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이건일(평택남부노인복지관 과장)
 
 
이건일의 복지탐구.jpg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지금 우리가 가난하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가난이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비록 풍족하진 않지만 가족 간에 콩 한쪽도 나누어 먹었던 시절, 이웃 간 나누는 인심이 있어 같이 어려웠지만 서로를 아껴주던 시절, 이런 시절을 돌이켜보며 그때는 “비록 가난했지만 행복했다”고 추억한다.
 
 가난이라는 것은 당시 부끄러움이 아니었다. 가난한 상태라는 것은 단지 넉넉하지 못한 상태로 어느 정도의 노력과 사회 환경의 변화로 극복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했다. 가난이 부끄럽거나 절망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가난했지만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빈곤하지만 행복하다.” 우리는 이런 말이 낯설다. 평소 생활에 쓰이는 문장도 아니거니와 왠지 모르게 어색하기 때문이다. 빈곤의 의미는 가난과는 사뭇 다르다. 빈곤은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기본적인 것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가난했을 때는 나누어 먹을 콩이라도 있었지만, 빈곤할 때는 그 콩조차 없다. 이웃 간에 아끼고 도와주어야 하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전혀 없다. 스스로 살아남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빈곤하다는 것은 절망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상태는 개인의 힘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빈곤상태를 가장 잘 이해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부 빈곤한 어린이들을 볼 수 있다. 몸은 깡말라있고, 배는 불룩하게 나와 있다. 우리가 TV에서 한번쯤을 봤을 장면들이다. 유엔에서는 ‘절대적 빈곤’을 하루 1∼2달러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이들은 아무리 스스로 노력해도 그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외부의 지원이나 환경의 변화만이 이들을 살릴 수 있다. 이들에게는 “왜?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냐?”고 묻지 않는다. 이런 말이 죄악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절대적인 빈곤상태도 있지만 상대적인 빈곤상태도 있다. 우리나라는 일부 아시아와 아프리카처럼 절대빈곤에 놓여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굶어죽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빈곤 상태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상대적 빈곤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그 나라의 소득수준을 일렬로 쭉 늘어놓는다. 그 다음에 딱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이를 중앙치 값이라고 한다. 이 중앙치 값 소득의 50%미만 이라면 ‘상대적 빈곤상태’라고 한다.
 
 우리 주변엔 상대적 빈곤상태의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역과 광장을 배회하는 홈리스 상태의 사람들, 88만원 세대의 청년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로 3,000만원의 빚을 지고 사회에 나와야 하는 졸업 예정자들, 수많은 비정규직 가장들, 노인 빈곤율 1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부양자 없는 노인 등이다.
 
 우리는 때때로 이런 사람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고 이야기 한다. 아니 다른 말로 노력하지 않아서 그리 된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지만 빈곤 상태라는 것은 개인이 노력해서 그 상태를 벗어 날수 없는 것이다. 
 
 빈곤상태를 다르게 말한다면 ‘희망이 없는 상태’라 할 수 있겠다. “당신이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 사람이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상황인지를 들여다보자. 사람은 누구나 빈곤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사회가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아프리카의 아이들처럼 영원히 그 빈곤 상태를 벗어 날수 없다.
 
 빈곤한 사람은 절대 행복하지 않다. 인간이 행복해지기위해서는 빈곤의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 희망을 만드는 것이 바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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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일의 복지탐구] 가난과 빈곤이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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