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안개가 조용히 와서
문을 여는 곳
안개 외에는 문을 열 수 없는 곳
그가 안개로 와서
문을 열다 열지 못하고
몇 번이나 서성거리다
바다로 돌아갔다
바다 냄새에 익숙한 그의 모습이
햇살에 금세 사라질 때까지
안개 카페에서
볶는 커피는 그의 짧은 시간으로
검게 로스팅되었다
진하고 연한 것들이
일어났다 쓰러졌다
그의 뒷모습으로 보이는 안개
안개는 문을 열 수 없는 만큼의
먼 거리에서 떠다녔다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하는
그가 안개 속에 있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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