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금개구리, 배다리습지 방사지-함양지 650m 이상 구간에 서식지 확장 “기적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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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2019년 5월 20일, 경기일보에 보도된 “10년 전 이사한 ‘평택 금개구리’ 실종”이란 기사와 다음날인 5월 21일, KBS 저녁 뉴스에 “그 많던 개구리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으로 공중파 방송을 탔던 평택시 현덕면 덕목제 멸종위기 양서류 대체서식지의 금개구리로 인하여 잠시나마 우리 고장 자연 생태계가 지역 언론을 넘어 중앙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사실 평택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비해 양서류에 속한 개구리가 많은 곳으로, 특히 맹꽁이,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 등 우리나라에 사는 생물들을 보존 및 보호하기 위하여 환경부가 관련 법률에 따라 지정·보호하는 멸종위기 양서류가 넘쳐나는 곳이다. 지난 7월 19일 ‘평택의 자연’ 내용이 ‘평택 맹꽁이의 슬픈 이야기’였다면 이번 지면에서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공존의 길을 찾고 있는 배다리생태공원 금개구리의 희망 넘치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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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생태공원 실개천에서 변태를 마친 1년생 금개구리(2023.7.28)

 

◆ 멍텅구리 별명의 ‘금개구리 이야기’


여느 개구리보다 늦게 출현해 장마철의 얕게 고인 물에 모여 사랑의 세레나데를 외치는 맹꽁이와는 달리 금개구리는 저지대 평야의 농경지 주변 물웅덩이와 수로에서 산란하며, 거의 물에서 떠나지 않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오래전 이들의 아종으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형태 면에서 참개구리와 매우 유사하지만, 중앙선이 없이 양쪽 등 옆에만 2개의 굵은 금색의 융기선이 있다.


특히 참개구리와 달리 울음주머니가 발달하지 못해 매우 짧고, ‘쪽-쪽-’, ‘꾸우우욱’, ‘쪽, 꾸우욱-’하는 독특한 울음소리를 통해 누구에겐가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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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개구리 성체와 함께 실개천에서 확인된 금개구리 올챙이(2023.7.13)

 

예전 같았으면 시골집 닭장에서 기르던 닭 무리에게 던져줄 정도로 차고 넘쳐났던 개구리였지만 무분별한 개발을 시작으로 경작지의 웅덩이와 습지가 없어지고, 농약 사용이 늘면서 급격히 개체수가 줄어 지금은 환경부의 멸종위기종 Ⅱ급으로 지정·보호받고 있는 귀한 개구리가 되었다.


충청권에서는 오래전부터 금개구리를 ‘멍텅구리’로 불렀다고 한다. 1m를 넘게 뛰는 참개구리에 비해 점프 실력이 고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근처에 있는 먹잇감을 쉽게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시야가 좁고, 중대백로와 왜가리 같은 백로류는 물론이고 무자치나 유혈목이, 황소개구리 같은 천적이 다가와도 알아차리지 못해 쉽게 잡아먹히곤 하는데, 실제 좁은 시야에 움직임이 둔하고 이동성이 짧은 등의 행동 특성으로 인하여 붙여진 별명이 바로 ‘멍텅구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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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지로 이어지는 실개천에서 먹이활동 중인 금개구리(2023.7.30)

 

◆ 언론의 주목을 받은 ‘금개구리’


이런 금개구리가 평택지역에서 갑작스럽게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평택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팽성읍 대추리에서 발견되어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부터이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서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용역팀에 포획과 이전을 의뢰해 2년 동안 올챙이를 포함한 금개구리 1천500여 마리를 포획하여 대체서식지인 현덕면 덕목리 소재의 덕목제 습지에 방사하였는데, 이 금개구리가 2019년 5월 20일을 전후해 사라졌다고 하여 신문 기사와 방송을 통해 경기권 전역에 두루 전해진 것이다. 


평택지역 언론에서 멸종위기 양서류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평택소사벌택지지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4년에 비전중학교 주변의 이곡마을과 이화초등학교 주변의 배꽃마을에서 확인된 맹꽁이와 금개구리로부터인데, 2014년 평택소사벌지구 맹꽁이·금개구리 포획·이주·모니터링 결과보고서를 보면 이때 이 지역에서 8월부터 9월 말까지 성체 5마리와 그 해 태어난 1년생 435마리를 포획하여 대체서식지인 배다리생태공원으로 이주하였다. 이 사업이 금개구리의 번식기 이후에 수행되어 많은 성채를 포획·이주시키지는 못하였지만, 맹꽁이를 넘어 소사벌지구에 금개구리의 집단 서식이 알려진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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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지 독서쉼터까지 서식지를 크게 넓힌 금개구리의 활동지 전경(2023.7.28)

 

◆ 공존의 길을 찾은 ‘배다리생태공원 금개구리’


2023년 7월 13일, 이날은 평택 소사벌지구의 택지개발 현장과 서해안 복선전철 6공구의 논과 농수로 등지에서 구조되어 배다리생태공원으로 이주된 멸종위기Ⅱ급 금개구리에게 주변 사람과 함께 공존 가능성을 연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금개구리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새로운 금개구리 서식지의 발견, 개발로 사라지는 멸종위기야생생물의 서식지 그리고 금개구리의 방사지 적응과 관련된 내용이라 보았을 때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에서도 가장 뜨거운 지역인 평택의 개발 현장에서 포획,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후 배다리생태공원의 습지에서 안정적인 적응과정을 통해 서식지를 더욱 넓혀 확장한 사례는 더더욱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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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지와 배다리저수지로 이어지는 실개천의 물속 생물(왕우렁이, 물달팽이 등)(2023.7.19)

 

평택 전역의 개발 현장에서 구조되어 배다리생태공원을 대체서식지로 이용한 경우는 최소 3회 이상으로 2014년 평택소사벌지구에서 옮겨진 금개구리가 1년생을 포함하여 440여 마리, 2016년 서해선 홍산-송산 복선전철 6공구에서 옮겨진 개체수 또한 750개체가 넘은 것 등 두 차례의 결과만을 종합하더라도 1,200개체에 가까운 숫자이다. 그 양이 적지 않지만, 오래전 덕목제로 옮긴 후 단 한 개체도 확인되지 않은 대추리의 금개구리를 염두에 둔다면 현재 배다리생태공원에서의 안정적인 적응은 물론이고, 서식지를 배다리습지 방사지에서 실개천 물레방아를 지나 함양지에 이르기까지 이동이 쉽지 않은 실개천을 따라 최하 650m 이상을 멍텅구리가 서식지를 확장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로, 현재 이 경로 전역에서 번식을 마쳐 더욱더 그 개체수가 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생명을 노래하는 맹꽁이와 수원청개구리에 이어 금개구리 또한 제자리를 되찾기를 바라며, 생물다양성과 인간의 생존은 그리 먼 거리에 있지 않음을 다시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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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생태공원에서 금개구리 ‘공존의 길’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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