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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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평택성결교회 원로목사

우리를 홀연히 찾아왔던 불청객은 이제 떠날 채비를 한다. 삼 년째로 돌입한 짧지 않던 기간 동안 코로나19와의 동거는 우리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전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에게 직접 찾아온 변종 코로나 오미크론은 절정의 기승을 부리다 이제 기세가 꺾이는 듯하다. 필자의 경우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이 낯선 떨치기 어려운 경험을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모처럼 몸살로 힘들어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았다. 그런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PCR 검사를 받아보았다. 밤늦게 PCR 검사를 받았던 병원에서 양성 확진 문자가 날아왔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가족들과 7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했다. 이렇게 확진 당일부터 오전, 오후에 진료센터에서 꼬박꼬박 담당자의 전화가 왔다. 상태를 체크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전염되었을까? 코로나19 상황 초기였다면 역학조사 하느라 집중했을 텐데 지금은 워낙 확진자가 많아 역학조사는 슬그머니 사라졌나 보다. 백신 3차 접종까지 받았는데 오미크론은 사정을 보지 않았다. 혈압과 당뇨, 부정맥 증상을 가진 나와 비슷한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은근히 공포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첫날은 별다른 조짐이 없었다. 이틀째부터 미열과 목에 통증, 잔기침,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흘과 나흘이 고비였다. 하루 세 번 투약과 식사, 배변과 휴식이 전부였다. 목에 통증과 가래가 차올랐다. 목소리가 쉰 소리로 변성되었다. 수화기로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금세 알아차리지 못했다. 닷새째는 설사가 났고 잠을 제대로 자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복용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엿새와 이레째는 각종 증상들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열이 떨어지고 목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잔기침과 목 상태는 여전했지만 목소리가 돌아오고 설사도 멎었다. 하지만 체중이 일주일 동안 4kg이나 줄었다.


이번 격리 기간 동안 문밖을 나가지 못했다. 지인들이 반찬을 문 앞에 두고 갔다. 혼자서만 지냈다. 불편한 일상을 보내야 했다. 심리적인 고립감과 외로움이 심했다. 타의에 의한 발병과 자의에 의한 자가격리. 힘든 자기와의 투쟁이었다.


이번 팬데믹 현상은 금세기 인류가 자초한 일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나비효과였다. 어떤 나라, 어떤 집단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공동의 죗값을 받은 게다. 스스로 종말 현상을 불러오고 있는 게다. 전쟁이 모든 악의 씨앗이듯이 전염병은 모든 것을 앗아가는 악마의 손이다.


한편으로 자가격리가 가져온 긍정적인 면을 놓치지 말자. 모처럼 육신적, 정서적 쉼과 안정기를 가질 수 있었다. 모처럼 애호하는 클래식 음악과 독서, TV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많이 웃고 눈물짓기도 했다.


또 지인들의 도움으로 반찬과 물품을 공급받았다. 페북과 카톡으로 많은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 이로 인해 우리라는 사랑의 공동체와 연결된 자신을 다시 발견했다. 가족 간의 단합도 깊어졌다. 가족의 이름으로 책임을 다하는 헌신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나를 통해 슬픔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영겁의 고통으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저주받은 영혼들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는 지옥문 위에 어두운색으로 적힌 문구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온몸을 떨었다.(신곡의 지옥편에서)


그렇지 않은가?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인간계에 슬픔이, 영원한 고통이, 저주받은 악한 영혼들이, 그리고 절망만이 가득하다면 여기가 지옥이 아닌가? 그러기에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으로 점철된 현재에도 우린 서로 힘을 모아 슬픔을 기쁨으로, 영원한 고통을 치유하는 사랑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세계인이 되자. 이것만이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는 길이 아닌가? <본보 고정 칼럼인 ‘정재우 칼럼’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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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칼럼] 격리 유감(隔離 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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