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자연생태계 생물다양성 지켜나가야 할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으로 서식지 훼손 

자취 감춰가는 생명에 관심 갖고 이들과 공존할 아름다운 생태계 위해 노력해야 


김만제_소장.png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대다수의 일은 당사자 그 마음속에 자리 잡은 생각이 어떠한가에 따라 시작의 방향은 물론이고 그 과정과 결과가 달라진다. 30년 이상을 주변의 소중한 생명 있는 것들을 찾아다니고 그들의 서식 환경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필자는 모든 일의 중심을 사람에 두고 주변 생명 있는 것들을 사람의 수단으로 삼아 사지로 몰아가는 행태를 너무나도 오랫동안 봐왔다. 더더욱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자연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지켜나가야 할 지자체의 확고한 의지와 전문성 부족으로 보전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서식지를 훼손하는 모습을 대할 때마다 참으로 우리고장의 수없이 많은 자연의 생명이 사람을 잘못 만나 복이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 기후변화보다 더한 실질적인 피해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생태계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에 관한 연구 자료집을 2021년 공개했다.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 피해 예측자료집’을 열어 보면 먼저 생물종 부적응에 따라 멸종될 수 있는 생물종의 증가를 첫 번째로 두었고, 수생태계에서 외래종·교란종에 의한 피해와 극한 기상·기후에 의한 내륙습지 소멸 등을 그다음으로 전망했다.

 

평택의 자연 메인.jpg

▲ 들과 습지의 고장, 평택시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2급 맹꽁이(2014.7.10)

 

그렇지만 들과 습지로 덮인 평택시의 경우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종의 부적응과 멸종위기종의 증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인 것이 개발이 끊이질 않으면서 수없이 많은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죽음에 처하게 되었고, 더 안타까운 것은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우선하여 보전하고 그들의 서식지를 지켜나가야 할 지자체의 안일한 인식과 관리 부족, 부서 간의 협업이 되지 않아 멸종의 실질적 원인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이것을 입증할 사례가 넘쳐나지만, 대표적인 것이 덕동산 맹꽁이연못의 그 많던 맹꽁이가 우리의 눈과 귀에서 사라진 일이다. 마을숲 자락에 구덩이를 파 맹꽁이의 번식지를 조성한 것은 2009년이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이곳은 장마철이면 맹꽁이가 모이는 번식터였다. 덕동산 맹꽁이연못은 전국적으로 알려져 수변문화 공간조성과 자연성 회복을 내세운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팀이 버스를 대절해 방문했을 정도로 멸종위기 맹꽁이의 최적 집단서식지로 전국에 이름이 난 곳이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몇 년째 단 한 마리의 울음소리로 들리지 않고 있다.

 

평택의 자연2.jpg

▲ 2011년 장마 기간 중 맹꽁이를 사지로 몰아넣은 덕동산 산책로의 스틸그레이팅 배수로 덮개(2011.6.26)

 

그런데 덕동산 맹꽁이서식지의 맹꽁이가 사라진 원인을 분석해 보면 그 어떤 원인보다 결정적인 부분이 평택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도 많았던 맹꽁이연못의 맹꽁이 개체수가 줄어든 것은 2011년 4월 연못의 뒤편 위쪽에 있는 등산로에 배수로와 물이 고이는 집수정을 만들고 난 다음부터였다.

 

평택의 자연3.jpg

▲ 공원녹지과에서 설치한 “풀 깎기 하지 말아 주세요” 안내판이 있음에도 예초기로 풀이 잘려 나간 맹꽁이연못 주변(2019.8.8)

 

맹꽁이연못 앞 연립주택 어르신들의 말씀에 의하면 2011년 6월 24일 밤 엄청난 장맛비가 내리는 중 불쌍한 마음에 산책로의 배수로 덮개 사이로 빠져 물이 고이는 집수정에서 잠깐 사이에 건져낸 맹꽁이 성체의 수가 수십 개체에 이르렀다고 하니, 번식기를 맞아 덕동산 마을숲에서 맹꽁이연못으로 향하던 많은 수의 맹꽁이들이 넘쳐나는 장맛비에 하수구를 통해 쓸려갔는지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덕동산마을숲을 중심으로 살고 있던 절대다수의 맹꽁이가 이때 배수로와 집수정 그리고 하수라인을 통해 소실되었다. 평택시 관련 부서의 전문성 없음과 부주의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소중한 생명을 폐사에 이르게 한 것이다.


덕동산 맹꽁이에게 이어진 시련은 이를 넘어 2019년 덕동산마을숲 산책로에 높이 35mm도 변태를 마친 두꺼비와 맹꽁이에게는 버거운데 낡은 야자매트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위에 새로운 매트를 올리게 됨에 따라 종보전을 위해 오가는 양서류에게 크나큰 걸림돌이 되었다. 산새들과 야생고양이와 같은 천적들에게 해를 당함은 물론이거니와 산책로를 이용하는 보행자들에게 밟혀 죽었으며, 피부호흡을 하는 양서류들에게는 오랜 시간 건조한 상태에서 방치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생존에 큰 위협이 되었다. 이 외에도 맹꽁이연못 주변의 약제 살포와 풀을 깎지 말아 달라는 안내판을 평택시에서 설치까지 했지만, 작업 관리지도가 되지 않은 대행업체를 통해 잡초와 함께 땅속에서 나온 맹꽁이도 예초기의 희생물이 되었다.

 

평택의 자연4.jpg

▲ 덕동산 산책로에 두 겹으로 깔린 야자매트와 맹꽁이 소실 이후에 교체된 배수로 덮개(2019.2.15)

 

◆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다


‘도시 개발사업의 천국’인 평택에서 맹꽁이,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 같은 어린아이의 주먹보다도 작은 멸종위기 개구리의 설 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구를 조절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의 편안한 삶 때문에 자취를 감춰가는 주변 생명에 조금 더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이들과 공존할 아름다운 생태계를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모두의 삶 또한 의미와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평택의 자연5.jpg

▲ 덕동산마을숲 아래쪽 잔디밭에 조성된 맹꽁이연못 맹나라·꽁나라의 전경(2011.7.25)

 

‘생태’란 어려운 용어가 아닌 것이 생명 그물로 된 유기적인 관계의 틀 안에서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학자 ‘베리 커머너(Barry Commoner, 1917~2012)’가 생태학 제1의 법칙에서 언급한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사람과 함께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배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간 중심의 관성적인 삶으로 지금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던 미약한 존재일지라도 이제부터는 그들의 소중함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특히 평택시가 되었으면 한다. 주변의 아주 작은 생명과 생태적 변화일지라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보잘것없는 개구리에 지나지 않지만, 이들이 생태계 균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거듭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태그

전체댓글 0

  • 5332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