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소태영(평택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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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을 통해 감성보다 이성을 더 선호하게 된 우리는 계몽주의적 인간관에 입각해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먼저 선택하고 난 뒤 그 선택의 이유를 만든다고 한다. 미국의 신경생물학자인 로저 스페리(Roger Sperry)는 이 같은 우리의 뇌에 대해 가설을 만들었다. “인간에게 독립된 자아란 없으며 우연한 일련의 선택을 마치 필연처럼 끼워 맞춘 것을 ‘자아’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이 전달하는 정보를 그대로 믿지 않고 해석을 한다고 뇌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는 눈으로 보는 정보와 뇌에 도달하는 정보의 양이 크게 다른데서 비롯된다. 우리가 눈을 통해 보는 것의 10분의 1만 시신경에서 처리하고, 최종적으로 뇌에 전달되는 정보는 망막에 표시된 내용 중 300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고로 심리학 용어에 ‘무주의 맹시’는 두 눈 뻔히 뜨고 바라보고 있지만 주의가 다른 곳에 있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깨닫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우리의 눈은 모든 것을 다 보지만 우리의 뇌는 그 중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못 본체 기억에서 빼버린다. 특히 직접 보고 듣는 감각기관의 활동에서 얻은 정보가 제한적으로 뇌에 전달되면서 뇌는 수많은 과거 경험과 미래 희망, 그리고 현재의 가설을 토대로 판단을 한다. 그러니 뇌에서의 판단이 꼭 합리적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휴대폰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걷고 있을 때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우리는 아는 사람을 스쳐 지나가곤 한다. 못 본 듯이 말이다.
 
 권위에 복종할 때도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대통령이 한 말이라면 의문이 일어도 무조건 흡수해버리는 거다.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커녕 물어볼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거다. 그런 심리로는 두 눈을 뜨고 있어도 잘못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그렇게 폭발했다. 권위적인 정부일수록 그런 현상이 심하다. 오류가 발생해도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에서는 애초에 잘못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못 본체,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세월호 사건, 위안부합의, 사드배치 등 참 힘든 나날이지만, 우리 살아가는 지역도 별다를 수 있겠는가. 평택시, 평택시의회에서도 미군항공기 소음 방음사업비 1800억 중 1100억 원을 도로신설, 확장 등으로 전용한 일이 현재 진행 중이다.
 
 참 쉬운 논리다. 누군가들은 항상 살아가면서 시민이나 주민을 위한다는 말을 앞세우지만 시민들의 동의도 없이 방음사업비를 전용하는 행위가 어떻게 시민과 주민들을 위할 수 있는 길인가. 그저 도로를 신설하고 도로를 확장만 하면 시민들의 삶의 질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인지. 시민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평택시와 평택시의회의 일방적인 통행이 불편함을 넘어 걱정스럽다.
 
 미군항공기 소음 방음사업비 1800억이 아무 이유 없이 책정 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방음사업을 실시해 나갈지라도 미군기지 이전이 본격화되면 항공기 소음, 훈련 시 전차 이동으로 인한 소음 등으로 주민 피해가 발생할 것은 자명한 일인데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전용이 되었는지 평택시와 평택시의회는 시민들에게 명확하게 밝히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음 대책비 전용 부분에 있어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다시는 시민과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를 불러올 수 있는 일방적인 전용행위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지역구성원 모두가 소음 대책비 전용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행위의 재발을 막아야한다.
 
 평택시와 평택시의회는 그저 도로만 신설하고 도로만 확장하면 모든 시민들이 박수를 쳐줄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미 부대인근의 주민들이 오랜 기간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왔고, 미군기지 이전이 본격화되면 소음 피해 주민의 증가는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더욱 문제는 그 피해범위가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과 맞바꿔 얻은 도로와 도로확장이 무슨 의미가 크겠는가.
 
 현실에서 시민과 주민이 좀 더 폭넓게 앞으로의 날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것이 주민자치, 또 민주주의. 그러나 어느 공직자도 이의제기 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권력에 복종하는 현상, 알아서 기는 것이 모두를 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이 모양 이 꼴이다.
 
 누구나 판단은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저 사람은 왜 그래, 이 사람은 왜 저래’라고 비판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실제 있는 그대로, 현재 국면의 모순적이고 울퉁불퉁한 질감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현실을 지금 있는 그대로 직시하라’고 요구는 하고 싶다. 권력과 권위에 무작정 복종하며 스스로 알아서 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올바르게 바라보고 비판하는 판단능력은 가져야 되는 것은 아닌지.
 
 선입견과 아집으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건강한 대한민국, 건강한 평택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구성원 모두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옳지 못한 일에 ‘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삶의 지혜가 국가와 우리 모두를 스스로 발전시켜 왔다. 이전에도 그래 왔듯이.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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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영의 세상보기] 평택시·시의회는 ‘미군항공기 소음 방음사업비’ 전용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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