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소태영(평택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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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OECD 34개 국가 중 갈등지수 5위이고, 갈등관리 능력은 27위에 머물고 있다. 인구대비 소송 건수는 일본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사건을 들고 법원으로 가지만, 소송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갈등은 일상화되어 있는 반면 적절하게 풀어 낼 시민주체적인 역량과 제도적 장치가 미흡함을 보여주는 예다. 이런 현실은 사회전체는 물론 시민 개개인의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최근 아파트와 연립주택 층간소음 문제가 이웃 간 분쟁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폭행, 살인 등 심각한 사건으로 비화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부실한 건축도 문제이겠지만 많은 세대가 밀집해 살고 있는 공동주택의 구조가 층간소음 외에도 누수, 주차시비, 냄새, 애완동물 사육, 에어컨 실외기 소음, 관리비 등 이웃 간 부딪힐 일이 많은 것이 이웃분쟁을 야기하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개인 간의 문제 외에도 혐오기피시설, 공사 소음, 조망권 분쟁 등을 둘러싼 지역주민 간 대립, 주민과 지자체 또는 중앙정부 사이의 갈등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이웃 간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 대화와 협의·조정 등 이해와 배려의 바탕 아래 주민자율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두레 협동 정신과 이웃 간 지혜를 모아 마을의 갈등을 해결해 온 공동체 전통이 약화되고, 아파트의 ‘칸막이’ 같은 이웃 단절 및 소외가 보편화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주민들이 풀뿌리 삶의 현장에서 해소하지 못한 크고 작은 분쟁의 잔재는 결국 지역사회와 국가적 분쟁과도 이어지기에 이웃분쟁과 갈등을 풀어나가는 부분은 공공갈등 해소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는 것 자체가 불편 할 정도다. 우리는 개별화된 편리를 얻은 대신 이웃을 잊어버렸고, 한국사회에서 전통으로 이어지던 고유 사회자본인 신뢰와 협동, 배려가 넘치는 마을공동체를 잃고 말았다. 이전에 모두가 하나였던 마을 공동체가 ‘충돌을 예방 완충해주는 신뢰’와 위아래로 얽히고설킨 갈등의 실타래를 쉬이 끊지 않고 풀어내 ‘보다 성숙한 문화를 생산하는 지혜’를 가졌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지혜를 적지 않게 상실한 것이다.
 
 이제 잃어버린 ‘신뢰와 지혜’를 회복해야 한다. 물론 이것만이 층간소음과 이웃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통해 앞으로 지어질 공동주택을 규제하고, 갈등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이웃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심리적 돌봄과 상담 활동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핵심적인 과제는 마을공동체의 힘을 되살리고, 주민 간 신뢰와 지혜를 회복해 ‘주민 스스로의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마을에 ‘주민자율조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주민들과 함께 ‘주민자율협약’ 안을 만든 후 서로 소통하며 주민동의를 이끌어내어 주민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평택YMCA는 이러한 마을공동체의 중요성과 갈등 사례 교육, 조정실습, 이웃분쟁 예방과 해결을 위한 주민아이디어 워크숍 등을 통해 마을의 섬기는 리더를 만들어가는 일들을 하고자 한다. 평택시도 ‘시민 중심 새로운 평택’을 만들어가기 위해 ‘주민자율조정기구’ 구축을 위한 운동에 동참 할 것을 제안한다.
 
 마을공동체 회복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것은 ‘평화의 일꾼(Peace Maker)’을 만들어가는 일이자 사람 냄새나는 따뜻하고 훈훈한 평택시를 만드는 첫걸음일 것이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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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웃분쟁 예방 위한 ‘마을 주민자율조정기구’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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