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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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

지난해 12월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2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과이불개는 공자의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고 나와 있다. 이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라는 뜻이다.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검증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 사태, 그리고 엄연한 인재인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까지,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위정자들부터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데 이 세상이 과연 어떻게 정의로울 수 있겠는가? 


인간의 인간다움과 고귀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단언컨대 인간이 ‘성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가 된 것이 아닐까? 


부실한 박사학위 논문을 수여하고도 어떠한 대학교수도 책임지지 않고,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에게 비속어를 섞어 말하고도 이 소리를 들은 국민과 국회의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다. 부끄러움은 그저 우리의 몫이 되어버리고 만다. 잘못을 돌아보고 고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언론 탓을 한다. 아예 대통령에 비판적인 언론에는 분풀이를 하듯 대통령 해외 순방기에 탑승도 시키지 않는 유치함까지 보인다. 와이티엔(YTN) 민영화를 추진하고, 여당 비판적이라며 티비에스(TBS) 교통방송 예산을 삭감하여 비판적인 인사들을 방송에서 하차시키기까지 한다. 심지어, 케이비에스(KBS)에 출연하는 보수 쪽 대변인이 ‘진짜 보수 인사’가 아니라며 방송사에 교체를 요구한다. 이것이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집권 시기와 야당 시기, 그리고 재집권으로 이어진 과정을 통해 진심으로 깊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만큼 성숙했을 것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연속 집권에 성공하지 않았겠는가?


과도하게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손해 배상 책임을 물려 결국은 이러한 상황을 비관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 뿐만 아니라 극심한 생활고를 만들어 내기에, 기업이 노동자에게 물리는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액을 다른 나라의 사례처럼 일정 정도로 제한하자는 것이 노란봉투법이다. 과연 국회 다수당인 야당은 노란봉투법 제정과 통과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가?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 받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과, 원하지 않게 자영업자가 돼버린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법 적용을 위해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묻고 싶다. 우리 지역에 얼마의 예산 배정을 받아 왔다며 펼침막을 통해 이곳저곳에 널리 게시하고 그것으로 국회의원으로서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되물어 볼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제일 먼저 노동 개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는 노동 개혁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장시간 노동을 확대해 나가고, 저임금구조를 고착화하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를 바 없다. 쉽게 말해 기업의 청부업자가 되어 기업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관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이 앞장서서 민주노총을 적폐 세력으로 규정짓고 앞장서 민주노총 악마화를 기도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민주노총이 만든 양 왜곡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늘려나가기 위한 제도적 지원과 신산업 육성 등을 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지, 민주노총에 있지 않다. 결국 청년과 중장년 세대 갈등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정규직 노동 대 비정규직 노동, 대기업 노동 대 중소기업 노동의 대결 구도를 확대하고 부추겨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셈이다. 조직된 노동자 밖에 있는 미조직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 향상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원청과 다른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정부 여당은 얼마나 진정성 있는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는가? 지난 정권 탓하기와 문제의 책임을 외부에만 돌리는 정권에 미래는 없다.


오늘날 빈부격차 문제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데,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향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윤석열 정부는 누가 뭐래도 대놓고 가진 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이 나서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부터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이야기한다. 지방의회 선거가 지금까지 그러해 왔듯이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한 뻔한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2 올해의 사자성어’가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고치기 위해서는 성찰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성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만큼 성숙하는 것이다.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개과천선(改過遷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려면 먼저 성찰이 필요하다. 그래야 잘못을 고칠 수 있다. 부디 2023년은 성찰의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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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칼럼] 2023년은 성찰을 통한 성숙의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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