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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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영 평택YMCA 사무총장

우리나라의 갈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런던 킹스칼리지(King’s College London)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중에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조사 대상 28개국 2만3,000명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컨설팅 기업인 에델만(Edelman) 조사에서도 한국인은 언론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신뢰 수준이 낮은 사회일수록 갈등 수준은 높아진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고도 갈등은 선과 악의 구도, 우리와 그들 간의 경계를 긋는 갈등이다. 모든 관계가 대결 양상을 띠고, 시간이 갈수록 나의 우월성과 상대의 미스터리가 커진다. 고도 갈등의 노예가 되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갈등의 제물로 바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적 양극화, 이웃 간 층간소음 분쟁, 노동 쟁의, 부부간의 이혼 문제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고도의 갈등에 노출된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접할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하지만 상대방을 설득하기 전에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해하려면 경청해야 한다. 비록 사실과 다른 말을 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갈등의 절반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나 자신의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물론 갈등 그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서로 다름에서 겪는 의견 충돌로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을 통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선한 갈등은 상대방과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즉 민주주의의 최고 가치인 다양성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다양한 갈등 원인들이 있겠지만 갈등의 원인은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많으나 충분히 들어 줄 사람이 없는 사회, 자신의 정당화와 합리화만을 요구하고 강요하는 사회에 우리 모두가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최고의 해법은 ‘경청’이다.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듣는 척 연기하는 것은 다르다. 사람들은 남에게 이해받기를 너무나 갈망한다.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듣는다는 믿음이 생기거나, 느낌을 받는다면, 자기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고,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들은 후 그 말이 맞는지 재확인 과정도 꼭 거쳐야 한다.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표현하면 상대의 마음과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악의적인 갈등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거나 유발하는 자들도 적지 않다. 갈등 유발자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가장 친한 친구, 형제, 동료가 갈등 유발자가 될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악의적 갈등을 유발하여 서로를 경멸하고 악마화하여 공동체를 훼손하려 하는 자들이 눈에 띄면, 심리적·물리적으로 멀리하라. 갈등 유발자는 상대를 악마화하고 결국 가장 소중한 것에 해를 입힌다. 가족이든 나라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도. 


이렇듯이 사람은 너무도 쉽게 서로를 악마화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희망적으로 협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갈등 유발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 갈등이 극한에 달했다고 할지라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려는 태도와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다면 풀어지지 않을 갈등이라도 반드시 극복될 수 있다. 아직도 사람이 희망이고 사랑과 이해가 희망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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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영의 세상보기] 갈등의 해법은 경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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