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윤호섭(덕동산 인근 거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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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브릿지’라는 이름을 들어 보셨습니까? ‘시대착오적인 육교’의 또 다른 명칭입니다.
 
 ‘덕동산-비전근린공원 연결브리지 조성공사’가 한창입니다. 한미아파트와 유토빌아파트 사이에 있는 공원과 비전파출소 뒤편에 있는 주차장을 연결하는 ‘육교’입니다. 공사기간은 올 7월부터 12월까지이며 평택시 공원과에서 작년 말에 긴급하게 공고를 낸 사업입니다.
 
 평택시 공원과 담당자는 ‘덕동산과 비전근린공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산책로를 만들어 이용 활성화를 높이겠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비전근린공원은 2020년 이후 조성공사가 시작될 예정만 있을 뿐, 아직도 대부분의 토지가 개인소유이며 현재 아무런 개발도 이루어 지지 않고 방치된 상태입니다. 더구나 3년 후 공원 일몰제의 적용을 받는 곳이라 토지매입 및 관리가 우선입니다.
 
 한편 덕동산은 활성화되어 오르는 길도 다양하며 편리합니다. 들어설 육교 바로 옆에는 사거리와 4개의 횡단보도까지 있습니다. 공원 공간을 빼앗고 사각지대까지 만드는 육교는 오히려 소중한 공원을 파괴하며 주변 환경만 해칠 뿐입니다.
 
 육교 설치는 시급성을 가진 부분도 아니고, 분명한 필요성도 전혀 없는 최악의 공사입니다. 각 도시는 지금 육교를 철거중입니다. 시설이 낡아 철거하는 명분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보행자의 안전 및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서 철거하고 있습니다. 이는 차량중심이던 정책이 보행자 위주로 바뀌는 시대 흐름 때문입니다.
 
 2014년 11월부터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습니다. 법 제3조 보행권의 보장에 ‘국민이 쾌적한 보행환경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진흥하여야한다’고 제시합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임신부나 노약자, 휠체어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힘들고 특히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민원 때문에 육교를 없애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추세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2000년 248개에 달하던 보도육교가 2014년 말에 166개로 급감했는데, 2016년 말까지 150개로 줄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6년간 40% 가량의 육교가 사라졌습니다.
 
 또한 대전시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free)>이 세계적 추세라면서,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곳을 제외하고 상당수 육교를 철거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이란 개념은 1974년 UN의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지난 2000년대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보행자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도로시설물 관리 정책을 마련하여, 2017년 전수조사를 거쳐 불필요한 육교를 없애고 그 자리에 횡단보도를 설치합니다.
 
 이외에도 부산시를 비롯해 안양, 군포, 대구, 전주, 원주, 광주 광산구, 목포 등 전국이 적극 나서서 육교를 철거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통계를 봐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보도육교는 2,000개 안팎이었는데, 지난 2000년에 비해 500개 이상이 없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도육교가 이제 도시의 애물단지라는 사실은 평택시의 현실을 보아도 분명합니다. 평택 배미지구와 굿모닝 병원 앞에 설치된 육교는 설치 후 수년이 지났지만 이용률은 전무합니다. 육교를 오르내리는 것보다 횡단보도로 가는 길이 더 편하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들 육교는 총제적인 관리 부실과 불법 광고물 부착 등으로 또 한 번 외면 받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상습 교통정체 지역인 통복시장 로터리에 설치된 육교는 기능과 도시미관 때문에 오래 전에 사라졌습니다.
 
 학교 근처 도로에서는 횡단보도보다 육교가 더 어린이 등의 안전에 유리한 측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장초교 사거리 육교에서 보듯, 노후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이 상존하고 교통사고 위험으로 결국 올해 철거를 결정하고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승강기가 있는 육교 1개를 설치하는데 12~13억 원이 들어갑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육교 건립비용은 물론 배미지구 육교는 최근 5년간 총 1,782만원이, 굿모닝병원 앞 육교도 같은 기간 동안 3,264만원이 시설 유지관리비로 시민 혈세가 투입됐다고 합니다.
 
 육교는 고쳐도 금방 다시 낡아 육교 한 곳당 1년에 최소 1천만 원 이상의 유지 관리비가 듭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 바로 지금 공사 중인 육교입니다. 공원과 공원을 잇겠다는 발상은 육교건립을 위한 핑계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공원을 개발할 의지가 있다면, 육교건립 비용으로 온전한 공원조성이 먼저입니다.
 
 “육교 설치가 현실에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담당자도 인정합니다. 더 늦기 전에 공사를 중단하기 바랍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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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택시는 시대착오적인 육교 설치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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