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7(화)
 

호기심과 적응력 통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체하는 강인한 생명력 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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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요즘 자주 보고 듣게 되는 말 중에 ’먹방‘이 있다. 이 말은 ‘먹는다’라는 뜻에 ‘방송’을 합친 조어로 ‘음식을 먹는 방송 프로그램’이란 뜻이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면 “먹방은 맛있게 많이 먹는 모습이 무엇보다 시선을 끈다”라고 하는데 배다리를 포함한 주변 생태계에서 ‘먹방’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도 우리고장 자연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서울대공원 동물의 먹방


몇 년 전 서울대공원은 동물원에 사는 301종, 약 3,600여 마리의 동물 가운데, 가장 먹성이 좋은 ‘먹방 베스트 10’을 공개한 적이 있다. 많이 먹는 ‘먹방 대세’ 1위에 오른 동물은 ‘아시아코끼리’로 하루 평균 무려 102kg을 먹어 치워 평균 27kg을 먹는 2위 흰코뿔소와 평균 20kg을 먹는 3위 기린보다 압도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그 뒤를 이어 하마, 그랜트얼룩말, 몽고야생말, 로랜드고릴라, 피그미하마, 아메리카테이퍼, 일런드가 ‘먹방 베스트 10’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아시아코끼리 한 마리당 하루 평균 식비는 7만4,700원으로 식비가 가장 많이 드는 동물에 선정되었으며, 특별한 것은 로랜드고릴라가 먹는 양으로는 7위지만 적정 체중 유지와 건강을 위해 셀러리, 양상추, 근데 같은 채소 위주 식사를 함에 따라 평균 식비 3만3,600원으로 2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제한된 공간에서 사육되고 있는 동물이 아닌 배다리마을숲과 배다리습지에서 ‘먹방 베스트 10’을 선정한다면 어떤 동물이 이름을 내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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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유 열매 하나를 부리에 문 직박구리(2023.1.6)

 

◆ 배다리생태공원 동물의 먹방


배다리마을숲과 배다리습지 주변의 많은 동물이 먹이를 나름의 방법으로 취하고 있는데, 관찰을 통해 그중 가장 먹성이 좋은 ‘먹방 베스트 10’에 진입할 동물을 추천한다면 12월에 배다리습지를 찾아 습지 가장자리의 수심이 낮은 곳에서 수생식물 중 줄과 부들, 매자기, 달뿌리풀, 큰고랭이풀 등의 정수식물 뿌리를 캐 먹는 큰부리큰기러기로부터 잠수를 통해 습지의 물고기를 물고 나오는 논병아리와 민물가마우지, 쇠백로와 왜가리, 물닭, 흰뺨검둥오리 등의 수조류와 물까치, 때까치, 직박구리 등의 산새류 그리고 젖먹이동물인 청설모 정도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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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나무과 복자기 줄기 틈새에서 수액을 먹고있는 직박구리(2023.1.12 배다리마을숲)

 

민물고기와 양서류는 물론이고 곤충과 포유동물까지 먹이로 하는 백로류의 ‘먹방’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졌고, 번식기를 마치면서 떼를 지어 다니는 물까치와 배다리 전역에서 존재감을 알리고 다니는 직박구리 또한 소리와 함께 무탈한 ‘먹방’을 인정받고 있으며, 잡은 먹이를 주변 나뭇가지에 꽂아두는 행동특성의 때까치는 메뚜기부터 줄장지뱀과 개구리 심지어는 참새와 등줄쥐까지도 저장을 목적으로 뾰족한 나뭇가지나 줄기 끝에 꽂거나 걸어두고 있다. 그렇지만 규모가 작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배다리마을숲과 배다리습지에서 직박구리만큼 먹성이 좋은 동물은 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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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실나무 꽃가루를 부리에 묻힌 직박구리(2022.4.9)

 

◆ 배다리생태공원 직박구리의 먹방


‘직박구리’라는 새를 언급하면서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면, ‘수다쟁이 새’, ‘눈 주변의 밤색 무늬’, ‘파도 물결 모양의 비행’ 정도였는데 자연스럽게 언제부터인가 ‘먹방’으로 다가서게 되었다.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조류 중에서 직박구리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먹이를 취하는 조류는 많지 않다.


화창한 봄날, 덕동산마을숲 명법사 화단에서 직박구리가 동백의 꽃꿀을 따면서 부리에 노란 꽃가루를 묻혔다면 배다리마을숲에서는 매실과 자엽자두나무, 왕벚과 산벚나무의 꽃으로부터 시작해 살구나무, 콩배나무, 팥배나무에 이르기까지 개화기의 꽃에서 꿀을 따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여름이 오면 지천으로 널린 애벌레는 물론이고 날고 있는 곤충을 바쁘게 뒤쫓으면서 낚아채 먹이를 부리에 무는 모습 또한 드물지 않고, 황조롱이의 멋진 정지 비행처럼 공중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정지 상태로 나뭇가지 끝에 달린 먹잇감이나 거미줄 가운데에 도사리고 있는 산왕거미 혹은 무당거미까지 범위를 넓혀 포획함으로 그들만의 먹이망 그래프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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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마을숲 땅에서 새싹을 먹고 있는 직박구리의 넉넉한 겨울나기(2022.12.22)

 

‘먹방’ 직박구리에게 ‘먹방’다운 모습은 겨울이 되어야 특히 도드라진다. 겨울까지 남아 있는 나무 열매 중 직박구리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열매는 많지 않다. 배다리생태공원의 경우 좀작살나무의 보라색 알맹이부터 빨갛게 익은 산수유와 꽃사과나무의 열매 그리고 시고 짠맛이 나는 붉나무의 열매와 늦게까지 열매를 떨구지 않는 아그배나무의 아름다운 열매에 이르기까지 멀리서 쳐다만 보아도 모두 흐뭇한 풍경을 연출한다. 직박구리는 못 먹는 게 없다. 꽃잎과 꽃꿀, 곤충과 거미 그리고 수없이 많은 수목의 열매, 심지어는 숲 바닥에서 올라오는 잡초의 푸른 잎까지도 빠트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복자기 나뭇가지 틈새에서 나오는 수액을 부리에 담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도 때를 기다려 당분이 다량 함유된 단풍나무과에 속한 나무를 어떻게 알았는지, 나뭇가지에서 한동안 수액을 섭취하는 숙달된 모습을 보면서 먹이 욕심이 넘치는 새를 넘어 호기심과 적응력을 통해 주변 환경은 물론이고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체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야생조류임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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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작살나무에 앉아 있는 직박구리(2022.9.7)

 

‘수다쟁이 새’ 직박구리의 시끄러운 울음소리 때문에 혹은 도를 넘은 ‘먹방’으로 과수농가에 피해를 주는 유해조수로 분류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직박구리가 없는 배다리생태공원은 상상할 수 없다. 겨울철 갈수기 산새들의 목마름을 도와주고 뛰어난 ‘먹방’을 통해 배다리마을숲 전역의 식물종 다양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생물종다양성을 유지케 하는 직박구리의 존재감을 다시금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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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 생태계 최고의 먹방 ‘직박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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