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기고] 단감 한 상자와 개미구멍
작성일 : 20-06-11 18:13    
이성주(국민연금공단 평택안성지사장)
 
 
기고 국민연금.jpg
 천장지제 궤자의혈(天丈之堤 潰自蟻穴). 중국 전국시대 한비자에 나오는 글로 “천길 높이 큰 둑도 작은 개미구멍이 커져서 무너진다”라는 말이다. 이는 일상에서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도 가벼이 넘기면 나중에 큰 화(禍)가 될 수 있으니 삼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9월 28일에 시행한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청탁금지법』이 4년째 되어간다. 시행 초기에는 학생이 강의하는 교수님을 위해 자판기 커피 한 잔 드리는 것도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여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외에 적용이 애매한 사례들로 인해 요식업에 타격을 줬다느니, 화훼 농가를 다 죽게 했다느니 하며 반대 집회를 하는 등 여러 갈등과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이제는 법의 취지대로 정립이 되는 것 같다.
 
 김영란법 시행 초기 본인이 근무하던 시골의 지사에서도 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입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힘들게 방문하여 장애연금을 상담한 사례가 있었다. 담당자는 거동이 불편한 고객을 대신해 연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는 등 적극 행정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드렸다. 그러한 담당자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느낀 고객은 자신의 앞마당에 있는 단감나무에서 딴 단감 한 상자를 손편지와 함께 택시기사를 통해 지사로 전달하였다. 고객과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당황한 담당자와 관리자는 마음만 받을 테니 도로 가져가시라고 하였으나, 설상가상 택시기사는 심부름으로 전달받았기에 가져갈 수 없다며 그냥 가버렸다.
 
 지사에서는 매뉴얼에 따라 감사실에 청탁 관련 특이사항 보고를 하였고, 감사실로부터 즉각 되돌려주라는 지시를 받았다. 얼마 후 고객과 연락이 닿아 김영란법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해 드렸으나, 고객은 시장에 파는 것도 아니고 고마운 직원들에게 맛을 보라고 보낸 건데 오히려 그런 마음을 거절하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결국은 직원이 직접 찾아뵙고 되돌려 드렸지만, 그 이후로도 캔커피를 주시는 분, 복숭아를 땄는데 먹으라고 보내는 분 등 유사한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제는 법도 어느 정도 정착되었고, 고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준다 할지라도 도리어 담당자가 곤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러한 해프닝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부정부패 사고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바로 내 주위의 작은 일들을 방심했을 때 어느 순간 커져서 터지게 되는 것이다. 길을 걷던 사람이 넘어지는 이유도 큰 바위에 걸려서가 아니라 작은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듯이, 평소에 방심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일이 더 큰 문제가 되어 부정부패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공직자는 매일 자신을 향한 편향 없는 경계와 처신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역사 속에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외부 침략에 의한 것보다는 내부에 만연되고 편향된 부정부패가 주된 원인이었으며, 그것은 작은 개미구멍 같은 인사치레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도 내가 실천하는 작은 청렴한 생활이 국민연금공단과 국가를 뒷받침하는 모든 선(善)의 원천이라 생각하며 청렴한 공직자로서 자세를 되새겨 본다.
[Copyright ⓒ 평택자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