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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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가족행복학교 대표,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매일 아침 산책을 나선다. 나에겐 운동을 겸한 산책이다. 산책 코스는 아파트 내에 있는 공원 같은 산책로이다. 모자를 쓰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여름이라 반팔 티에 반바지를 입는다.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의 아파트 풍경은 산책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아이들 손을 잡고 나타난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느라 데리고 나오는 것이다. 아이는 아직 잠이 덜 깨어서인지 엄마는 어린이집에서 받은 가방을 메고 앞서가면 아이는 뒤를 쫓는다. 어떤 아이는 울면서 억지로 따라간다. 어떤 엄마는 임신해서 불룩 나온 배를 한 손으로 쥐어 잡고 한 손엔 아이를 붙잡고 나온다. 어떤 아이는 할머니 손에 끌려 나오는 아이도 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맘스테이션(Momstation)이다. 어린 학생을 데리러 오는 아파트 구역 내 일종의 버스 정류장이다. 기다리던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 셔틀버스가 차례로 하나씩 들어오면 선생님이 차에서 내려서 아이들과 배꼽 인사를 나누고 승차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어준 다음 차는 출발한다. 이때 차 안의 아이들과 바깥에 선 엄마나 할머니가 하루 이별의 손을 흔든다. 차가 사라질 때까지. 이 풍경을 매일 바라볼 때마다 늘 가슴에 훈훈한 감동이 밀려온다.


아, 모두가 고마워라. 이쁜 우리들의 새끼들. 그래도 새끼를 위해 모든 희생과 헌신을 선택한 사람들. 나는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대세가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고 하지 않는가. 갈수록 결혼을 포기하거나 자식을 포기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결혼과 양육에 따르는 경제적 사정과 지속적인 직장 생활을 위해 미루거나 포기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너무나 우려스럽다.


하나님은 창조의 첫 과정에 사람을 부부로 지으셔서 가정을 만들어 주시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축복해 주셨다. 구원의 섭리로 아브라함을 선택하여 세우실 때에도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바닷가 모래같이 주겠다고 언약을 세우셨다. 그 이후로 성경은 이 언약의 맥락을 따라 기록되어 나간다. 그것이 인간의 역사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가 스스로 그 언약을 깨고 있다. 무엇이 행복인지 축복의 기업인지를 잃어가고 있어 서글프다. 하지만 맘스테이션에 오면 그것이 기우인 것처럼 잠깐만이라도 감동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최근 슬픈 뉴스를 접했다. ‘태어나면서 사라졌다 신생아 2,236명 어디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잠시 혼란에 빠졌다. 낳은 기록이 산부인과에는 있는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 어디로 사라진 건가?


일차적으로 출생에 따른 아픈 사연이 있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후의 행방이 묘연하다. 사라진 아이들 1%를 표본조사했더니 3명 사망에 2명 유기로 나왔다고 한다. 전수조사를 한다면 그 수치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홀트아동복지회 창립자 해리 홀트(Harry Holt)는 이미 여섯 자녀의 아버지였지만 한국전쟁 고아 여덟 명을 입양하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희망 없이 죽어 가던 수많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가 남긴 정신은 “세상의 모든 아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였다.


오늘 아침에도 어린아이들 손을 잡고 맘스테이션으로 향하는 행렬이 숭고해 보인다. 아이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올 때쯤 맘스테이션에서 기다리는 엄마들, 가족들의 표정이 우리의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 그런 평범한 인간다움이 존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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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맘스테이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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