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건일(평택남부노인복지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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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현장실습을 할 때면 실습생들에게 질문 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노동을 해서 받는 임금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얼마의 돈을 세금으로 낼 것인지 결정해보자는 것이다. 먼저 임금의 50%인 50만원을 세금으로 낼 때와 임금의 10%인 10만원을 세금으로 낼 때 받게 되는 사회적 혜택은 달라진다. 50%를 세금으로 내면 국가로부터 대학까지의 교육비, 의료비 등을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대신 내가 선택해서 쓸 수 있는 돈은 50만원이다. 10%를 세금으로 내면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은 없지만 나머지 90만원으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 할 것인가?’ 5명의 실습생은 고민을 한다. 그리고 손을 든다. 여러 번의 실습 지도를 해 왔지만 의견이 한곳으로 집중되지는 않았다. 3명은 50%를 선택하고 2명은 10%를 선택한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교육비와 의료비는 부담이 되는 것인데 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기꺼이 50%의 세금을 내겠다는 것이다. 10%를 선택한 이유는 내 돈을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두 입장은 사뭇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회적 위험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자유와 비용의 가치를 스스로 선택할 자유이다.
 
 실습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비슷하지만 다른 질문을 해본다. ‘대학 수업 이후 부족한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아니면 대학 수업 이후 자신의 성장을 위해 더욱 공부하거나 남는 여가시간을 독서와 문화생활로 보내고 싶은가?’라고 실습생에게 물어보면 5명의 대답은 한결 같다. 대학 수업 이후 아르바이트 보다는 공부를 더 하거나 여가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압도적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선택이다. 왜 원하는 것은 따로 있지만 처음의 질문에는 다른 답변을 했던 것일까?
 
 우리는 자유가 무엇이든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 자유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며 우리가 누구보다 노력을 열심히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 자유를 공평하게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것이 정의고 평등한 사회라고 알고 있다. 마치 모두가 예비 백만장자인 듯 생각한다. 자유의 한쪽 면만을 알고 있는 탓이다.
 
 앞서 실습생에게 질문한 두 가지의 선택지는 유럽과 미국에 대한 이야기다. 그 선택에 대한 결말이 어떻게 만들어 지고 있는지는 지금의 유럽사회와 미국사회를 들여 다 보면 알 수 있다. 단순히 GDP가 높은 나라가 잘사는 나라는 아니다. 그 통계에는 많은 허점들이 존재한다. 숫자가 아니라 실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유럽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1%에 속하는 큰 부자는 아니지만 자신이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고 직업의 안정과 여가를 즐기며 산다. 우리가 실제 이룰 수 있는 삶도 1%의 호화로운 삶이 아니라 99%가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일상이 있는 그런 삶이다. 그것이 더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하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자유는 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가 아니다. 우리의 행복을 빼앗기지 않을 자유다. 유럽사회도 많은 우여 곡절을 겪고 있지만 결국 사회민주주의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실습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선택하게 한 것처럼 우리가 복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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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일의 복지탐구] 우리가 선택하는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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