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건일(평택남부노인복지관 과장)
 
 
이건일의 복지탐구.jpg
 균형이라는 단어는 안정감을 준다. 좌우 어디에 치우쳐 있지 않기에 불안한 느낌이 없다. ‘균형이 잡혔다’라는 말에서 우리는 ‘완전함에 근접했다’고 느낀다. 균형 잡인 몸, 균형 잡힌 회사라는 말을 즐겨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사회복지는 얼마나 균형이 잡혀 있을까?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어 지금 불안하지는 않을까? 대학에서 처음으로 사회복지를 입문하면 사회복지학 개론을 배운다. 개론서에서 접하게 되는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 중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잔여적 복지와 제도적 복지다. 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이 두 가지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것이 과거 학교의 무상급식에 대한 결정과정이었다.
 
 잔여적 복지라는 말을 아주 쉽게 이야기하면 ‘불쌍하다고 인정되는 사람만 골라서 도와준다’라는 의미다. 여기에는 불쌍하지 않은 사람을 도와줘서 ‘아까운 세금을 낭비하지 말라’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제도적 복지는 불쌍한 상황과는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보편적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제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는 비슷하게 쓰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택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소유 정도에 상관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제도적 복지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사는 어떤 복지를 지향해야 할까?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복지국가가 좋은 국가라고 배운다. 이것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기본 이념이다. 복지국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 인간다운 삶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데 있다.
 
 제도적 복지에 대한 역사를 말할 때 ‘베버리지 보고서’를 빼놓을 수 없다. 1942년 영국에서 사회보장에 대한 구조를 연구한 이 보고서에는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5대악을 다룬다. 궁핍, 질병, 무지, 불경, 나태가 바로 그것이다. 이 5대악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이는 사회보장의 주요 골자가 된다. 궁핍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고용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질병과 어려움에서 자유롭게 하기 위해 무상의료를 실시한다. 모든 아동에게는 수당을 준다. 실제 지금 영국에서는 의료비가 무료이거나 소액의 실비만 내면 된다. 병원비가 없어서 병원 가는 것이 무서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자선의 복지를 넘어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을 제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바로 복지국가이다. 사회복지사는 복지국가가 좋은 국가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복지국가를 정치 이데올로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복지국가를 이야기하면 진보주의자가 되며 좌파가 된다. 복지국가는 정치 노선에 따라 선택되는 문제가 아니다. 좌파든 우파든 이제는 모두 복지를 외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이 복지국가가 될 수 있도록 ‘베버리지 보고서’를 채택한 정당은 좌파 정당인 노동당이 아니라 바로 우파 정당인 보수당이었고, 보수 정당에 의해서 복지국가가 시작되었다.
 
 복지는 좌 또는 우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다. 또 보수이기에 잔여적 복지를 추구하고, 진보이기에 제도적 복지를 추구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제도적 복지를 기본으로 한 복지국가는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완전한 상태다. 완전함에 가깝게 되려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복지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결국 균형 잡힌 사람살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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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일의 복지탐구] 복지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균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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