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조선행(평택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조선행의 환경이야기.jpg
 얼마 전 우리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1급 발암물질이며 폐암의 주요 원인인 ‘라돈’이 일상용품에서, 휴식을 취하는 집 여러 물건에서 기준치 이상으로 측정된 것이다.
 
 이미 지난 2005년에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한 239개 지하철 전 지하역사를 대상으로 한 라돈 농도 측정에서 13개 역사의 승강장 및 환승통로가 권고기준을 초과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바 있다.
 
 그로부터 13년 후 이제는 현대인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침대에서, 기능성을 표방하는 베개·팔찌·목걸이에서, 전자파 걱정이 없다는 온수매트에서, 멋지다고 생각하는 싱크대 상판 대리석에서...
 
 검색창에 ‘모자나이트’를 입력하면 건강팔찌, 온열매트, 벽지, 돌침대, 생리대, 화장품, 게르마늄 등의 단어들이 줄줄이 검색된다. 건강을 위하여 비싸게 구입한 제품들이 오히려 폐암과 위암을 유발하고 방사능을 내뿜는 제품이라니, 소비자는 ‘눈 뜨고도 코 베어질’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렇게 라돈가스를 방출하는 물질인 모자나이트는 음이온을 다량 방출한다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홍보되고 있다. 이렇듯이 냄새를 정화하고 세균번식 억제 효과가 있다는 음이온은 과연 무엇일까?
 
 음이온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나 분자가 음의 전기를 띠고 있는 전자를 하나 더 갖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나 분자가 특정한 상태에서 음이온이 될 수 있다. 음이온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전기를 흘려 공기 중에 있는 산소를 분해해 음이온을 만드는 방식이다. 음이온이 나온다는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②물이 고체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음이온이 발생하기도 한다. 폭포수 인근 공기에서 음이온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다. ③방사선을 내뿜는 광물을 이용해 음이온을 만들기도 한다. 모 침대가 침대 제작에 사용한 방식이다. 광물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공기 중에 있는 물 분자를 쪼개고, 이때 음이온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처럼 자연적으로 혹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음이온은 1990년대 말 일본에서 갑자기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여러 제품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일본 과학자들이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지만 도시바를 비롯해 히타치와 같은 일본 대기업까지 나서서 음이온 선풍기, 음이온 제습기 등을 만들어 팔았다. 당시 언론들은 ‘음이온 가전제품 인기는 상당했다. 2000년대 초반 음이온 제품은 동해를 건너 한국에 상륙했다.(네이버 지식인 선상규 의사 답변에서 발췌)’고 보도한 바 있다.
 
  음이온이 알레르기를 치료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해 준다는 주장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고 한다. 음이온이 노화를 방지하고 긴장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려면 체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음이온은 불안정한 만큼 곧바로 전기적 성격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음이온이 건강에 좋은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음이온이 다량 나온다는 숲이나 폭포에 가면 음이온이 아니더라도 오감을 만족시키는 멋진 풍광에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라돈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9월 3일부터 평택시 22개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라돈측정기를 대여해 주고 있다. 대여료는 1천원이며 대여시간은 4시간이기 때문에 오전 또는 오후에 빌렸다가 4시간 안으로 반납해야 한다. 대여자격은 해당 읍·면·동에 거주하는 거주민이고 측정결과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라돈에 대한 시민의 의구심을 충족하기 위한 환영할 만한 조치이지만, 실제로 라돈측정기를 빌리려면 2개월여 소요된다는 답변에 소비자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여기간을 지키지 않아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대기시간은 짧고 라돈은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택시와 소비자는 서로 노력해야 한다.
 
 일화를 소개하며 맺으려 한다. 어느 환자가 한의사 선생님께 “선생님, 건강해지려면 제가 어떤 것을 먹으면 좋을까요? 건강식품에서 골라 주세요.”라고 질문했다. 답변은 간단했다. “몸이 좋아지는 것을 더 먹기 보다는 현재 좋지 않은 것을 먹고 있는데 이를 끊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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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행의 환경이야기] 자연 만들어지는 음이온 vs 인위로 만든 음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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