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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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DMZ)를 가지고 있다. 완충지대란 이해가 상반되는 지역이나 국가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두 지역 사이에 설치되는 중립지대를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생태구조를 바라보며 완충지대가 절실함을 느낀다.


매일 같이 들려오는 ‘묻지 마 테러’ 소식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가해자들의 신상이 밝혀짐에 따라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들 중에는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있다. 은근히 사회에 대한 일종의 분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 공동체를 해칠 시한폭탄과 같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은둔 외톨이들이 죄다 범죄자가 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층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인구 177만6,000명 중 고립·은둔 청년이 2019년 3.1%에서 불과 3년 만에 5.0%(53만8,000명)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이 이런 상태에 처한 요인은 학업 중단, 대인관계 외상, 정신질환 병력, 우울감이나 외로움 심화, 새로운 경험을 회피하려는 성격 등이 있다고 한다. 이 요인들이 개인적으로는 자살을 불러오며, 평생 자살 시도는 4~17배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우리 사회 고립·은둔 청년들의 심리를 연구·분석한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 교수는 “청년들의 비혼주의나 결혼해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겠다는 현실도 심각하지만 일단 생존해 있는 청년들의 삶부터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손상되고 부서져 있는 마음을 가진 이들을 먼저 건강한 쪽으로 이끌어야 다음 세대를 낳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고립·은둔 청년들을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시킬 대책이 국가적으로나 온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급선무이다. 먼저 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내는 일이다. 스스로 찾아오기를 기다려선 늦어진다. 다음은 그들과 상담할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비대면 온라인에 갇혀있는 그들을 오프라인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그리고 공동 치유하는 공간인 완충지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나 지인들이 개입하지 않는 그들만의 공유하는 공간, 상담이나 심리치료 전문가를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안락한 쉼터, 여기를 거쳐 정상적인 관계망으로 복귀하는 그런 완충지대 말이다.


성숙한 사회는 이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이다. 마치 버려질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품어주는 베이비 박스 같은 역할을 할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미혼모를 위한 복지시설이나 가출한 청소년이 찾는 쉼터 같은 공간이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는 쉼터나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시설 같아도 좋겠다.


우리의 현실은 정치권이나 노사관계나 의료계나 교육계에 이르기까지 편가르기와 진영논리가 팽배하다. 완충지대를 보기 어렵다. 원만한 대화와 설득과 타협이 있는 완충지대를 보고 싶다.


당장 고립·은둔 청년들을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시키는 일에 온 사회 공동체가 마음을 모아보자. 그들이 마음을 열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공간, 완충지대를 위해 구호 단체나 종교기관이 먼저 나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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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완충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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