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나는 작가도 학자도 더구나 환경운동가도 과학자도 아니다. 단지 나는 우리 지역을 가슴으로 사랑하는 시민일 뿐이다. 다음 세대와 지역 환경 개선을 위해, 그동안 모았던 신문과 인터넷 자료들 노트, 그리고 읽었던 책 속의 메모들 그리고 수많은 고민들, 내가 태어난 고향에 대한 사랑을 이제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 <본문 중에서>

■ 5. 패러다임의 전환 - 생태적인 패러다임

 앞서서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직면하면서도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아직 경제개발은 국가의 최우선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아시아나 제3세계 국가에서는 보다 잘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좌절시킬 '진보의 종말'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생태적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환경 파괴적인 기존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몇 가지 과제를 살펴보았다.

 우선되는 과제는 민주주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개발도상에서 경제성장 일변도를 달리던 국가들에서는 민주화도 경제정의라는 가치도 유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논리가 지배적인 사회가 지속되어 오다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민주화나 경제정의보다도 환경문제가 더욱 시급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이제 민주화의 심화와 경제정의의 실현이라는 문제와 더불어 환경문제의 해결을 새로운 과제로 맞이하게 되었다. 사실 이들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환경문제의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 민주주의와 경제정의 실현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먼저 환경의 위기는 사회의 민주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시민사회의 형성이 불가능했던 소련과 동유럽 여러 나라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할 시민사회가 없었기 때문에 서유럽보다 환경문제가 더욱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없으면 환경문제는 문제로 인식되기 힘들다. 이렇듯 민주주의와 환경위기의 극복은 밀접한 관계인 것이다.

 또한 두 번째가 경제정의다. 인간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의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의 인식과 연대가 없이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런데 자본가와 노동자, 상층계급과 하층계급, 그리고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나뉘어 있는 현재,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공동의 노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 국가 단위 뿐 아니라 세 체제 수준에서 정의로운 분배의 문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구 환경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후진국들에게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경제성장을 늦추라는 말은, 배부른 선진국들의 놀림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지구의 환경 위기는 인류 공동의 위기인 만큼 이 문제의 해결은 국가와 계급의 경계를 넘어서는 인류 공동의 인식과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로 세계시민의식(world citizenship)을 갖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구는 둥글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것을 확실하게 해주는 것은 인공위성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일 것이다. 긍정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구는 이제 거의 일일생활권이 되었으며,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안방에서 체험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지구촌 시대인 것이다.

 이런 지구촌 시대라는 의식을 생태 주의적 입장에서 인간계 뿐 아니라 모든 생물계로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인류는 이 거대한 지구 유기체를 이루는 작은 종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인간사회 자체는 자연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지구생태계 균형이 파괴됨과 동시에 인류는 존속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문제는 감히 한 사회나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전 지구적 차원의 과제인 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각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 때문에 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우위를 누리고 있는 선진국들은 기존의 정치경제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며,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의에 있어서도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이끌어가려 하기 때문에 후진국들과의 연대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이 문제의 해결에 세계시민의식이라는 개념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국가의 울타리를 벗어난 새로운 차원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일은 이미 국가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UN이나 기타 정부 간 기구로서는 이루기 힘들고, 국경을 넘어서 활동하는 국제적인 비정부환경단체(NGO)들의 활동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 그동안 임승근 시의원의 '소리 없는 재앙'을 애독해주신 시민,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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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근 시의원 '소리 없는 재앙'] 환경의 질, 곧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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