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나라에 개망조가 들 풀’이라지만…
하찮은 풀을 넘어 생태계 연속성과 생물계 공간적 개념인 비오톱 조성에 소중한 존재

자연을 구성하는 동·식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의 틀을 생태계라고 한다. 우리 몸이 수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듯이 생태계는 200만에 달하는 생물 종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과 관계를 맺어 개체와 종족 그리고 생태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여름에 만날 수 있는 풀꽃 중에 북미 원산의 개망초만 한 것이 없다. 자연을 구성하는 곤충 하나, 풀 하나가 나름 제 역할을 하듯이 5월 하순부터 우리 고장 전역의 들녘을 흰색의 꽃 카펫으로 덮고 있는 개망초 또한 생태계에서 절대 작지 않은 역할을 맡고 있다.
들에서 개망초에 의존하지 않는 곤충이 없을 정도로 야생에서 개망초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버려진 땅이나 사람들이 훼손한 곳은 물론이고 널리 분포하며, 무리 지어 꽃이 피고 오랫동안 꽃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하찮은 풀을 넘어 생태계의 연속성과 함께 생물계의 공간적 개념인 비오톱 조성에 소중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1. 계란꽃으로도 통하는 개망초
▲ 꽃 모양이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은 계란프라이를 닮은 개망초(2008.6.16 진위천)
세상 방방곡곡에 널리 퍼져서 요즘 한창 꽃을 내는 풀꽃 중에 개망초가 있다. 가운데 모여 있는 노란색의 꽃(관상화) 주변으로 혀 모양의 흰색 꽃(설상화)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은 계란프라이를 닮았다 하여 아이들에게 계란꽃으로도 통하고 있다. 냉이, 제비꽃, 애기똥풀 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가까운 이웃이 되는 풀꽃이다.
2. 생물다양성 유지의 종결자, 개망초
▲ 거미에게 잡힌 양봉꿀벌에 산란을 위해 모인 기생파리류(2017.6.10. 안성지역)
양봉꿀벌, 배추흰나비, 배짧은꽃등에로부터 풀색꽃무지와 같은 딱정벌레에 이르기까지 여름을 보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개망초의 꽃꿀과 꽃가루를 의존하고 있다. ‘나라에 개망조가 들 풀’이라 했지만, 기후변화로 대멸종을 앞에 둔 시점에서 이만한 역할의 식물이 또 있을까 뒤돌아보게 된다.
3. 거미도 함께하는 개망초
▲ 개망초 꽃 주변에 숨어 곤충을 기다리는 대륙게거미(2007.6.2. 진위천)
많은 종류의 거미들이 거미줄을 쳐서 먹이활동을 하지만 거미줄을 치지 않는 대신 꽃과 같은 색깔로 위장하고 꽃잎 주변에 숨어 있다가 곤충을 잡아먹는 개체도 있다. 몸이 납작하고 옆으로 뻗은 다리가 꼭 게 모양을 하고 있으며, 주변 환경에 맞게 진화에 성공한 종으로 꽃게거미, 각시꽃게거미, 줄연두꽃게거미 등을 만날 수 있다.
4. 개망초 꽃꿀을 따는 작은주홍부전나비
▲ 개망초 꽃을 찾아 꽃꿀을 따고 있는 작은주홍부전나비 수컷(2016.7.3 진위천)
꽃꿀을 목적으로 개망초를 찾는 부전나빗과 친구로는 암먹부전나비, 남방부전나비, 큰주홍부전나비 등이 있지만 작은주홍부전나비는 드문 편이다. 큰주홍부전나비의 날개 편 길이보다 다소 작지만, 날개를 접거나 폈을 때의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암컷은 알을 한 개씩 낳는데 애벌레는 마디풀과 식물의 잎을 먹고 애벌레로 겨울을 난다.
