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피해지역 청북읍·오성면, 환경부 멸종위기Ⅰ급 수원청개구리 서식지로 생태계 피해 예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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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물은 스스로 깨끗해지려는 성질이 있어서 물속에 오염물질이 들어오면 물밑으로 가라앉히거나 물과 섞여서 조금씩 흐려지게 하고, 한편으로는 물속에 사는 작은 동식물이나 미생물들이 오염물질을 먹어 치우거나 분해하기 때문에 흐르는 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깨끗해진다.” 이 인용 글은 환경오염을 설명하기 전에 꼭 거쳐야 할 자정작용을 쉽게 풀이한 글이다. 이를 조금 익숙한 표현으로 바꿔보면 ‘오염된 물이 흐르면서 분해, 확산, 침전 등에 의해 스스로 깨끗하게 정화되는 과정’으로 이러한 자정 능력을 벗어나 물이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수 없게 된 상태를 환경오염, 특히 수질오염이라 하며, 주변 생태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1월 9일 오전, 인화물질을 보관하고 있던 경기도 화성의 한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인근 하천에 오염수가 유입돼 주변 관리천에서 진위천이 합류되는 지점까지 7.4㎞ 구간이 파랗게 오염돼 일부 구간에서 물고기 폐사가 발생했는데 이는 대표적인 수질오염 사례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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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성면 숙성리, 교포리의 야간 양서류조사를 통해 확인된 수원청개구리(2020.6.12)

 

◆ 언론에 공개된 시 수질오염 사례


2022년 3월 4일, 평택시 팽성읍 평궁리 일원 논 근처 농업 용수로에서 말조개, 펄조개 등의 민물조개 패각(홀씨 또는 물고기 새끼가 붙을 수 있게 한 조개껍데기) 수천 개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며칠 지나 오성면 창내리 일원 배수로에서도 민물조개 패각이 발견돼 지역신문을 통해 알려진 일이 있었다. 그리고 시 관계자는 “인근에 마을과 목장, 논 등이 위치해 분뇨와 퇴비 등이 비가 내리면서 배수로에 유입, 하천이 오염되고 용존산소량이 부족해지면서 조개들이 죽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질오염을 원인으로 추정했고 “바닥에 쌓인 오니(오염물질을 포함한 진흙) 등에 대한 준설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2022년 6월 16일, 포승국가산업단지 내 배수로에 30톤 규모의 폐식용유가 무단 유출되어 1.2km 구간을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악취가 진동했으며 물고기들이 죽는 일이 있었다. 이에 평택시는 오일펜스와 흡착포 등을 설치하고 해경, 시민단체 등과 방제작업을 벌였으며, 동시에 방류업체 추적에 나선 일이 있었는데 이 또한 수질오염을 일으킨 사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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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북읍 고잔리 야간 양서류조사를 통해 확인된 멸종위기Ⅱ급 금개구리(2020.7.2)

 

그리고 지난 1월 9일 오후, 유해 화학물질을 보관하고 있던 경기도 화성 양감면 한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화재 진압 과정에서 국가하천인 진위천과 연결되는 소하천 7.4㎞ 구간에 오염수가 유입돼 평택시와 화성시, 소방 당국이 방제작업을 벌였으며, 평택시는 수질오염 확산 방지를 위해 5곳에 방제 둑을 설치하는 한편 수문 17곳, 농배수로 6곳을 차단하고 100㎏의 폐사 물고기를 수거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활성탄 흡착기를 이용한 방제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환경오염은 평택시에 일어난 수질오염 사례 중 대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환경단체에서 제기하고 있는 지하수 오염에 따른 주변 농가들의 불안감 해소와 오염수에 의한 하천 바닥의 토양오염 등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앞으로 통수에 이르기까지 처리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아 이번 사고가 자칫 장기화하여 농민들의 추가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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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성읍 평궁리 논 주변 농업 용수로에서 확인된 말조개, 펄조개 등의 패각(2022.3.22)

 

◆ 수질오염이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수질오염이나 오염물질 유출에 따른 피해가 나열될 때 ‘물고기의 집단폐사’를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는 관례적인 것으로 다소 전문성이 결여된 표현일 수 있다. 주변 하천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그중 붕어, 미꾸라지 등의 민물고기가 눈에 먼저 띄긴 하지만 사실은 물속에서 살아가는 수서곤충과 복족류 등의 담수무척추동물은 물론이고 특히 양서류의 존재는 의도적일지라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개구리와 청개구리, 한국산개구리 같은 양서류가 주종이지만 환경부 멸종위기Ⅱ급에 지정된 금개구리 또한 이러한 환경에서 서식하고 있으나 이를 언급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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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성읍 평궁리 농업 용수로에서 집단폐사한 채 발견된 논우렁이의 패각(2022.3.22)

 

청북읍은 창내리, 길음리가 속한 오성면과 함께 평택 전역에서 환경부 멸종위기Ⅰ급에 지정된 수원청개구리의 청음을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서식지이며, 멸종위기Ⅱ급에 속한 금개구리 또한 넉넉하게 자리를 잡은 곳이다. 경기북부에서 충청남도에 이르기까지 경기만 일대를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는 수원청개구리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우리나라 논습지를 대표하는 깃대종이지만 보전가치에 비해 이에 따른 연구나 보전활동이 부족한 상태이며, 멸종위기Ⅱ급을 거치지 않고 Ⅰ급에 지정됐을 정도로 멸종위기에 급하게 몰린 종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기만을 중심으로 몇천 개체 정도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2021년 ‘평택시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을 위한 조사에서 모집단의 일부를 표본으로 추출하여 조사한 결과를 통해 대단위의 논경작지를 지닌 평택에서만 1,000여 개체가 넘는 절대다수의 개체가 오성면, 청북읍, 포승읍 등지에서 집단서식지를 이루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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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을 위한 양서류 조사현장, 청북읍 고잔리의 논경지 전경(2020.7.2)

 

2020년 7월 2일, ‘평택시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을 위한 양서류 조사표를 다시 확인해 본 결과 관리천 오염사고가 발생했던 청북읍 주변의 농경지는 2020년 5월 21일부터 7월 4일까지 총 24회의 표본조사 중 수원청개구리의 청음이 59회, 금개구리 또한 9회로 양서류 조사구간 중 가장 출현율이 높았던 곳임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 농경지에선 3~4월부터 하천수를 농업에 활용하게 된다. 오염된 물이 공급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적기에 농업용수가 공급되지 않는 것 또한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해 주변 주민은 물론이고 생태계에 끼치는 피해까지도 최소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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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관리천 오염과 주변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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