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우리 고장 멸종위기양서류 보호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인 노력 없어 멸종위기에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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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배다리생태공원의 마을숲과 습지에 장마와 함께 한여름의 기운이 넘쳐난다. 하지를 지나 습하고 더워진 날씨에 마을숲에는 수컷 톱사슴벌레들의 산벚나무 수액을 놓고 벌이는 힘겨루기가 눈에 띄고, 함양지 실개천 중간지점부터 물레방아를 지나 잉어·향어 무리가 방문객을 맞이하는 다리까지는 금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순간순간 이어지고 있으며, 애매미의 우화와 울음주머니를 부풀려 노래하는 맹꽁이의 우렁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을 코앞에 두고 있다. 


◆ 금개구리의 터전 ‘배다리습지’


지난 겨울, 배다리저수지를 따라 걷던 마을주민들에게 오리와 기러기를 구별하지 못해 웃음을 가져왔던 일화가 큰부리큰기러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면, 갈대와 부들이 무성한 지금은 여름철새인 개개비가 내는 독특한 울음소리가 또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이 ‘개개개개, 개개개개’ 갈대밭의 개개비가 내는 소리를 개구리의 울음소리로 헤아려 짐작하려 한다. 그렇지만 배다리습지에서 들을 수 있는 개구리의 소리는 가던 발걸음을 멈춰야 들을 수 있는 청개구리와 참개구리 그리고 황소개구리가 있고, 장마철 강우량이 많을 때 배다리마을숲을 크게 진동시키는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있는가 하면 주변이 조용하면서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금개구리의 소리가 있어 갈대밭 습지에서 소리를 내는 개개비와는 분명하게 구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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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조사를 통해 확인된 배다리습지의 멸종위기 금개구리(2022.6.3)

 

2021년 평택시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을 통해 절대 보전의 의미인 비오톱(군집을 이루어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서식지)Ⅰ등급이면서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우수비오톱에 선정된 곳이 배다리생태공원이다. 배다리습지에서 귀를 기울이고 듣고자 하는 의욕을 보여야 할 종이 있다면 개개비보다는 금개구리이다. 배다리생태공원을 찾는 많은 사람이 습지에서 들려오는 개개비 소리에는 이런저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작 ‘이곳은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 서식처입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의 멸종위기Ⅱ급 금개구리의 서식 여부에 관한 관심과 금개구리가 내는 짧은 울음소리는 듣고도 소리의 주체를 인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보인다. 배다리생태공원이 조성된 이후 이곳에서 일어난 많은 생태계 변화 중에서 새로운 금개구리 집단서식지의 복원을 통한 생물다양성 증진은 매우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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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날려 밀잠자리 먹이를 포획한 멍텅구리 금개구리(2013.6.16)

 

◆ 배다리 습지의 ‘멍텅구리 개구리’


평택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12종의 개구리 중 가장 우리 고장에 어울리는 평택 개구리 셋이 있다면 멸종위기야생생물에 속한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맹꽁이가 될 것이다. 그중 멸종위기Ⅰ급으로 보호를 받는 수원청개구리가 오성면 창내리, 팽성읍 신대리 등의 대단위 경작지가 최상의 서식지라면 맹꽁이는 소사벌택지지구와 덕동산근린공원 같은 야트막한 마을숲과 저지대가 겹치는 곳에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성향을 보이며, 특히 우리나라 고유종이면서 멸종위기Ⅱ급인 금개구리는 국내 서식하는 다른 양서류와는 달리 웅덩이, 연못, 농수로 그리고 저지대의 습지에 평생 살며 그 주변의 가까운 땅에서 제한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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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된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있는 배다리습지 전경(2022.6.8)

 

금개구리는 배다리생태공원을 대표하는 생물종이면서 이곳 양서·파충류를 대표하는 종이기도 하다. 참개구리와 비슷하지만, 등 쪽이 밝은 녹색이고 중앙에 줄이 없으며, 배면은 짙은 노란색이고 등 양쪽에 2개의 굵고 뚜렷한 금색 줄이 솟아 있다. 연중 물에서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고, 번식기에는 ‘찍, 찍, 끄으윽’ 하며 작은 소리로 암컷에게 구애의 신호를 보낸다. 


땅속에 몸을 숨길 때 이용하는 쟁기발이란 의미에서 ‘쟁기발개구리’가 맹꽁이에게 주어진 별명이라면 충청권에서는 오래전부터 금개구리를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인 ‘멍텅구리’로 불렀다고 한다. 금개구리는 주변에 위기가 닥쳤을 때 빨리 피하기보다는 맹꽁이처럼 몸을 풍선처럼 부풀려서 상대를 위협하는 정도이며, 시야가 좁고 시야를 벗어난 먹이는 잘 감지를 못하고, 잠자리나 귀뚜라미 같은 작은 먹이 하나를 잡을 때도 혀를 이용하는 두꺼비에 비해 몸 전체를 공중에 날리는 등 사냥 솜씨가 어설프기에 붙여진 별명인 듯하다. 연중 행동반경이 800㎡(약 242평) 이내로 ‘태어난 곳이 죽을 곳’이란 말이 있을 정도의 멍텅구리 금개구리는 주변 서식지 요소가 훼손되거나 감소할 경우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지만, 소사벌택지지구 개발에서 구조되어 배다리습지로 옮겨진 금개구리는 멍텅구리에서 벗어나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해 지금은 배다리습지를 대표하는 종에 이르기까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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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습지의 갈대밭에서 독특한 소리를 내는 여름철새 개개비(2022.5.20)

 

◆ 평택의 개구리 ‘벼랑 끝’에 서다


2019년 5월 20일, 경기일보에 보도된 “10년 전 이사한 ‘평택 금개구리’ 실종”이란 기사와 다음날 KBS 저녁 뉴스에 “그 많던 개구리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으로 공중파 방송을 탄 현덕면 덕목제 멸종위기양서류 대체서식지의 금개구리로 인하여 잠시나마 벼랑 끝에 선 평택지역의 멸종위기양서류가 중앙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도 우리 고장의 멸종위기양서류에 대한 관심과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없었고, 심지어는 전국적으로 알려졌던 덕동산 맹꽁이 집단서식지 또한 그 많던 맹꽁이가 사라지고 장마철이 되어도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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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조사를 통해 확인된 배다리마을숲의 톱사슴벌레(2022.6.11)

 

평택의 많은 개구리가 서식지는 물론이고 종족보존의 희망을 잃고 멸종상태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우리 고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출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배다리생태공원의 멸종위기 금개구리는 배다리습지의 멍텅구리로 살아남아 생명을 노래하고 있다.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를 바로 알고 ‘공존’이라는 씨앗 하나를 마음 밭에 꼭꼭 묻어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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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 습지의 멍텅구리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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