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환삼덩굴, 식물사회학에서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잡초즉 인위식물종으로 분류되어

 

김만제 소장 증명사진.png
김만제 평택자연연구소 소장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꽃며느리밥풀 등 식물 이름 앞에 며느리가 붙는 풀이 몇 있다. ‘미운 열 사위 없고, 고운 외며느리 없다라는 말과 같이 고부지간의 갈등과 혹독함을 식물의 가시를 통해 알리려는 의미일 것이다. 이중 며느리배꼽며느리밑씻개는 잎자루와 줄기에 갈고리 모양의 날카로운 가시가 밑을 향해 나 있어 주변에 이 풀이 자라고 있다면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며느리배꼽이나 며느리밑씻개만큼의 날카로운 가시는 아닐지라도 원줄기와 잎자루에 밑을 향한 거센 갈고리 가시가 있고, 주변에 어느 잡초보다도 광범위하게 자라고 있어 크나큰 불편을 끼치는 식물로 환삼덩굴만 한 풀은 없을 것이다.

 

내 몸은 나 스스로가 지킨다

 

필요에 따라 장소를 옮길 수 있는 동물에 비해 식물은 뿌리를 내린 곳에서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기에 잎벌레와 벌레혹(蟲廮) 등 주변 위협으로부터 늘 어려움을 겪어왔다. 오랜 세월 동안 먹이풀로 삼거나 번식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했던 주변의 곤충이나 동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식물은 날카로운 가시를 만들어 괴롭히는 적에게 저항하거나 살균작용을 하는 휘발성 물질을 뿜고, 심지어는 몸에 독을 품어 주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왔다.

 

평택의 자연 메인.jpg

▲ 암수딴포기로 피는 환삼덩굴의 열매(2009.9.5)

 

찔레꽃, 음나무, 아까시나무 등이 나무껍질에 가시를 만든 경우라면 식물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내뿜는 피톤치드는 살균작용을 가진 휘발·비휘발성 물질이고, 투구꽃과 앉은부채, 천남성은 자신의 몸에 독을 품어 자신을 지킨 경우이다. 이 중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례가 가시를 이용하는 것으로, 이 가시는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를 멀리하는데 주로 쓰이지만 며느리배꼽의 경우처럼 감는줄기나 덩굴손 혹은 공기뿌리(氣根)가 없이도 다른 물체에 걸고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도구로도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평택의 자연2.jpg

▲ 야생조류가 즐겨 찾는 환삼덩굴의 황갈색 종자(2003.2.3)

 

생태계 교란생물 환삼덩굴

 

환삼덩굴은 한해살이풀로 줄기와 잎자루에 밑을 향한 가시 같은 털을 지니고 있고,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며, 암수딴그루로 주로 왼쪽으로 감는 덩굴식물이다. 도로 및 하천변의 양지바른 곳은 물론이고 냄새나는 쓰레기 터와 작물을 재배하는 경작지에 흔해 식물사회학에서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잡초즉 인위식물종으로 분류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야생에서 환삼덩굴로 뒤덮인 곳은 빛 환경이 극히 불량하므로 생태계 교란성과 함께 단위면적 내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종 다양성을 심하게 감소시키며, 늦여름 노란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유해식물로 주목받던 중 2019년 등검은말벌과 함께 환경부의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되었다.

 

평택의 자연3.jpg

▲ 환삼덩굴을 애벌레의 먹이식물로 하는 네발나비(2008.9.12)

 

환삼덩굴은 쓰레기 터와 같은 불결한 서식환경을 지표하는 진단종으로 이용되고 있다. 2019년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된 후 지자체마다 이들의 서식지 확산을 막기 위해 산업단지 주변에서 덩굴뿌리를 제거하고 덩굴걷이를 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식물사회학 관점에서는 주변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뽑고, 태우고, 제초제를 뿌릴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살만한 서식처 환경을 통제해 주면 될 일이다라고 조언하고 있다.

 

환삼덩굴의 가족 이야기

 

장미목 삼과에 속하는 식물 중 삼과 호프, 환삼덩굴이 잘 알려져 있다. 껍질의 섬유로 삼베를 짜며 대마초의 원료가 되는 삼은 줄기가 똑바로 서며 가시가 없고, 아래쪽에 달린 잎은 깊게 갈라진 겹잎이며, 맥주의 원료가 되는 호프는 환삼덩굴과 같은 속에 속하는 식물로, 잎은 보통 3갈래로 갈라진다. 환삼덩굴과 함께 같은 속에 속한 호프는 맥주 특유의 풍미를 내는 맥주 호프의 원료로 쓰이는데 흥미로운 것은 아직 꽃가루받이하지 않은 처녀 암꽃을 맥주의 독특한 맛을 내는 첨가제로 이용한다. 꽃가루받이가 되면 독특한 암꽃의 호프 향은 사라지고 만다.

 

평택의 자연4.jpg

▲ 암꽃보다 먼저 황록색의 수꽃을 피우는 환삼덩굴 수꽃(2011.9.10)

 

불편할 뿐이지, 나쁜 풀은 없다

 

환삼덩굴은 길가, , 빈터 등에서 흔하며, 왕성한 번식력으로 주변의 자생 수목과 수풀을 뒤덮어 햇빛을 차단해 고사시켜 생태계를 위협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일본에서는 환삼덩굴을 사전귀화식물로 취급하지만, 식물지리학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엄연한 고유종이자 자생종이면서 생태계 교란생물에 포함된 독특한 사례에 속한다.

 

많은 사람이 환삼덩굴하면 까슬까슬하게 돋친 가시에 긁혀 상처가 난 것을 기억하고, 돼지풀과 함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를 날리며, 자생식물을 덮어 생물 다양성을 떨어트리는 생태계교란종으로 이 식물을 대하지만 생태계에서 환삼덩굴에게만 주어진 소중한 역할 또한 있다.

 

평택의 자연5.jpg

▲ 매우 큰 서식처를 형성한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의 환삼덩굴(2010.7.27)

 

늦가을 화단과 들녘의 꽃꿀을 독차지하며 성체로 겨울을 나는 네발나비 애벌레의 유일한 먹이식물로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겨울철 황갈색을 띠는 열매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겨울나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잡초란 버린 땅의 개척자로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생존방식을 습성적으로 갖고 태어났는데 우리의 노력과 필요에 따라서는 악초가 귀초가 될 수 있다’.

 

생태계의 모든 구성 요소는 고귀하게도 제 나름의 역할과 몫을 갖고 태어났음을 환삼덩굴을 통해 바라볼 수 있음이, 이 세상에 가치 없는 생명은 없다는 것이다.

 

태그

전체댓글 0

  • 58487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이 세상에 가치 없는 생명은 없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