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3(월)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고라파니로 가는 길 중간쯤에서
거머리에게 종아리를 물렸다
붕대로 싸맨 종아리가 걸을 때마다
짐의 무게에 중력이 가해지는지
핏줄기가 자벌레처럼 움직였다
서서 저녁거리를 장만하는 내내
핏물이 불은 젖으로 배어나왔다
잠을 자다 고양이 울음소리에도
대답을 하며, 몸을 뒤척였다
목덜미에서 나는 아이의 침 냄새
산 아래의 사람소리가 들릴수록
미끄러운 검은 물체가
베개 속으로 스며들었다
여전히 거머리가 피를 빨아대는지
종아리가 자꾸 가려워왔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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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셰르파, 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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