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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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8월 24일, 일본이 기필코 핵 오염수를 방류했다.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하필이면 이 시점에 방류를 결정한 것일까? 물론 정치적 판단인 줄 알지만 좀 더 숙고하지 않은 성급한 행태를 지켜보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판단을 근거 삼아 감행한 방류였다. 과연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과학적으로 심층적으로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일본은 그들의 꼼수에 그들 자신이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마치 아시아 공영을 앞세우며 조선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침략하고 미국과 한판 승부를 위해 태평양전쟁을 발발시켰던 오류를 자행한 것과 다름없다.


조선을 식민지화할 때도 자신들에게 왕가의 혈통(백제)과 문화와 세계관을 전수해 준 의리를 배반한 그때와 무엇이 다른가. 아시아 식민지화와 태평양전쟁의 교훈을 아직도 뼈저리게 새기지 못한 건가.


1945년 일본을 패전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던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의 원폭 피해를 당해 보았던 그들이다. 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되고 방사능이 유출되어 2만여 명이 피해를 당한 그들이다. 그런데 이런 피해를 당해 본 그들이 핵 오염수를 방류했다. 세계인도 그 고통을 당해 보라는 의도인가.


아직 세계인이 되지 못한 일본과 일본 국민이 가엽다. 아직도 천황제 제국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건가. 아니라면 민주시민의 소리는 허공을 치고 있는 건가. 정치인의 꼼수에 일본 국민이 당하고 있다는 말인가.


일본은 삼중수소를 해결하면 방류의 문제가 사라졌다는 과학적 판단을 맹신했다. 그러나 사회적 심리와 피해의식을 고려하지 않았다. 

 

미국 예일대 댄 카한 교수는 “과학적 설명이 제공된다면 생각을 고쳐먹어 올바른 판단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지 말라. 집단 정체성에 관련된 신념은 과학적 정보, 객관적 증거를 갖다줘도 교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다. 이걸 알고도 방류했다면 이제 남은 건 무한책임밖에 없다. 일본은 무한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있길 바란다. 인류의 생명을 담보로 잡은 방류이기에 인류의 생존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근접한 이웃 국가인 한국과 중국의 어민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입을 피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땅히 보상해야 한다.


크리스토프 놀란이 만든 영화 <오펜하이머>가 전 세계에 개봉되어 대흥행을 하고 있다. 이 영화의 주제는 한 인간의 고뇌를 전해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성공시켜서 전쟁을 종식시킨 영웅이 겪는 고뇌를 다룬다. 


그는 영웅이 되었지만 그 많은 원폭 피해를 지켜보며 고뇌에 빠졌다. 핵무기 개발은 멈추어야 한다고. 그러나 후회는 늦었다. 일본의 원폭 피해와 후쿠시마 원전 피해,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폭발 피해가 이미 일어났다. 앞으로 원전 보유국과 핵무기 보유국은 방사능 처리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원전과 핵무기 보유 국가들은 동일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핵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한 편의 영화가 국제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이 시점에 일본의 방류가 일어났다. 앞으로 30년 동안 방류하며 일본은 무한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있는지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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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방류와 무한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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