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세상사는 이야기 증명사진.jpg

그렇다면 책을 평가하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으며, 왜 중요할까? 그것은 독자들에게 쓸만한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그 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다. 서평자에게 해당 책의 가치를 발굴할 책무가 일정 부분 주어진 참이다. 즉 독자에게 책의 조망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먼저 갈래(장르)와 더불어 제목의 의미를 소개하면 된다. 소재부터 제재를 거쳐 주제로 모아진 제목을 역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책의 표제로 내세운 뜻을 추상화의 과정으로 축약한 것이 제목이기에 그렇다. 목차라는 설계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건 그래서다. 차례는 책 전체의 조감도인 셈이다. 그다음에는 책의 내용을 쉽게 요약해주되 머리말, 본문, 마무리를 통해 대주제를 이끌어가는 저자의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대개는 이 부분에서 작가의 공헌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은이가 걸어온 길을 되짚으면 자연스럽다. 저자의 이력을 통해 전문성을 확인하는 절차 또한 독자들에게는 중요한 지침이니까.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와 배경에 이어 읽기를 권장하는 연령대별 명시 또한 챙겨야 한다. 간단히 출판 사항, 즉 출판사명, 출판 연도, 분량(쪽수), 책의 질적 형태(양장본 여부)를 곁들임으로써 소장을 원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일도 자상한 서평의 요건이다.


서평에서 착안할 지점을 꼽으라면 책을 향해 따스한 눈길을 주되 매서운 설득력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데 주안점을 두라고 주문하고 싶다. 첫째는 가독성(可讀性)이다. 글이 쉽게 읽힐뿐더러 그 뜻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때 가독성은 높아진다. 시조시인인 필자의 경우 3·4조의 운율미를 충분히 활용하는 편이다. 첨가어인 우리말의 특성상 명사와 조사의 조합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어절이 서너 글자이기에 그렇다. 그만한 길이에서 읽는 이의 호흡은 차분해진다. 그 대목을 가리켜 시가의 운율을 이루는 기본 단위, 즉 음보(音步, 소리 걸음)라고 이른다. 홑문장과 겹문장의 조화 역시 중요하다. 문체의 적합성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진다. 간결체나 만연체, 강건체나 우유체, 건조체나 화려체를 선택하는 건 글의 갈래와 내용에 따라 구분할 문제다. 가능한 한 수동태(피동태)는 지양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객관성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책임이 평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과장이나 비약을 포함한 왜곡이나 폄훼는 절대 금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사는 이야기.JPG


셋째는 논리성이다. 호소력 있는 전개라야 독자를 설득해낼 수 있다. 논리를 풀이하자면 전제로부터 결론에 이르는 합리적 과정을 말한다. 논지를 풀어가는 앞뒤에 모순이 없을 때 독자를 끌어들일 힘을 갖게 된다. 넷째는 명확성이다. 특히 어휘의 이중성에 유의해야 한다. 모호한 말은 시적 자유를 제외하고는 허용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누구든지 남달리 획기적인 비책을 바란다면 필자는 대뜸 ‘동어반복 회피의 원리’에 유념하라고 이르집고 싶다. 늘 지시어와 유의어 사용에 인색하지 말고, 자칫 남발하기 쉬운 접속어를 최소화하라는 요구다. 필요할 때 과감히 성분을 생략하는 버릇도 유용하다. 소주제를 중심으로 뭉치는 단락(문단) 구분의 원칙은 같은 생각의 덩어리에 기초해야 한다. 다섯째는 유효성이다. 시종일관 일관성 있는 관점과 해석(비평)의 기준은 일정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전체 주제를 향한 단원별 통일성을 견지하는 게 관건이다. 여섯째는 책무성이다. 근거 있는 비판과 퇴고를 통해 사후의 이의제기에 대비해야 한다. 글을 고칠 때 추가, 삭제, 재구성의 3요소를 익힌다면 완성도는 그만치 올라가기 마련이다.


서평의 서술 방식에서 주어, 목적어, 서술어의 호응 관계를 바로잡고, 표현과 구성의 적합도를 높이는 작업은 맹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가령, ‘책은~읽힌다, 저자는~하고 있다, 주인공은~보인다, 작품은~평가할 수 있다’는 정도면 적절하고, 강(장)점은 ‘~돋보인다, 뛰어나다’, 약(단)점은 ‘~낯설다, 한계로 보인다’는 기술(記述)이면 절제감을 더한다. 구성비율은 저자 10~15%, 조망 20%, 내용 30% + 해석 30%, 추천대상 등 5~10%이면 균형감을 준다. 끝으로 필자에게 효율적인 글쓰기 대책에 관해 조언하라면 매일 아침 가정 예배를 통해 성경을 묵상하고 다독, 다작, 다상량(多商量)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말하겠다. 쓰기를 습관처럼 몸에 배게 하려면 매사 기록하며 주제 일기부터 시작하는 게 관건이다. 관심 있는 분야의 꾸준한 독서와 아울러 봉사·견학·여행 등을 통해 글감을 쌓아나가야 한다. 사물을 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애정 어린 시선이 글을 잘 쓰는 요체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3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30호)에는 ‘독서와 서평의 관계성 - 하나의 본보기’가 이어집니다. 


태그

전체댓글 0

  • 96418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세상사는 이야기] 독서와 서평의 관계성 ‘서평의 작성법’ (중)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