 가족행복캠프(1박 2일, 신청은 시청 누리집 게시판 참고)를 세 차례(9/23-24, 10/28-29, 11/18-19) 계획하고 있다. 이번 캠프에도 가족 리빌딩, 행복 콘서트, 우리 가족 소통 디자인, 가족 미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기회에 가족의 행복을 더 깊게 새기는 추억 만들기를 해보기를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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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가족 추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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