5. 수없이 많은 곤충과의 상호작용
▲ 긴 대롱의 입으로 꿀을 따고 있는 배추흰나비(2022.5.13 배다리생태공원)
호리꽃등에, 꼬마꽃등에, 물결넓적꽃등에, 배짧은꽃등에 등의 꽃등에로부터 꽃벼룩, 무당벌레, 호랑꽃무지, 남색초원하늘소 등의 딱정벌레류, 알락수염노린재와 십자무늬긴노린재 그리고 큰줄흰나비, 흰줄표범나비, 노랑나비, 남방부전나비, 네발나비, 큰주홍부전나비, 노랑애기나방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곤충과 상호작용을 하는 역할의 식물이 바로 개망초이다.
6. 진딧물이 있는 곳이면, 무당벌레
▲ 먹이터를 번식터로 이용하는 진딧물의 천적, 무당벌레(2022.6.9 배다리생태공원)
농민들 사이에서 ‘됫박벌레’라고도 불리는 무당벌레는 강렬한 색상을 지닌 무당개구리처럼 그 화려함을 천적에게 경고의 메시지로 이용하는 곤충이다. 몸은 반구형으로 딱지날개의 무늬는 변이가 심하여 매우 다양하다. 성충은 물론 자신의 몸무게보다도 더 많은 양을 먹어 치우는 애벌레 또한 진딧물을 먹이로 하여 살아 있는 농약이라고도 한다.
7. 꿀벌을 의태한 꽃등에의 출현
▲ 크기가 작은 꽃등에로 개망초를 즐겨 찾는 호리꽃등에(2022.6.8. 배다리생태공원)
개망초를 찾는 곤충은 한두 종이 아니지만, 꽃등에류의 방문도 적지 않다. ‘꿀벌을 의태한 파리’라는 의미에서 ‘벌파리’로 불리기도 하며 개망초 외에도 찔레꽃, 산딸기, 애기똥풀, 엉겅퀴, 꼬리조팝나무, 개여뀌, 미국쑥부쟁이 등 이들은 평택·안성 주변서 호리꽃등에가 개화기를 따라 즐겨 찾는 꽃들로 이외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식물이 있다.
8. 꿀벌에게 넉넉한 밀원식물
▲ 개화기가 긴 개망초에서 꽃꿀을 따는 양봉꿀벌(2019.6.9 배다리생태공원)
이른 봄부터 매화꽃으로 시작하여 4월의 벚나무, 5월의 아까시나무, 6월의 밤나무와 족제비싸리의 꽃에 이르기까지 꿀벌에게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풀꽃과 나무꽃이 있지만, 이들을 이어받아 이른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제공하는 에너지원이 있다면 바로 개망초일 것이다. 여러모로 위기에 닥친 꿀벌에게 안정적인 먹이원이 되고 있다.
9. 기주식물(기생 식물에게 양분을 공급하는 식물)로 개망초를 찾는 남색초원하늘소
▲ 개망초 군락지에서 짝짓기 중인 남색초원하늘소(2014.5.28 진위천)
나비와 꿀벌, 꽃등에 등 대다수 곤충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밀원식물인 개망초를 찾는 것에 비해 남색초원하늘소는 애벌레를 위한 먹이식물로 이곳을 찾는다. 개망초 군락지에서 고개를 숙인 개망초가 있다면 검은색 털 뭉치의 더듬이가 특징인 이들의 소행으로 위협을 느끼면 악취의 방어물질을 내거나 자신의 몸을 진동시켜 경고음을 낸다.
10. 우리 고장 전역에 넘쳐나는 개망초
▲ 우리 고장 전역에서 넓게 자리를 잡은 개망초(2020.7.20 배다리생태공원)
‘망초’라는 이름은 개항 이후 이 식물이 들어오고 나서 나라가 망했다고 ‘망국초’에서 넘어온 말로 여기에 원래 있던 종에 비해 모양이나 품질이 떨어진 의미의 접두사 ‘개’자가 붙어 최종 이름이 ‘개망초’이다. 그렇지만 개망초가 넓게 자리를 잡은 지금은 아이들에게 ‘계란꽃’이란 친근한 이름은 물론이고 생태계다양성 유지에 누구보다도 소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