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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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프로골프협회 투어프로 김춘호
 
 17회 골프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알프스 산맥 가까이 초원과 숲 그리고 호수 멀리 험준한 산봉우리의 만년설을 찾아가면 산맥의 낮은 지대에는 곧게 자란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진 숲을 볼 수 있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들은 듬성듬성하고 크고 곧은 나무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만큼 간간이 서있습니다.
 
 해발 3,000미터의 수목한계선에 이르면 나무들은 더 이상 살기 어려운 환경에 다다르고 이 부근의 나무들은 나이에 비해 모두 키가 작고 몸은 뒤틀려서 기괴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나무들을 보고 땔감 이외에는 별다른 용도로 사용 할 수 없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적인 바이올린의 명품들이 바로 이 나무들로 만들어 진다는 사실입니다.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나무라야 세월이 가도 휘거나 터지지 않고 연주할 때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듯이 큰 아픔을 겪은 사람일수록 작은 일에도 초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골프를 하다보면 다혈질의 사람, 예기치 못한 기상, 도우미의 경솔함 등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독자 여러분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수목 한계선을 넘어, 작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무처럼 참고 인내하여 더 즐거운 플레이로 여러분의 멋진 모습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는 페어웨이 우드 샷입니다. 페어웨이 우드(스푼이나 버피)를 가리켜 다목적 병기라고도 합니다. 쓰기에 따라 드라이버보다 멀리 날리고, 아이언보다 정확하게 그린에 올리고, 또 웨지보다 정교한 어프로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페어웨이 우드를 잘 보면 밑면이 넓고 헤드의 뒷면이 둥글기 때문에 스윙하는 동안 잔디 저항이 크지 않고 다운스윙 때는 드라이버와 달리 날카롭게 파고들 수 있습니다. 아이언보다 샤프트가 길기 때문에 스윙이 클 뿐 기본 동작은 다를 게 없습니다. 보통 페어웨이 우드를 잘 못 치시는 분들은 볼을 그저 멀리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많이 몸을 쓰거나 아이언 샷과는 뭔가 다르게 샷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입니다.
 
 페어웨이 우드와 아이언 샷의 다른 점은 볼을 놓는 위치가 조금 달라질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리듬과 템포 등 나머지는 둘 다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면 정답입니다. 이 기본 사항을 유념하시면 다양한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다목적 채가 바로 이 페어웨이 우드라 생각합니다.
 
 먼저 맨땅에서 페어웨이 우드 샷을 하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때는 볼만 정확하게 때려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샷을 해야 합니다. 클럽을 5쯤 내려 잡으면 됩니다. 그리고 볼이 평소보다 한 개 정도 오른쪽에 놓이도록 스탠스를 조절하신 뒤 가볍게 스윙하시면 됩니다. 만약 풀이 많은 지역, 즉 러프에 빠지셨더라도 페어웨이 우드 사용을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약간 찍어 치듯 스윙하면 됩니다. 그립은 역시 조금 짧게 잡고 셋업 때 볼 위치는 평소처럼 왼발 쪽에 두고 머리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스윙을 4분의3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경사지에서 페어웨이 우드 샷을 할 때는 컨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두 경우보다 채를 한 10쯤 짧게 잡습니다. 또 스윙도 줄이고 턱은 반드시 들도록 합니다. 턱을 들어야 백스윙 때 턱 밑으로 어깨가 깨끗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머리의 움직임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볼 위치가 반개에서 한 개 정도 오른쪽에 오도록 스탠스를 조절해 주시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페어웨이 우드로 칩 샷을 하는 요령입니다. 유명 선수들이 그린 주변에서 우드로 칩 샷을 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셨을 것입니다. 예전에 누군가가 말하기를 어떤 선수가 스푼으로 어프로치 하더라!’ 라는 말을 듣고 숟가락으로도 골프를 치냐고 물어 와서 박장대소한 기억이 납니다. 우스개 이야기지만 숟가락은 안 되고 스푼, 3번 우드로는 어프로치를 할 수 있습니다.
 
