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내 마음이 그랬을까요
개심사 왕벚꽃을 보러가다
뭔가를 흘린 것 같아
뒤를 자꾸 돌아보게 되었지요
발걸음이 먼저 앞서 갈 때마다
마음이 열렸다 닫혔다하는 게
숨도 이랬다저랬다 하며 가빠왔지요
너무 이른 방문을 꾸중하는 듯
맨몸으로 마중 나온 배롱나무
범종각 처마에서 지느러미를 흔들어대며
물고기의 등살이 부딪히는 하늘 너머로
멧새 부리 같은 봉오리가 입을 다물고 있었지요
개심의 경계에 이르지 못한
내 마음을 미리 눈치 채고
벚꽃도 피지 않았던 것일까요
내 마음이 그랬던 것처럼
벚꽃의 지경도 그랬던 것일까요.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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