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건일(도서출판 모든사람 대표/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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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사에게는 많은 역할이 있다. 협상가, 조정자, 중재자, 옹호자, 조력자, 활동가, 교육가 등이다. 이 중 하나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역할들을 복합적으로 수행한다. 나열된 역할 중에서 소개하지 않은 것이 바로 행정가이다. 실제로 사회복지사들은 행정가로서 상당 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행정의 정의는 원래 ‘국가 목적 또는 공익을 실행하기 위해 행하는 국가 작용’ 정도로 안내되어 있지만 실생활에서 ‘행정’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사무 업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사회복지사가 행정을 하면서 어떤 기록물을 남기고 있느냐다.
 
 사회복지사의 능력에 대한 평가 기준이 협상가나 조력자 같은 것에 있지 않고 행정능력에서 찾게 된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수많은 사회복지사들은 외부 공모사업을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서 컴퓨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것은 사회복지사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렇게 현장이 평가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다. 우리는 이러한 잘못된 행정에서 사회복지사들을 회복시켜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에게 있어 행정은 현장을 기록하는 것에 있다.
 
 사회복지사는 현장을 기록하고 있을까? 현장을 기록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매일매일 업무일지를 적는 것, 후원물품을 제공하고 사인을 받는 것, 프로그램을 진행 한 후 결과 보고서를 적는 것, 이런 것들이 현장의 기록을 의미할까? 많은 사회복지사들은 이것이 ‘행정’이고 ‘기록’이라고 알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을 기록한다는 것은 당사자에 대한 정확한 관점을 가지고 그 관점에 따라 실천한 것을 자유롭게 써 내려가는 것이다. 만난 상황, 대화, 신뢰감이 쌓인 과정, 특별했던 어느 날, 당사자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 사회복지사가 실수했던 상황 등과 같은 것이다.
 
 최근 사회복지시설 평가 기준이 대폭 수정되면서 ‘과정기록’에 대한 평가 기준이 새롭게 생겼다.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평가 기준에 나오는 과정기록을 순수하게만 받아들인다면 사회복지현장의 의미 있는 기록들이 많아 질 것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아직도 복지실천과 시설 평가를 이원화 시켜서 준비하는 수많은 복지 기관들이 있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의 ‘과정기록’에 대해 이를 순수하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가 기준의 하나로 인식하고 행정문서로 만들 공산이 크다.
 
 기록의 중요성, 그리고 글다운 글을 쓰라는 이유는 이를 통해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실천이 사회복지의 바른 가치에 맞는지 돌아볼 수 있다. 글을 통해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현장에는 미래가 있다.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현장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사회복지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행정서식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를 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실천 기록, 즉 당사자를 위한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은 알고 있는가? 우리가 컴퓨터 앞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그 많은 행정 문서들을 우리는 일이라고 알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성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만든 행정서류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10년이면 모두 문서파쇄기 속으로 사라질 것들이다. 우리의 노력도 우리의 성과도 모두 사라진다. 그것이 진정한 사회복지 기록물이 아닌 이유이다.
 
 한순간 사라질 문서에 우리의 열정을 쏟지 말고 사회복지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떳떳한 우리의 실천 기록을 쓰자. 사회복지를 기록하자. 바로 지금이라도 써보자. 그리고 함께 공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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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일의 복지탐구] 사회복지를 완성하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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