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30(토)
 
이건일(평택남부노인복지관 과장)
 
남부노인 기고.jpg
 아브라카다브라(Habracadabrah)’는 그 의미에 대해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헤브라이 말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종교적 의미, 저주의 의미 등이 담겨있다. 과거 한 걸그룹의 노래제목으로도 쓰인 적이 있는 아브라카다브라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의미로 많이 활용 된다.
 
 겨울이 되면 사회복지현장은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연중 나눔 행사가 가장 많은 시기인 겨울의 지역 신문들의 사회복지 뉴스에는 어떤 단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다라는 소식이 가득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온정이 넘쳐난다.
 
 따뜻한 마음으로 뉴스를 보다가 시선이 어느 한곳에 머무른다. 언뜻 평범한 뉴스다. 한 단체에서 어떤 물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물품이 쌓여있고 그 주변으로 후원을 하는 단체의 대표 혹은 관계자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후원 물품을 받는 사람이 보인다. 남루한 옷에 어두운 표정이라 딱 보더라도 이 사람이 후원물품을 받을 것 같다. 뉴스를 읽는 시선은 다른 한곳에 고정된다. “소년소녀가장 ㅇㅇ 물품 전달식”, “저소득 독거노인 ㅇㅇ 나눔행사라는 현수막이다.
 
 그곳에 서있는 물품 수령 당사자들은 소년소녀가장, 저소득 독거노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현수막 밑에서 어쩔 줄 모르며 사진을 찍고 있다. 그리고 지역에는 소년소녀가장이나 소득 없이 불쌍하게 사는 독거노인이라고 소문이 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면서도 후원물품을 받기위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나눔은 분명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행위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 당사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그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 아닌 이웃에 대한 홍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수막에 소년소녀가장이 아니라 우리 동네 아이들이라고 적으면 어떨까? ‘저소득 독거노인이 아닌 이웃 어르신이라고 적으면 어떨까? 우리의 생각이 조금만 바뀌어도 현수막 아래에서 물품을 받으면서 어려운 이웃들이 비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후원물품 전달의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들을 직접 부르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복지기관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후원물품을 전달 받은 사회복지기관은 그 물품이 필요한 당사자들에게 후원한 단체를 알려주며 전달해 줄 것이고, 우리 어려운 이웃들이 좀 더 따뜻한 온정을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신문을 통해 당사자 도움을 받는 이웃들의 비참함을 직접적으로 광고하지 않는다. 후원을 받은 복지기관은 별도로 홍보하고, 후원물품을 전달한 단체도 부담 없는 마음으로 신문지면 등에 홍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브라카다브라’,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저소득층 독거노인이라고 부르면 그 어르신은 저소득층이 된다. 소년소녀가장이라고 부르면 그 아이들은 불쌍한 아이들이 된다. 이웃을 돕는 다는 것은 무척 자연스럽다. 이웃은 서로 돕고 돕는 것이 당연한 존재다. 우리의 소중한 이웃을 더 이상 저소득 계층으로 부르지 말자. 그냥 이웃으로 부르자.
 
 ‘아브라카다브라복지도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아브라카다브라우리의 소중한 이웃들의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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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복지는 ‘아브라카다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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