 퍼터를 잡기에는 좀 멀거나 에지의 잔디나 턱이 좀 부담스러울 때, 웨지로 치기보다 그냥 굴리는 것이 더 좋아 보일 때는 우드를 잡으면 좋습니다. 그립의 맨 아래쪽까지 손을 내려 잡되 퍼팅 그립처럼 쥐시고 스트로크도 퍼터처럼 하시면 됩니다. 이 때 볼을 하고 튕겨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빠른 그린에서 퍼팅하듯 부드럽게 스트로크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칩 샷을 부드럽고 여유 있게 하다보면 볼은 자연스럽게 굴러 컵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가상 라운드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싱글핸디의 경우 페어웨이 우드 샷은 파 5홀에서 투온을 노리는 샷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설사 투온이 안되더라도 그린 근처에만 가면 붙여서 버디를 노릴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드라이버샷 다음으로 거리를 요구하는 샷이 바로 페어웨이 우드 샷입니다.
 
 그렇다면 거리도 내면서 방향성도 잡는 페어웨이 우드 샷은 다른 샷에 비해 한층 낮고 긴 테이크어웨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내치는 스윙으로 타구해야 방향성을 일관성 있게 높여 나갈 수 있습니다. 볼로부터 50cm 이상 테이크어웨이를 했는데도 헤드가 여전히 지면에 붙어 있다면 그만큼 낮고 긴 테이크어웨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페어웨이 우드 샷은 아이언 샷과 같이 찍어 치거나, 드라이버와 같이 티 위의 볼을 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쓸어 치는 샷이라는 것입니다. 쓸어 치려면 당연히 낮고 길게 빼주어야 하고, 그것이 임팩트 후에도 계속 낮고 길게 지면을 쓸고 나가야 장타를 위한 최적의 스핀이 걸리며 실제거리가 납니다. 반면 테이크어웨이에서 바로 들어 버리면 페어웨이 우드 샷도 찍어 치는 것과 같은 스윙이 되며 거리가 나지 않습니다.
 
 치는 방법은 왼팔과 샤프트가 타깃 반대편을 향해야 하고, 정상적인 백스윙으로 몸이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스윙 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다운스윙에서 임팩트 직전까지도 역시 지면에 붙어 내려오고 있어야 합니다. 체중은 이미 왼발로 이동된 느낌이 들어야 하고 하체로 스윙을 리드하고 있어야 합니다. 헤드 페이스는 과도할 정도로 오픈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때 내치지 않으면 이러한 헤드 페이스 모양은 나올 수 없습니다. 이러한 헤드페이스 모양이 혹, 슬라이스나, 오른쪽으로 직선으로 빠지는 샷인 푸쉬 샷이 나올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멋진 스트레이트 샷이 구사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꾸준한 연습으로 멋진 샷을 완성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만약 우드 샷을 내치지 않고, 당기거나 하면 방향이 어디로 갈지 저도 모릅니다. 훅이 날수도 있고, 풀 샷(왼쪽 직선으로 당기는 샷)이 날수도 있고, 당겼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도는 풀 슬라이스가 날수도 있는 등 방향을 종잡기 힘듭니다. 그러나 내치는 샷은, 그 내치는 동작 특성상 스윙의 일관성을 향상 시켜주며 목표 방향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습니다. 당연히 내쳐야 거리도 납니다. 온 몸의 운동 에너지를 클럽헤드에 전달한 후 그 관성으로 폴로스루에서 피니시까지 자동으로 이어져야 기분 좋은 페어웨이 우드 샷을 날릴 수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롱 아이언 샷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드 샷의 3원칙: 클럽을 3~5cm 짧게 잡아라, 크게 휘두르지 말고 쓸어내듯이 휘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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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프로의 ‘쉽고 재미있는 골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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