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완 시인
등짐을 지고 가던 그가 내게 묻는다
밥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거냐고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어느 허름한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별과 달과 바람이 수시로 드나들던
하늘을 향해 입을 크게 벌린
동굴만 한 구멍을
이엉대신 이고 있던 함바집
작업복 단추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때마다
지붕을 뚫고 들어온 차가운 바람은
그가 지고 다니던 벽돌의 무게보다
더 무겁게
그의 허리를 짓누르곤 했다
별과 달과 꽃이 빠져나간
그의 빈 등공에 봄꽃이 들 때쯤
비가 내렸다
그가 벗어 놓고 간 안전화 한 켤레!
뒷굽이 떨어져 나가 기우듬해진
그의 삶이야 어찌 됐던 쓰라리지만
그래도 그가 벗어 두고 간
안전화에서 내가 편다는 것은
언제 어디에나
밥은 있다는 것이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15년 석남문학상 수상. 2018년 공무원문예대전 입선. 2020년 공직문학상 시조부문 은상 수상. 2020년 중앙일보 중앙시조 백일장 11월 장원. 저서 2012년 시산문집<불악산>. 현 박석수기념사업회 사무국장. 현 시원문학동인회 회원. 현 오산시청 식품위생과 식품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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